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1 - 지방분권의 양면

연재기획 2 -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이창용 상임대표 인터뷰

연재기획 3 - 응답하라, 정당 그리고 대학생

최근 뉴스를 보면 ‘지방분권’이란 말이 자주 나옵니다. 분권은 뭘까요? 말 그대로 권리를 분할하는 것, 어떠한 권한을 하나에서 둘로, 또 열로 나누는 것입니다. 어라. 분권이면 분권이지, 그러면 지방분권은 또 뭘까요? 우리나라는 왜 지방분권에 이렇게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대체 그 이유가 뭐죠? 이제부터 ‘지방분권’이란 과연 무엇인지, ‘개헌’은 왜 함께 언급이 되는 것인지 같이 알아봅시다●

조현영 기자/jhy16@knu.ac.kr

지방, 중앙과 분리됐으면 해

지방분권의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그 등장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자원 대부분이 수도, 서울과 경기도 권역에 집중돼 있는 중앙집권적 행정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과 그 외 지방의 격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오죽하면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이 수도권 위주로 돌아간다. 이러한 가운데 점점 쇠퇴하고 있는 지방이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지방분권’이다. 

지방분권은 중앙집권 행정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도·시·군 등 각 지방정부가 스스로 자신의 지방에 관한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중앙정부에서 독점하는 입법·행정 등의 권한들을 지방정부에게 분할하는 것이다. 지방정부들은 지방 내에서 진행될 사업, 기업 유치 등에 대한 결정권과 세원(稅源)을 갖게 된다.

지방분권이 확립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이점으로는 ▲각 지방의 특성과 실정에 맞는 행정 업무 수행 가능 ▲직접민주주의에 비교적 가까운 민주적 통치 및 통제 방식 실행 ▲지방 주민들 간의 소속감 고취 등이 있다. 김형기 교수(경상대 경제통상)는 “지역 시민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내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가까운, 나를 가장 잘 아는 정부가 처리하는 것”이라며 “중앙정부보다는 도·특별시·광역시가, 시청보다는 구청이, 구청보다는 주민센터가 지역 시민들과 더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지방정부가 시민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만족도를 높일 만큼 강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정책들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듯, 지방분권 확립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크게는 ▲각 지방마다 다른 행정체제로 인한 국가 행정 통일성 저하 ▲국가적 위기 발생시 통솔의 어려움 ▲지방정부의 재정적 자립 어려움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지방분권이 확립된다고 해서 국가적인 갈등이 생기고 분열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다만 각 지방이 독자적으로 발전할 경우 지방과 지방 간의 협력이 잘 되지 않을 우려는 있으므로 지방정부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세원 60% 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지방분권이 확립된다면 비(非)수도권 지역은 재정난에 시달리게 될 우려도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게 스스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자율적인 재정권을 부여하되, 지방재정조정제도·공동세 등의 제도를 통해 각 지방마다 일어나는 세원 격차를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분권은 그 방식 또한 여러 가지로 나뉜다. ▲권한분산, 행정분권(중앙정부가 인사·조직권 등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한 후 중앙정부의 감독 하에 행정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방식) ▲자치행정, 정치분권(지방자치단체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에서 주민이 ‘선출’하는 것으로 이양하는 등 독립적으로 통치권을 행사하고, 자주적으로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인 지방분권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형태는 권한분산 형태에 가까운 수준이다. ▲사무 업무에서는 국가사무가 70%, 지방사무는 30% 정도이고 ▲재정의 경우 국세(중앙정부 차원에서 징수하는 세금)가 80%, 지방세(지방자치단체가 주민에게 징수하는 세금)는 20%에 불과하며 ▲입법의 경우 지방정부가 제정할 수 있는 것은 조례 수준이고, 그마저도 조례의 상위법인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지역의 상황에 맞는 독창적인 조례를 제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방정부를 조직할 때에는 대통령령에 따라 지방정부의 행정기구·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지켜야 하므로 자율권이 없다. 하세헌 교수(사회대 정치외교)는 “현재 우리나라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역할, 기능이 아주 축소돼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일을 하려고 해도 중앙정부의 허락이 필요하고, 지방정부의 재원이 부족하다보니 중앙정부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헌법, ‘지방분권’을 보장하라

