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7년 9월 15일 오전 6시 57분에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16번째이고, 문재인 정부 들어 10번째이다. 중거리급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3700㎞ 날아가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발사 직후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이 진정한 대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한층 더 옥죄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사정거리 500㎞정도인 현무 - 2 미사일 2발을 대응 발사했다. 미국도 즉각 성명을 내었고, 일본은 두 차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미사일이 지나간 일본 열도는 초비상 상태가 되었다. 미사일 발사 3분 만에 12개 광역자치단체의 2500만 주민들에게 ‘J얼러트’ 경보가 전달되었고,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하달되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같은 시각 한국시민들은 너무나 평온하게 일상을 시작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같은 사건에 대한 너무나 다른 반응이었다. 전후 정황을 보면 이해가 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불과 하루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도발자제(自制)와 대화를 촉구하는 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핵 개발이나 전술핵 반입에 동의하지 않는다”, “핵에 핵으로 맞서면 남북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고 동북아 핵 경쟁을 촉발시킨다”, 그리고 “북한 핵무기 개발은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정부는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북한에 800만 달러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표명되기 이틀 전에 UN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한국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한국정부의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시민들이 둔감해진 이유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전쟁위협 요소’가 아니라 ‘거래 가능한 조건’이라는 인식과 ‘대화’와 ‘국제공조’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국민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한국정부의 유화적 입장표명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대답했다. 미사일 발사에 즈음하여 북한의 노동신문은 “미국은 계속 패(敗)해 심리가 복잡하겠지만 대국(大國)의 안전과 체면을 유지하려면 조선 반도에서 발을 빼라”고 주장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고도 70여km, 비행거리 3,700km였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실제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북한이 명시적으로 미국을 목표로 미사일 도발을 한 이후 워싱턴 정가의 여론이 달라졌다. 최근까지 워싱턴 정가는 전반적으로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분위기였는데, 트럼프 정부와 가까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술핵 배치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은 2018년 국방수권법 수정안에 북한 핵, 미사일에 대응해서 ‘잠수함발사 크루즈 핵미사일’을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재배치 검토를 요구하는 조항을 삽입할 것을 발의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전술핵 배치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핵 정보와 사용권을 공유하는 나토(NATO)식 듀얼키(duel key)방식의 핵 공유방안과 잠수함탑재 핵미사일을 한반도해역에 배치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워싱턴 정가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내에서도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전술핵배치와 핵개발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었으며, 자유한국당은 10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대응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드(THAAD)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 외에는 실제적인 대응책이 없다. 인식의 문제에서 북한의 핵을 위험요소로 간주하지 않으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따라서 전술핵 배치에 대한 실효성과 실익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 우선 실효성의 측면에서는 전술핵이 가진 전쟁억제능력과 전쟁수행능력을 계산해야 한다.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실익은 총체적인 국가이익의 측면에서 계산해야 한다. 요지는 전술핵배치가 의미하는 한미동맹 강화가 한국에게 어떤 이익이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전술핵 배치에 따른 안보이익과 중국을 비롯한 시장축소라는 기회비용감소를 꼼꼼히 계산해야 한다. 이익구조의 지속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전술핵 배치가 단기적으로는 급한 불을 끄는 데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익산출에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전술핵 재배치의 주체와 주도권문제이다. 한국에 배치될 전술핵은 미국의 무기이고, 재배치여부는 미국이 결정하겠지만 한국 땅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한편으로 이 게임의 종착점은 6.25전쟁의 종결과 전쟁패러다임의 종식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코리아패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면에는 미국 주도의 워싱턴 컨센서스와 중국주도의 베이징 컨센서스의 경합이 존재한다. 미국은 현재 중국을 압박하면서 전쟁개시, 코리아패싱, 북핵묵인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데, 우리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정태 교수

(사회대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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