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전략자산 순환배치에 동의함으로써 한반도의 동해와 서해에 미국의 항공모함이 출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국의 최첨단 전략자산 획득과 개발에 관한 트럼프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한다. 중국의 왕의 외교부장은 새로운 핵무기 소유국가의 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실히 표명했다.  일본은 최강의 대북제재 방침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아베가 획책하고 있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의 면모를 구축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극동지역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러시아는 한국자본의 유입을 희망하면서도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강공일변도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야기한 일련의 정세변화가 동북아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21일 한국정부는 유엔아동기금과 세계식량계획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대북한 인도적인 지원은 정치적인 상황과 분리하여 추진한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이 관철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정권을 제재하는 것과 북한주민을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 통일부의 입장인 듯하다. 

북한의 핵과 나란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것이 이란 핵이다. 이란 핵은 국제사회의 합의에 따라 2년 이상 평화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란 핵합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그리고 당사국 이란이 2015년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고 저농축 우라늄을 300㎏ 이하로 보유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했다. 

문제는 이란 핵합의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가 2015년도 합의안을 파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란 핵합의가 “미국에 수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을 모두 묵살하면서 합의안 파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로의 통합을 돕겠다는 그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 외교가에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은 김정은 정권의 생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망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적인 지원과 배려는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왔다. 그와 반비례하여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강도는 심화되었다. 정권의 안위를 고려해야 하는 김정은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는 핵개발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경우라도 그가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단순하고 자명해진다. 그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하고 싶다면, 그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경제적인 지원이든,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하는 정치적인 해법이든 간에 북한 핵 해결을 위한 협상 보따리를 최대한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평화가 최상의 전쟁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의 일환으로 한국정부가 대북한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이른바 ‘북방외교’를 통해서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실현했다. 같은 방식을 북한에게 허용하면 어떨까?! 북한이 일본과 미국과 수교함으로써 정치적인 안정과 경제적인 부흥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남북한 모두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겠는가?! 북한 핵문제는 궁극적으로 남북한 당사자가 얼굴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그것을 외면한 채 큰 나라에 주도권을 넘기고 팔짱 낀 채 블랙리스트나 만들었던 전임 권력자들의 후안무치와 무능과 부패와 타락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돌출발언과 돌발행동의 대명사 트럼프의 있을 법한 오판을 방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얻기 위해 우리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인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주변 강대국들에게 우리의 이니셔티브를 주장해야 한다. 한반도의 명운을 결정하는 최우선 당사자는 우리라는 자명한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한반도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의 주인은 남북한 주민들일 것이므로! 북한 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협상의 마당을 우리가 야심차게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규종 교수

(인문대 노어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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