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국민영웅 박지성 선수를 통해 접하게 된 영국은 알면 알수록 너무나 매력적인 나라였다. 미국과는 다른 그들만의 멋스러움을 보여주는 영국 영화와 드라마는 매력 있었다. 또한 그들의 오랜 역사와 문화에서 오는 우아함과 고귀함에 나는 홀딱 반했다. 영국에 가는 것을 늘 염원했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정말 감사하게도 영국의 노썸브리아 대학에 복수학위 과정으로 입학해 1년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복수학위 과정을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IELTS 시험이었다. IELTS는 영국의 토플(TOEFL)격인 시험으로 노썸브리아 대학에서 복수학위를 하기 위해선 6.5점이 필요했다. 단기간에 준비해야 했으므로 Reading과 Listening을 집중 공략했고 Speaking과 Writing에서는 최저기준인 5.5점을 받는 전략을 선택했다. 회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며 끊임없이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했다. 물론 본인에게 맞는 방법이나 학습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영어에 계속해서 관심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언어든 마찬가지겠지만 영어를 단기간에 정복하는 방법은 없다. 영어 공부는 마치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콩나물에 물을 줄 때 물이 밑으로 다 빠지는 것처럼 보여 실망하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물을 계속 주면 콩나물이 조금씩 자라 어느새 불쑥 커져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부푼 기대와 걱정을 안고 떠난 영국은 내가 꿈꾸던 것보다 더 멋진 곳이었다. 건축물, 음식 그리고 하늘 색깔마저 우리와 너무나 달랐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마 익숙하지 않은 ‘다름’이라는 것에서 더 신비감을 느꼈던 것 같다. 

1년의 복수학위 기간 동안 영어 강의를 듣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노썸브리아 대학에는 중국이나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교수님들이 많아서 다양한 억양에 익숙해지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웠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귀를 기울이고 꾸준히 노력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노썸브리아 대학에서는 일반적인 대형 강의도 물론 진행되지만 토론 위주의 소규모 세미나 강의도 많았다. 또 세미나 수업에서 듣던 내용이 과제를 하는 데 상당히 중요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세미나 수업의 경우 영국 학생과 조별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매시간 철저히 예습을 해야 했다.

영국에서 지낸 1년 동안 여러 사람들로부터 감명을 받았는데,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서 그들의 친절함과 배려를 가슴 속 깊이 느끼고 올 수 있었다. 가을에 처음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이미 거주하고 있던 영국인 플랫메이트들이 (영국은 기숙사를 플랫이라는 공용주방이 있는 집을 사용한다.) 도움을 주었다.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도 나를 데리고 다니며 생활용품도 모두 직접 골라주고, 내가 금방 적응할 수 있게 도시 속 이곳저곳을 소개해 주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따뜻하게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정’처럼 그들에게 양보와 타인을 위하는 마음은 하나의 문화였다. 

또한 각지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과의 만남도 큰 배움이었다. 피부색과 자라온 곳이 달라도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이었다. 진정을 다해 그들을 대하려고 하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오히려 한국인들을 대할 때보다 더 진실한 마음을 느꼈다. 능숙한 모국어가 아닌 영어라는 제약이 있는 언어를 통하니 오히려 더 순수해졌고 마음으로 대화하면서 서로를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갖고 있는 진정성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라도 통하는 것이었다. 영국에서 다양한 친구들과의 경험이 훗날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영국에서의 수많은 기억들은 늘 나에게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승일

(경상대 경제통상 10)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