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대구에 주소지를 두고 입학한 본교 신입생 수는 2,402명이었다. 전체 입학자 4,979명의 48%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치로, 이들 중 대부분은 등하교를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최근 SNS 등에서 본교 통학생들의 고통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본지는 대구캠퍼스로 매일매일 통학하는 이들의 삶이 어떠한지 살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짚어나가고자 한다●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새벽 6시, 아직 해조차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이지만 D 씨의 하루는 이미 시작됐다. 능숙한 솜씨로 이불을 정리한 그가 등교를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시간은 6시 40분. 남은 시간동안 아침을 먹고, 7시에 집을 나서면 7시 8분 버스에 바로 탈 수 있다고 했다. 한두 번 타 본 솜씨가 아니다.

D 씨는 경산시 진량읍에서 출발해 영남대학교 앞에서 버스를 갈아 탄 후 북문에서 내린다. 장장 2시간에 가까운 여정이다. D 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하자 그는 가벼운 미소를 띠며 기자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이제 저의 고통을 맛보게 될 거에요.”

그런데 이날은 문제가 생겼다. 7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D 씨가 화장실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5분 후 가까스로 집을 나설 수 있었지만 버스는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 텅 빈 버스정류장에서 D 씨에게 심경을 물었다.

“가끔 이럴 때가 있어요. 오늘은 다른 이유 때문에 늦었지만 갑자기 사람이 많이 탄다든지, 길이 막힌다든지 해서 갈아탈 버스를 못 타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다음 버스가 금방 오는 것 같으니 잘 하면 8시 50분까진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학교 도착까지 1시간 반 이상 남았지만 언제쯤 자신이 버스에서 내릴 수 있는지를 순간적으로 계산해낸 것이다. 

환승을 위해 D 씨가 영남대 정류장에 내렸다. 영남대부터는 719번 버스를 탄다. 반야월을 거쳐 동촌, 대구공항을 지나는 노선이다. D 씨는 “한 달 교통비가 6만 2500원이고 왕복 이동 시간이 4시간 이상이에요. 매일매일 버려지는 시간과 돈이 너무 아깝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통학 시간이 길기도 해서 지하철을 타 보기도 하고 경산역에서 기차를 탈 생각도 했었는데 관뒀어요. 버스를 타고 가는 것과 시간상으로 별 차이가 없는데다 환승 과정이 생기니 오히려 더 복잡하고, 사람들한테도 치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통학인가 통학(痛學)인가

통학생은 힘들다. 통학(通學)이 아니라 그야말로 통학(痛學)이다. 사람에 치이고  시간에 쫓긴다. 우선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 차내가 혼잡하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본지에서 실시한 ‘통학생 실태 설문조사’ 결과 통학생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중교통의 혼잡’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응답자의 68%로 ‘장시간의 등하교(69.3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본교를 지나는 11개 노선의 평균 배차간격은 13.6분(최대 간격 기준)으로 짧지 않은 편이다. 도시철도가 지나지 않는 본교 특성상 시내버스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교통 불편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특히 높았다.

대구광역시청 버스운영과 김재열 주무관은 “수요가 증가하여 발생한 혼잡 노선일 경우 증차를 하는 등의 운행 대수 조정 작업을 매년 실시해 혼잡을 해소하고자 한다”며 “다만 대구시에서 민영업체에 투입할 수 있는 재정 지원금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증차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본지 설문조사에 주관식으로 의견을 적어 제출한 한 학생은 “엄연한 시내버스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에 버스가 4대밖에 오지 않는, 가히 살인적 배차가 괴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교를 지나는 노선 중 2015년 노선 개편 당시 신설된 306번 노선은 배차 간격이 14~15분이다. 폐선된 305번 노선이 9분 간격이었음을 감안하면 노선 개편 이후 버스 이용이 더 불편해진 것이다. 김 주무관은 “배차 간격의 조정은 노선마다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2015년도에 937번은 2대 증차되었으며, 성서 방면에서 오는 523번 노선이 신설되어 수요를 분담한 것을 감안해야한다”고 말했다.  

