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시세끼’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희귀한 식재료였던 거북손이 인터넷상에서 동이 났다고 한다. 이 방송은 연예인들이 시골에 고립되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삼시 세 끼를 해결하는 아날로그적인 과정을 보여줄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삼시 세 끼를 손수 만들어 제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그 답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어느덧 우리의 삶은 삭막한 현실과는 달리, 각종 예능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현실 속의 우리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공유하지 못한 체험과 감정들을 예능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전달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저녁과 주말이 없는 삶이 일반화되었지만, 짬짬이 챙겨보는 예능을 통해서 현실에서 포기했던 인간적 가치들을 감동으로 전해 받고 있다.

연애, 결혼, 자식을 포기한 삼포 세대인 젊은이들은 주말 예능에서 가짜 결혼을 한 커플의 일상에 즐거워하며, 썸을 타는 청춘남녀들의 열정에 가슴 설렌다. 뿐만 아니라, 소통이 되지 않는 가족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출현하는 토크쇼를 통해 진한 감동을 받고 잠시나마 자신의 가족의 문제가 무엇인지 가볍게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작 실현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데, 그들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새삼 화목한 가정에 대한 환상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인간의 삶을 전적으로 지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인간의 삶이 슬쩍 예능으로 옮겨 간 느낌이다. 지나친 학업과 업무 부담에 밥 한 끼 여유 있게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설정된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갖지 못한 소소한 기쁨을 대리만족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평범한 사람들조차 자신의 결핍과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가상의 삶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글의 법칙’이나 ‘인간의 조건’과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생존의 최소한의 물건만 제공하고 어떻게 인간적인 삶을 꾸려갈 것인가를 출연자들에게 미션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누구나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이 남의 눈을 통해서 해석되고, 경험되며, 그들이 판단하고 느끼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는 점점 우리의 삶에서 멀어져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가상의 프로그램에 빼앗긴 일상적인 삶의 기쁨, 슬픔, 행복감을 되찾아야 한다. 더 이상 남의 삶을 관찰하며 나의 삶을 회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소하고 지루한 일상이 희화화되고 교묘하게 상품화되면서 우리가 느꼈던 허망한 기대와 무력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온전히 삶의 주인공이 된다면 자연스레 예능의 허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잃어버린 기쁨을 찾아서 나의 현실에 주의를 기울이고, 남이 정해주지 않은 행복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김민정

(공대 건축공학 17)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