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은 특정 분야의 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OTAKU, 御宅)의 한글 변형어 ‘오덕후’와 어떤 행위를 함을 뜻하는 ‘-질’이 합쳐진 말이다. 무언가에 심각하게 빠져들어 그것을 광적으로 좋아하고 소비하는 행위를 일컫는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 나조차도 무언가를 덕질하고 있다. 특정한 인물이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기도 하고, 뮤지컬이나 연극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건담, 자동차, 카메라, 음식, 화장품…. 그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덕질은 정말 광적으로 혹은 전문적으로 좋아하기보다는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취미생활이 됐다.

최근에는 정치계도 덕질의 대상이 됐다.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각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파동을 일으킨 것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그 이후로 청년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 또한 대폭 증가했다.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로 자신의 뜻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직접 보내기도 하고, SNS로 공론장을 활성화시키기도 하고, 언론이 보도하는 뉴스의 사실 여부를 꼼꼼하게 체크하기도 한다. 2017년 우리 사회 시민들은 능동적으로 정치 상황을 파악하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치 덕질’도 급부상했다. 이러한 흐름은 국민들이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 크게 관심을 갖고, 적폐의 뿌리를 뽑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도움을 준다. 일부는 정당 혹은 정치인의 특징을 담거나 귀엽게 상품화한 ‘굿즈(Goods)’를 사고팔며 본격적인 덕질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맹목적인 덕질로 그 대상을 아예 우상화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모든 정치인과 정당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의 정치인’이 국민의 비판을 살 일을 저질렀을 때에도 그를 옹호하고 맹신하는 것은 정치적 관심을 갖고 덕질을 하는 수준을 떠나, 그를 찬양하는 신도의 수준에 가깝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맹목적인 덕질만큼 위험한 것은 맹목적인 ‘안티’질이다. 시시콜콜한 연예 기사에 무수하게 달리는 악플처럼, 이유 없이 정치인이나 정당을 깎아내리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연예인에 대한 루머를 퍼뜨리고 악플다는 것을 지양해야 하듯, 정치인들에 관한 헛소문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퍼뜨리고 그들을 비방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국민에게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비판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덕질이 위험하듯, 무조건적인 안티질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기에 삼가야 한다.

덕질을 가장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일을 잘 한다면 칭찬을 하고, 비리나 적폐 혹은 다수에게 피해가 가는 정책 노선을 택하는 잘못을 저지른다면 채찍을 휘두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맹목(盲目), 눈이 멀어있을 때 하는 덕질과 안티질은 자칫 방향을 잃고 다른 길로 새기 쉬우니 말이다.

조현영

기획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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