대구 시내버스의 빠른 막차시간 역시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시 당국의 막차시간 연장 조치로 기존 오후 10시 25분이던 기종점 막차 출발 시간이 10시 50분까지 연장되었지만, 버스 운행종료 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11시 30분으로, 중간에 멈춰서는 버스의 수만 늘어난 셈이 되어버렸다. 달서구에서 통학하는 이솔(예술대 미술 15) 씨는 “학과 특성상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버스가 일찍 끊겨 밤 10시만 되어도 헐레벌떡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가야하고, 버스를 타지 못해 학교에서 밤을 새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D 씨는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로 2시간 거리니 언제나 2시간 이상을 염두에 두어야 해 술자리가 있을 때도 8시 반이나 빠르면 8시에 나와야 했다”며 “매번 일찍 집에 가는 탓에 나중에는 D데렐라라는 별명이 붙어있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주무관은 “운행시간 연장에 대한 요구가 있어 수요를 파악해 본 결과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시간대의 수요는 낮은 편이었다”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건상 실질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 셔틀버스 노선의 축소도 문제다. 셔틀버스의 경우 2012년 말까지 신천역, 대구은행역을 잇는 셔틀노선 이외에 수성구(범물/지산), 칠곡, 경산, 화원/대곡, 서재/성서 방면을 잇는 대구시내 지정노선이 운영되고 있었다. 2011년 본지가 셔틀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지정노선 이용자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인 61%로, 증편을 요구하고 있었으나 (본지 1473호 기사 ‘본교 셔틀버스 이용자들 만족도 대체로 높아’ 참조) 2013년 1월 도시철도 연계 노선을 제외한 모든 지정노선이 폐지되었다. 당시 학생처장은 통학버스 확대 요구에 대한 수용 한계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학생과 구경모 주무관은 “재정이 넉넉한 타 사립대와 달리 예산이 부족한데다 시내에 위치한 본교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 도로 정체로 인해 노선을 더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재정문제가 가장 큰 난관이라는 것이다. 총학생회나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일정 요금을 징수해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 구 주무관은 “상주캠과 대구캠 간 운행했던 셔틀버스의 경우도 정기권을 사용했는데,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공강시간 휴식공간도 필요해

통학과정에서 받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고령군 다산면에서 통학하는 이선해(사회대 문헌정보 17) 씨는 “아침에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다 버스에서 사람에 치이는 경우가 많다보니 하루가 피곤하다”고 말했다. 

생활관생이나 자취생과 달리, 공강시간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설문조사 결과 통학생들은 공강시간에 도서관(26.96%), 카페(26.52%), 과방(23.48%) 등 다양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공강시간에 시간을 보낼 만한 학내 휴게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77.6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진환(인문대 영어영문 17) 씨는 “생활관생이나 자취생들은 공강시간에 집에 가서 한 숨이라도 자고 오는데 통학하는 사람은 그런 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해결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타 대학교에서는 통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도시철도 2호선이 지나고 시내버스도 본교보다 많은 17개 노선이 지나고 있는 계명대학교의 경우 달서구, 칠곡, 동변동, 복현동, 파동 방면 노선을 운행 중이다. 계명대학교 학생지원팀 박홍의 주무관은 “셔틀버스는 대구 시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학생 복지차원에서 우선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학교 역시 도시철도 연계용 노선과 대구시내, 경산 방면 노선으로 구분해 운행하고 있다. 

본교는 어떨까. 2015년 대구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진행될 당시 제47대 ‘V!VA’ 총학생회에서는 개편안에서 경북대를 지나는 노선이 소폭 감소한 데에 반발해, 시에서 주최한 공청회에 총학생회 차원으로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2015년 1학기 ‘V!VA’ 총학생회 정책위원장이었던 허필윤(사회대 정치외교 08) 씨는 “당시 활동으로 개선된 부분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교통권에 대해 학생뿐만 아니라 본관 측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통학생들은 가장 먼저 셔틀버스의 노선망 확충(59%)을 통학문제 개선을 위한 우선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해 구 주무관은 “본관에서도 학생들의 불편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재정적 문제와 교통 정체 유발 문제 때문에 노선을 확장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현 셔틀버스 노선을 도시철도 각 노선과 연계되도록 설정해놓았으니 도시철도 연계 노선을 최대한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장기적인 시각에서 통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도시철도 엑스코선이 언급된다. 엑스코선은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에서 2호선 범어역을 거쳐 동대구역, 공고네거리, 본교 북문을 지나 이시아폴리스까지 이어지는 총 연장 12.4km의 계획 노선이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말 기획재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를 제출할 예정이다. 

도시철도건설본부 계획과 원중근 계획1팀장은 “올 봄 김상동 총장과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사업이 확정되면 경북대와 협조해 학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기가 멀고,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에 당장의 해결책이 되기에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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