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독특하게도 하나의 제목을 가진 두 권의 로맨스 소설로, 주인공의 시점이 나누어져 있다. 공지영 작가는 한국 여성의 시선으로, 츠지 히토나리 작가는 일본 남성 시선으로 서로의 내면과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해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사랑으로 완성되는 구조를 지님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한국 여성 ‘홍’과 일본 남성 ‘준고’는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반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사랑이 험난하다는 것을 예고하듯 연인이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홍은 가족들의 반대를 겪게 되고, 홍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연인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과 준고는 둘의 영원한 사랑을 믿으며 동거를 시작한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지친 둘은 핏줄기에 대한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놀이를 하면서 모든 인류는 한 생명체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닫고, 국경이나 식별의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국경이 없는 곳으로 가서 아무런 편견 없이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뿐이었다. 준고는 자신뿐만 아니라 홍의 생활비까지 벌기 위해 알바 수를 늘려야만 했고, 그 결과 홍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만다. 이에 홍은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준고의 사랑표현이 줄어들자 자신에 대한 준고의 사랑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사소한 말다툼에서 역사적 문제로 다투게 된 그들은 헤어지고 만다. 이 장면에서 문득 ‘사랑은 국경도 뛰어넘는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마음이 통하고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이것은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토대로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사랑보다 진정한 이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헤어진 지 7년 후, 재회하게 된 홍과 준고의 모습에서 서로의 국경을 뛰어넘도록 만들어 준 것은 진정한 이해임을 보았다. 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 간에 생긴 정치적·역사적 문제들은 이해의 부족에서 생긴 것 아닌지, 그렇다면 한국은 일본을 이해하고 일본 또한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일본의 마음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고 더 나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심금을 울리는 로맨스 소설인 줄만 알았지만 한·일 간의 관계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국민들은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 한국은 일본에게 오랜 세월 식민 지배를 받았고, 할아버지 세대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어야만 했다. 그 피해를 감추려는 일본 정부로 인해 정치적·역사적으로 한·일 간 풀지 못한 숙제들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나는 일본에게 마음이 담긴 사과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사랑 후에 오는 것들>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표민정

(사회대 문헌정보 17)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