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제작, 공연 기획 등 음악 관련 활동부터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조성과 ‘인문학 마을’ 만들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디053’은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문화기획 단체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디053의 다양한 활동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광석 길 재정비 사업 등을 인디053 이창원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Q. 2007년 음악에 몸담고 있는 친구들끼리 ‘인디053’을 조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80년대 생인 우리 세대는 홍대 문화를 접한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1996년 우리나라 최초의 인디 음반 ‘Our Nation’이 나왔던 때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인디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을 갓 졸업한 26살에 동아리 규모로 음악단체 인디053을 결성했다. 결성 당시 나는 풋내기 문화기획자로 일하고 있었고 다른 동갑내기 친구 4명은 음악을 하고 있었다. 초창기 활동은 음반 제작 비중이 가장 컸는데 그 당시는 음반을 만드는 것이 요즘처럼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클럽 공연 기획을 하기도 했고 밴드 네크워크나 뮤지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도 함께 했다.  

Q. 음악에서 문화기획으로 인디053의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한 이유는 무엇인지?

영역 확장은 단체의 리더인 내 영향이 컸다. 인디053은 사실 개인적인 단체다. 지역문화를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우선이 아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생업이기에, 문화기획 방면에 재능이 있기에 지금껏 해왔다. 원래 문화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었고 예술 영역 전반에 개인적 관심이 많았다. 문화예술에 대해 장르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적 접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역 전반을 무대로 활용하려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굉장히 감사하게도, 활동을 하다 보니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계속 만들어졌다. ‘우리가 지역문화를 바꿔야겠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야겠어’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 일은 내가 할 일도 아니고 내 역할을 넘어서는 부분이다. 

한 장르에서 스타가 되는 것도 좋지만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적인 실험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우리의 시대적 책무가 아닐까 싶다. 예술이라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와 모습들인데 이러한 것들의 가치를 소중하게 다루고, 잘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런 역할들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다. 

Q. 현재 인디053이 해오고 있는 활동들은 무엇인지?

대구본부에서는 초창기부터 해오던 음반제작과 공연 기획을 계속하고 있다. 다음주 일요일에 ‘이스트락 페스티벌(동아시아문화도시선정기념으로 중앙로 차 없는거리, 반월당 특설무대에서 진행)’이 개최된다. 다양한 축제도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경북본부에서는 지역문화 프로젝트, 공공문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칠곡군의 인문학 마을 조성 사업이다.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발굴해서 그 마을만의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이다. 예를 들면 한글을 모르셨던 분들이 한글을 배워 배우가 돼 연극단을 꾸리게 됐다. 현재 그 마을은 연극단부터 시작해서 마을축제의 개념으로 연극제를 진행하고 있다. 마을이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마을에서는 유휴공간을 카페로 활용해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관광객도 맞이하고 있다. 총 25개의 인문학 마을이 있는데 그중 9개는 아파트이다. 아파트에 있는 어린이들이 전통마을에 가서 농촌체험을 하고 전통마을에 있는 어르신들이 아파트로 가서 농산물을 파는 등 지역 간의 소통을 활성화시키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Q.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하 김광석 길)의 최초 제안자이자 기획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김광석 길의 기획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술을 마시다가 재미로 해보았다. 진짜다.(웃음) 좋아하는 뮤지션을 길에다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된 일이었다. 2010년 11월에 김광석 길을 열었는데 그 해 1월에 인디053은 ‘방천시장 문전성시’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팀 중 하나였다. 그곳의 프로세스는 개별 작가들이 한 프로젝트씩 제안을 하는 구조였다. 그때 우리가 제안한 것이 김광석 길이었다. 프로젝트 참여 당시 가수 김광석이 대봉동 출신이라는 것은 알았다. 현재 김광석 길이 위치한 당시 방천시장 근처 길이 김광석의 음악과 잘 어울렸다. 쓸쓸하고 고즈넉하며 어둑하고 버려진 공간이었다. 벽화를 어떻게 그릴지 구상하고 고민하던 중 경북대 조소과 출신의 손영복 작가가 자기도 김광석을 좋아한다면서 같이 그려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해 진행하게 됐다. 

  

Q. 최근 대구광역시 중구청에서 추진 중인 김광석 길의 재정비 사업에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어떤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나갈 생각인지? 

