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1 - 지방분권의 양면

연재기획 2 -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창용 상임대표 인터뷰

연재기획 3 - 응답하라, 정당 그리고 대학생

대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방분권에 관한 시민운동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구시 차원에서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를 창립하는 등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을 크게 보이는 도시입니다. 본교 서문에서 도보 3분 거리에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는 간판이 달린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사무실이 있죠. 지방분권운동은 무엇인지, 대구경북본부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왜 ‘대구·경상북도’ 본부가 따로 있는지, 2000년대 초반부터 지방분권에 관해 연구하고 활동해온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창용 상임대표에게 지방분권과 대구·개헌·지역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지방분권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A. 경북대학교 인근에 있는 대구사회연구소라는 민간단체에서 지역사회에 뜻이 있는 학자, 전문가들과 함께 활동하다가 지방분권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 우리가 내세웠던 목표는 지역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IMF 직후였기에 수도권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방은 완전히 절벽에 몰린 상황이었다. 기업들과 청년들이 떠나고, 대학의 위상은 급격히 떨어졌다. 시민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다가 지방분권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Q.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의 슬로건인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로고의 의미가 궁금하다.

A. 프로메테우스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던 사람들에게 불을 전해준 것처럼,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큰 의미가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방분권이 불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불을 가지고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과 구상을 기획해보자는 의미다. 로고는 피라미드에서 기인한 것이다. 고대 중앙집권적인 통치사회에서는 피라미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도의 중앙집권적 통치를 했는데, 이를 뒤집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Q. 20여 년 동안 지방분권에 관해 활동해온 당사자로서 ‘지방분권’이 무엇이라고 보나?

A. 원래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권한을 이양하는 것과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자원을 분산하는 개념이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이 민주적 지방자치를 하자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이와 더불어 지역사회, 우리가 생각하는 마을, 읍·면·동까지의 분권을 말하기도 한다. 마을은 행정의 영역이 아니고 주민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두 의미를 포괄해 지방분권으로 정의해서 활동하고 있다.

Q. 2002년 대구에서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전국 최초의 지방분권운동 시민단체로 출범했다. 창립 계기는 무엇인가?

A. 지방분권에 대한 연구와 운동은 다르다. 또 지방분권은 한 지역에서만 지방분권에 대한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전국적으로 함께 해야 의미가 있지 않나. 그래서 2001년 9월에 각 지역별로 ‘지방분권실현을 위한 전국지역지식인 선언’을 하고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방분권운동을 전국화시키는 논의를 한 것이다. 그 후 선언만 할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에 관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자, 2002년 4월에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를 창립했다. 그 이후부터 쭉 활동을 해오고 있다.

Q. 어떤 활동을 하는가?

A. 처음 활동할 당시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당시 대선 후보와 국민협약을 체결하면서 제안한 것은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건설수도특별법 등으로 지역을 살리기 위한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이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됐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안에는 각 시·도마다 ‘지역혁신 협의회’를 만드는 내용이 있는데, 대구·경북권을 통합해서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를 만들었다. 또한 혁신도시를 지어서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을 분산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목소리를 냈다. 특히 지역의 미래를 위한 학술과 교육에 중심을 두고 공공기관을 이전해오자고 제안했다. 평소에는 시민들과 교육의 장을 열어서 지방분권에 대해 알리는 활동 등을 해오고 있다.

Q. 왜 ‘학술’과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A. 국가, 사회, 지역 주민 모두 분권적 의사 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집권적 방식보단 분권적 방식이 확립돼야 인적자원 개발과 연구 결과를 제대로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사회의 자원배분 왜곡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다.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교육대기업’이다. 대학에 미래의 지역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지역대학이 힘을 갖지 못한다면 청년들은 끊임없이 수도권으로 떠나가고, 지역 자체가 힘을 잃을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Q.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창립된 지 15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지방분권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느끼나?

