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일본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본의 각 지역 내에서의 지역신문의 위력이었다. 히로시마 시내를 오가는 도중 ‘중국신문(한자에 적힌 대로는)’이라고 쓰여있는 커다란 간판을 보게 됐다. 여행을 안내해주시던 히로시마 국립대학교의 이동석 교수님이 히로시마 지역의 제1 신문이 저 신문이라고 알려주셨다. ‘중국’으로 표현되는 (우리나라로 치면 중부지방) 지역에서는 그 신문이 가장 많은 부수를 찍어낸다는 것이다. 지역지가 그 지역의 제1 신문인 현상은 히로시마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었다. MBC 일본 특파원 생활을 해오신 박장호 기자를 만났을 때도 그 얘기가 나왔다. 일본의 각 지역에서는 지역신문이 지역 언론 시장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런 사실을 접했을 때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상황 때문에 놀라웠고 궁금해졌다. 

우리나라는 어떤 지역을 가든 조중동한겨레경향 등으로 대표되는 전국지가 가장 많은 부수를 올린다. 그에 반해 한국 지역신문의 현실은 참담하다. 현재 한국의 지역신문은 대표신문 한두 가지를 제외하면 생존의 문제에 처해있다. 대구의 경우 매일신문, 영남일보가 대표신문으로 있지만 그들도 힘이 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저 지자체의 보도자료나 홍보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어용 언론화된 곳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찌 보면 그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이 지역신문이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도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국가에서 벌어지는 거대 담론들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은 그 지역사회의 활력을 위해서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지역지가 힘을 잃은 모습 또한 중앙 집중화의 한 단면이라고도 볼 수 있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지방분권이 이뤄지기 힘든 이유로도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정책기조로 내세우고 헌법도 지방분권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지방분권이란 단순히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이다’라는 조항을 넣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법조항을 바꾸는 제도적인 일은 지방분권의 작은 부분일 뿐이고 분권을 위한 지역의 기반이 다져지는 것이 정말 본질적인 문제이다. 지자체 권한의 독립, 경제적 자립 등도 중요한 기반들이지만 지역사회를 감시하는 눈이라고 볼 수 있는 지역신문의 힘이 커지는 것도 큰 하나의 축이라는 생각이다. 법에 명시된 것을 넘어서 지방에 대한 기반을 다지는, 지방의 힘을 키우는 사회적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지가 가진 힘의 차이가 지방분권의 좋은 사례로 알려진 일본과 중앙 집중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당당히 서 있는 ‘중국신문’ 간판이 너무나 부러웠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지역지도 그 지역의 ‘간판’신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민호 

취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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