그렇다면 지방분권과 함께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분권 확립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헌법에 지방정부의 권한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에 대한 기본원리를 나타내는 우리나라 최상위법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 김수연 센터장은 “헌법에 우리나라의 정체성으로서 민주공화국·국민주권의 원칙과 함께 국가조직 및 운영의 기본원칙으로서 ‘지방분권국가’임을 천명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지방정부’로 바꾸고, 이에 걸맞는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 자주재정권을 보장함으로써 지역의 문제를 가장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처리하게 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기 교수는 “지방분권이 확립된 국가들 중에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지방정부들이 모여 하나의 국가를 만드는 구조인 ‘연방제’를 채택한 나라가 많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확립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헌법을 바꿔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왜 헌법에 지방분권 확립에 관한 항목을 명시하지 못했던 걸까?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앙집권체제가 길게 유지돼 온 나라”라며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기득권, 중앙집권체제 덕에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지방분권 확립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개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개헌안 준비 과정에 있어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루트가 적고, 지방분권 개헌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대로 개헌 준비를 한다면 ‘일방통행’ 개헌 추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원내정당들 간에 통치구조에 관한 쟁점들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권 확대 및 지방분권 등 주요 개헌 쟁점들이 묻힐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김 센터장은 “개헌에 대한 국민참여기구가 신설돼야 한다는 것에는 적극 찬성하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국회의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전국 권역별로 국민대토론회를 진행 중인데 이에 일반 국민들,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참석해야 원활한 의견 수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방분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세헌 교수는 “국민들에게 지방분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거나 침투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지방분권이 확립되려면 지방 주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개헌 과정에서 국민참여에 관한 우려가 있다면 우선 주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게 일차적일 것”이라며 “정치가들, 지방분권 관련 활동가들도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여러 사람에게 개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과 청년이 당면한 현실, 지방분권은 답이 될 수 있다

‘대구’에 미칠 영향은?

대구는 지방분권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반응한 도시다. 2002년 민간 차원에서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창립되고, 정부 차원에서는 201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구광역시 지방분권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민(民)과 관(官)이 모두 능동적인 활동을 해왔기에 지방분권 선도도시로 꼽히기도 한다. 하세헌 교수는 “대구는 1980년대 이후 점점 더 더디게 발전했고, 현재는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경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우리 지역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서 김형기 교수를 중심으로 지역 교수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고, 이로 인해 대구가 지방분권에 관해 크게 발전한 듯하다”고 말했다.

만일 개헌으로써 지방분권 체제를 확립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본교가 위치한 대구광역시는 과연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다소 교과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개헌으로 지방분권의 토대를 닦은 후에는 주민들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만일 개헌이 되면 대구에도 입법권과 행정권이 이양될 텐데, 그렇다면 개헌 이후 유권자들은 대구시장·시의원·구청장 등 대구를 이끌어나갈 정치인들을 혁신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로 뽑아야만 한다”며 “지방분권의 영향은 10년, 20년 후에 더 크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인 현재 대학생들도 유권자로서 인식을 갖고 지방분권 이후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 또한 “개헌은 하나의 기반을 갖추는 수단이기 때문에 개헌이 됐다고 곧바로 지방이 발전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지방 사람들이 자의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으니 이후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것인가는 지방 주민들과 정치가들의 노력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청년’들이 선 기로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비수도권 지방의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청년 인구의 유실이다. 대학,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과 청년 인구를 나날이 잃어가는 지방자치단체 모두 시름이 깊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순형(글로벌인재 12) 씨는 “지역 청년은 ‘청년’이라는 불안정한 세대로서의 불안감과 수도권 집중화로 활력이 죽어가는 ‘지역민’의 괴로움을 이중으로 가진다”며 “이는 지역 청년들에게 ‘지역에 남아있다’는 열패감을 주고 수도권으로의 이동을 목표하게 하며, 종국에는 ‘서울은 옳고, 지역은 그르다’는 관념을 갖게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방의 청년들은 왜 지방을 떠나야 했나?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구는 최저임금 미준수율이 전국 16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고 이는 대규모 사업장이 아닌 소상공인 사업장 중심의 대구 지역경제를 반영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소득증대를 가장 보장하기 어려운 지역 중 하나가 대구다”고 말했다. 문화 인프라 구축 수준 또한 서울의 각 문화(문학, 시각예술, 국악, 양악, 연극, 무용 등) 인프라 총합이 600이라면 부산은 106.4, 대구는 63.7에 그치며 충북은 15.3일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방 청년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분권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세헌 교수는 “지방분권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개헌을 통해 제도화된다면 지역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나 문화 시설 등을 충족시켜줄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지방분권을 통해 각 지역이 독자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든다면 청년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모해갈 것이다”고 말했다. 정 씨 역시 “현재 지방분권 운동의 목표는 지역 주민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되돌려주는 것”이라며 “개헌이 된다고 해서 지역 청년 문제를 비롯한 지방의 모든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단위의 자구책 강구를 위한 지역으로의 결정권 이양은 필수적인 선제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지방분권, 결국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지방분권’을 알리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지방분권을 실현하려면 많은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다. 이로써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방 주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을 때,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제도화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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