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기자의 전공이 고고인류이듯 내 전공은 토목공학이에요.” 전공을 살린 직장 업무도, 미식축구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신경창 감독(공대 토목공학 87). 대학 시절 본교 미식축구팀 ‘오렌지 파이터스’의 주장으로 활동하고 졸업 후에는 회사를 다니며 레드스타즈(본교 미식축구 OB팀)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2000년 김치볼 우승팀 레드스타즈 주전 러닝백 ▲2003년 제2회 미식축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의 한국 대표팀 주장 ▲2007년 김치볼 우승팀 피닉스 감독 등 미식축구와 함께 오랜 길을 걸어왔다. 현재는 대한민국 미식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GS건설 영남지사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Q.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단거리·중거리 달리기 대회에 참여하는 등 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 와서도 자연스럽게 운동을 계속하게 됐다. 운동 중 미식축구를 택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있다. 주로 수업을 들었던 공대 2호관에서는 운동장이 잘 보였는데, 운동장에서 누군가 훈련을 하는 모습에 ‘아, 나도 같이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장 운동장에 뛰어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게 본교 미식축구팀 ‘오렌지 파이터스’와 함께하게 된 첫 순간이었다.

Q. 오렌지 파이터스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오렌지 파이터스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서 졸업도 늦게 할 만큼 애착이 많았다.(웃음) 8년 가까이 대학을 다니면서 오렌지 파이터스의 주장까지 하고 나왔다. 오렌지 파이터스로 활동했던 매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팀의 징크스를 깬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0년 가까이 경상대학교를 이기지 못한 것이 징크스로 남아 있었는데, 이 징크스를 깨고 경기에서 우승한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Q. 본교 미식축구팀이 대학 리그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활동을 시작한 87년도에는 오렌지 파이터스의 초창기라서 선배들의 지도나 지원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렌지 파이터스를 졸업한 선배들 중 미식축구계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후배들에게 꾸준히 후원도 하고 있다. 오렌지 파이터스에 좋은 감독님들이 많은 것도 본교가 대학미식축구의 강자인 이유가 아닌가 싶다. 내가 오렌지 파이터스 활동을 하던 당시 감독을 맡았던 교수님은 교단에서 은퇴하신 후에도 감독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Q. 미식축구를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

우리나라에서 미식축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김치볼’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김치볼은 미국의 슈퍼볼(Super Bowl)을 본떠 만든 국내 미식축구의 왕중왕전이다. 슈퍼볼 이름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으니 우리나라 식으로 바꿔 김치볼이 된 것이다. 나는 김치볼에 선수로서도 우승을 해봤고 감독으로서도 우승을 해봤다. 그래서 그 순간들이 가장 기분이 좋았던 때다. 

Q. 미식축구를 하면서 힘든 것은 무엇이었는가?

운동선수에게 가장 힘든 것이라면 단연 부상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을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부상도 입지 않았다.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평소 체력 단련을 열심히 해왔다. 회사에 취직한 이후에는 일과 미식축구를 병행하는 것이 조금 힘들기는 했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상대팀의 경기 영상을 보고 상대팀에 대한 연구가 끝나야 잠에 들었다. 직장과 미식축구 양쪽 모두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바쁘게 살아왔고 지금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이지만 나는 그걸 더 잘 활용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직장과 미식축구 두 가지 일 때문에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해 좋은 아빠는 아닐지도 모르지만.(웃음)

Q. 미식축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식축구의 매력은 11명 모두가 함께 하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선수 각자의 역량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미식축구에서는 특히 11명의 합이 중요하다. 11명이 한 가지 작전에 따라 동시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스포츠인 만큼 미식축구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모든 스포츠에서 전략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특히 미식축구의 경우 전략이 경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팀워크를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Q.한국의 미식축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식축구계는 돈에 대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직접적으로 후원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일본이 전세계 미식축구계에서 2위를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미식축구협회에서도 이제는 기업 쪽에서 후원을 받아보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미식축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훈련 또한 태릉선수촌에 들어가는 등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감독 모두 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본업을 두고 하는 것이기에 금·토·일요일에만 훈련을 할 수 있다. 다른 날에는 각자 체력을 키우는 등의 방식으로 훈련을 한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본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아들도 경북대에 다니는데 자식에게 한 마디 전한다고 생각하고 말해보겠다. 지금은 내 전공 하나만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정도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도전하면 좋겠다. 여러 방면에 관심을 가진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나의 미식축구 활동이 직장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전공뿐만 아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중 한 가지 정도에는 더 도전해보고 열심히 해봤으면 좋겠다. 분명 그 일을 통해서 자신의 분야에 도움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류승혜 기자/ysh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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