A. 15년 전에 비하면 지방분권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많이 높아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피니언 리더, 언론들의 관심이 그때보다 훨씬 크다. 대부분 언론이 사설과 기사를 통해서 지방분권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 않나. 지방정부도 초기엔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이기만 하면 자치와 분권을 얘기한다. 시민들에게는 아직까지 지방분권이라는 게 조금 낯선 개념일 수 있다.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 대통령이 직접 지방분권에 대한 얘기를 꺼내니 시민들도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Q. 지방분권운동을 하며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

A. 지방분권이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제도임을 확신하게 됐다. 지역사회가 자기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무언가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이 자신에 관한 사안을 직접 결정할 때 진정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분권이 실현된다면 우리 지역의 발전가능성도 높아질 텐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대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는 수준 높은 대학이 많다. 지역 대학들을 잘 키우고 교수와 학생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잘 설정해나간다면 대구가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Q. 대구는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등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와 학회, 지자체 차원에서 지방분권과 관련해 활발히 활동하는 도시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국채보상운동, 2·28학생운동 등 역사적인 운동이 대구에서 많이 일어났다. 대구가 지금은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지역이지만, 과거에는 도전 정신과 기개가 지역 사람들에게 있었다. 최근에는 지역 출신 대통령을 많이 배출하면서 권력에 의존한 경향이 있었다. 독립성이 강한 지역은 항상 진취적으로 나아가는데, 어딘가에 의존하게 되면 발전할 수가 없다. 하지만 과거 진보적이었던 지역 역사와 문화가 남아있고 혁신이 필요하다는 일부 지역 시민들의 의지가 모이면서 지방분권에 대해 논의되기 시작한 것 같다. 이후 시민단체들이 생기고 활동하기 시작하며 지역 인사들, 오피니언 리더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앞으로 대구가 지방분권을 제대로 선도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지역사회, 대구와 경북에 분권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도출해야 하고, 이를 하나의 계획으로 수립해서 합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Q. 개헌 외에 지방분권에 관해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

A. 개헌이 가장 크게 논의되는 이유는 헌법이 우리나라 최고의 법이기 때문이다. 헌법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부분을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고 규정해버렸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기결정권을 잃고 힘을 쓸 수 없게 됐다. 4천 개가 넘는 법령이 있는데 그 안에서 조례를 제정하도록 하니 지방자치가 쉽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개헌이 크게 논의되는 것이다. 그 외에 우리가 현 정부에 제안하는 것은 지방분권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기구와 체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권정책이 실현됐을 때 직접 영향을 받을 지역 주민들이 입장을 표명할 추진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점이 잘 안 돼 있는 상황이다. 개헌 전에 지역과 연계한 지방분권 추진 체계를 만들고 지방분권 특별법에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

Q. 지방분권 개헌 과정에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아직까지 정책 결정 과정에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하는 제도가 미비하다.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틀이 없다. 우리는 이번 개헌안에 국민이 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넣고자 한다. 국회가 발안된 법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국회의원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소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헌법에 담고자 하는데 막상 현재 논의 과정에는 국민 참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서   전국 순회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지역 순회를 하려 한다. 개헌에 관한 국민 원탁회의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해서 국민들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보자는 취지로 준비하고 있다. 전국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함께 ‘국민 주도 헌법 개정 전국 네트워크’ 준비위원회도 만들었다. 국민들이 참여해서 개헌안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하자는 취지다.

Q. 여러 지역에서 지방분권운동 본부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과는 어떻게 연대하고 있나?

A.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이라는 단체에 전국의 지방분권운동 관련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직전 이 단체를 만들어서 그때부터 자료를 모으고 각 지역 단체들과 연대해오고 있다. 지방분권은 전 국가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지역들이 함께 모여야 한다. 전국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가 연대하는 의미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Q.  대부분의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거나 지역의 ‘인프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확립된다면 지역 일자리 문제, 수도권과의 간극 등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A. 국민들이 쉽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너무 중앙집권화 돼 있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지역 청년들의 경우는 더하다. 관(官)주도가 아닌 민(民)주도의 구조 위에서 청년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청년층, 특히 대학생들도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지역사회와 정부에 알려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몇몇 학생들을 중심으로 체계를 구축해나가면 된다. 지역사회 내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교통 등의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청년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이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기획해야 하고, 제도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대학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Q. 지방분권 확립을 통해 궁극적으로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A. 지방분권운동은 국가 운영시스템을 새롭게 혁신하자는 것이다. 마을, 읍·면·동 단위에서부터 지역사회를 움직여, 최종적으로는 지역사회가 시민들의 힘으로 운영되고 시민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공동체의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수도권 도시가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 거점이 대학이 돼야 한다. 지역 대학이 성장하면 지역사회의 발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자신의 지역에서 자신의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꾸준히 말하고 있지만, 지역 문제를 지역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점이다. 대구·경북에서 이런 사회가 실현되는 것이 우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의 희망이다.

조현영 기자/jhy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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