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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현메아리

비참한 사람들, 완생을 꿈꾸다


▲닉 모리스 감독의 레미제라블 25주년 런던 라이브 공연(영국, 2010년, 178분) 포스터이다.

비참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 도덕적 삶이란 무엇인가
공연의 첫 장면은 1815년 툴룽감옥이다. 남성 중창(Look Down)의 묵직한 울림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각자의 절망에 빠진 죄수들의 소박한 희망을 웅장한 합창으로 들려준다. 그들의 열망은 곧바로 자조적인 후렴구로 이어져, 그들에게 평범한 삶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법의 노예가 된 범죄자들은 그저 수인번호로 기억되는 관리의 대상일 뿐이다. 바로 여기에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함이 각인되어있다. 작가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여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고 있다. 그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고귀함을 실현할 수 있는 도덕적 삶이 가능한 것인가. 과연 사회 제도에 의해 언제나 약자였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절망을 벗어날 수 있을까? 주교의 집에서 은식기를 훔쳐낸 후 ‘Valijean Soliopuy’를 부르는 장발장의 고백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억울함에 휩싸여 슬픔에 빠진 장발장은 유일하게 자신을 인간으로 존중해준 사람의 선의를 저버리면서 수치심에 전율한다. 그에게 다른 인생을 살게 할 용기와 위로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에 대한 메시지는 공연이 전개되면서 강하게 부각된다.

문학이 음악을 만났을 때, 서사는 사라지고 인물이 태어나다
문학 작품이 길고 방대한 서사 구조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탐구를 보여주는 대신, 공연은 각기 다른 인생을 선택했던 인물들의 스토리에 집중한다. 정면을 응시한 배우들의 노래와 섬세한 표정연기로 각각의 인물의 삶을 풀어낸다. 불행하지만 아이를 위해 강인한 여성이 되어야했던 판틴의 노래 ‘I dreamed A Dream’은 그녀의 슬픔과 수치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짧은 노래 속에서 그녀는 비참하지만 비루하지 않은 아름다운 영혼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장발장의 ‘Who am I’와 자베르의 ‘Stars’에서 보면 장발장은 인생의 모든 고통에 대해 자기 성찰적인 고뇌에 빠지는 반면, 자베르는 질서의 수호자로서 이분법적 세계를 설정하고 질서정연한 세상을 지킬 것을 맹세하는 역할을 자임한다. 특히 장발장 역을 맡은 알피 보의 깊고 선량한 눈매와, 자베르 역의 놈 루이스가 뿜어내는 중저음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는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미완의 혁명? 저마다의 욕망을 꿈꾸지만 진실한 인간상
레미제라블을 공연으로 재구성한 작가와 음악가가 보여주고자 한 세상은 무엇일까? 그들이 화려한 음악과 철학적인 대사를 통해 보여준 삶의 모습은 ‘미완’일 것이다. ‘One Day More’는 모든 인물들이 합창을 하며 제각기 자신의 욕망을 분출한 민중의 노래다. 그들의 각기 다른 삶이 다른 결단을 내리게 하는 모습을 표현했지만 때로 그들은 소리 높여 같이 노래하여 다 같이 노예가 아닌 자유의 삶, 인간적인 삶을 살겠다고 한다. 이는 어설프지만 진실했던 삶의 현장에서 인간적 품위를 지키고자 고귀함을 선택했던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몇 번이나 같은 공연을 보았지만, 볼 때마다 마음에 남는 모습이 다른 이유는 심오한 원작의 힘과 문학을 시청각적인 볼거리고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했을 여러 창작자들의 협업의 성과가 아닌가 한다. 이 공연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더 고전의 캐릭터로부터 위로를 얻고 구원을 받았다.


임선민
(인문대 고고인류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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