우리는 중구청의 김광석 길 재정비 사업을 ‘관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 이번 사업 공모를 하게 되면 김광석 길의 모든 저작물 저작권은 중구청 소유가 되고 관리, 운영 그리고 폐기, 철거에 대한 권리도 중구청이 가져간다고 명시돼있다. 예를 들면 경북대신문에서 좋은 공연기획을 만들었는데 경북대신문은 학교 측에서 돈을 받고 있으니 학교가 이 콘텐츠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가져간 것이다. 이것은 ‘김광석 길의 성과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온 성과에 공공자금이 투입되고 어느 순간 이것이 민간의 성과가 아닌 행정의 성과가 돼버렸다. 이 사업은 성과를 공유하지 못함의 문제이고 문화 민주주의에 반하는 짓이다. 공적인 영역에서의 성과를 관과 민이 협치해야 하는데 중구청은 이 협력 관계를 깨트린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전국에 상당히 많은데 우리는 예술가가 원하는 것을 알리고 예술가의 몫을 얻어내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책 질의를 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런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Q. 실버 문화페스티벌과 같이 노인 세대를 위한 문화기획도 추진하고 있다. 노인 세대를 위한 문화기획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의뢰가 들어와서 시작하게 됐다. 어르신들과 무엇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고, 시대가 그런 일들을 필요로 해서 맡게 됐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문화의 역할이 굉장히 필요해지고 있다. 촛불집회에 가보면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거기에서 쇼(Show)를 한다. 그것이 사회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다. 문화적 욕구가 충만한 어르신 세대와 파트너가 된 것이다. 

Q. 청년학교 등 미래의 문화기획자를 길러내는 교육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문화의 미래세대를 길러낸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문화기획자는 21세기 우리 지역에서 필요한 업종이다. 우리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문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문화기획이라는 것이 꼭 공연장, 전시장 예술가와 관객들을 이어주는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보편적 형태의 문화를 실현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문화기획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미스매치가 되고 있다. 

또한 우리사회가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것의 핵심이 문화기획자 혹은 매개자를 기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가 풍성하려면 예술가가 필요하고, 홍보해주는 언론도 필요하고 예술가에게 돈을 지원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 사람들이 다 문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상황에서 이 전체를 아우르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들을 만나게 하고 엮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나 문화기획자의 역할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 문화기획자에 관심을 가지게끔 하는 일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Q. 지역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지?

특히 김광석 길을 기획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람이든 동네든 지역이든 간에 나의 노력으로 인해 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한글을 모르셨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서 연극단을 만들고 서울, 제주도에서 공연을 했다. 문화는커녕, 눈 뜨면 들판에서 일하고 해지면 돌아오는 일상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본인의 이름으로 문화활동을 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삶이 바뀌는 것이다. 그런 활동들이 모여 동네가 바뀌어 가는 모습도 무척이나 신기하다. 직원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신기하고 보람있다. 이들도 얼마전까지는 한 명의 대학생이었을 뿐인데 지금은 어엿하게 자기사업을 펼치고 있다.  

Q. 인디053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지?

지금 인디053은 좋은 ‘일반직장’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문화기획자라고 얘기를 했을 때 ‘아, 그런 일을 해?’라는 답을 들을 수 있는 직장이 되길 바란다. 제가 얘기하는 일반직장이라는 것은 ‘때 되면 월급과 보너스가 나오고 휴가가 있는 평범한 직장’이다. 일차적으로 우리는 그런 직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를 얘기하자면 문화생활이 조금 더 보편적인 것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최대 라이벌은 막창집이다. 직장인은 퇴근을 하면서 ‘오늘 저녁 뭐 하지?’를 고민할 때 막창집에 가서 소주 한 잔을 하는 것이 낙이다. 그러면 2, 3만 원가량 들어갈 텐데 오히려 그 비용으로 문화생활을 영위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학생의 경우도 ‘PC방 갈까?’처럼 ‘공연이나 보러갈까?’가 돼야 한다. 즉 현재 가장 보편적인 즐길거리들이 우리의 경쟁자이다. 문화생활을 벼르고 별러서 하는 큰 일로 여기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인디053 로고

▲오는 24일 개최예정인 ‘2017 이스트아시아락페스티벌’ 포스터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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