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가의 여름방학은 어느 때보다 무덥고 바빴다. 본교 관련 SNS를 한참 뜨겁게 달궜던 것은 ‘한국대학교’였다. 갑작스레 지역신문에서 각 지역의 거점국립대가 한국대라는 이름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내용이 보도된 것이다. 그것도 소문의 출처는 본교였다. 이후 다른 언론들에서도 이와 똑같은 내용을 실어 나르면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일파만파 퍼졌다. 소문을 접한 학생들은 대학 측이나 다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얘기라고 불안감을 표하고, 본관과 학생 대표 측의 즉시 대응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대는 각 대학 실책임자 사이에서 ‘국립대 네트워크’라는 정책 연구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등장한 루머에 불과했다. (이번 호 1면 관련 기사) 그럼에도 일련의 사건에서 두 가지를 주목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국립대 네트워크의 향방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국립대 통합 논의는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다만 각기 다른 대학들을 일괄적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뿐이다. 이는 당장 국립대 네트워크를 통해 국립대 통합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시작된다고 해도 ‘한국대’까지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실행되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말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현 정부 정책과 국립대 네트워크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대학의 숨통을 조였다. 현 정부는 이러한 퇴행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겠다고 한다. 자율권을 보장하고 지방에 권력을 분산시키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어디까지 대학의 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까? 경직화된 국립대들은 과연 장기적인 시각에서 상호보완적인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까? 아직 의심스럽지만 지역대학의 체질 개선이 곧 학생의 처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이 전시행정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두 번째, 논란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대학과 학생의 관계다. 대학이 무언가를 결정하면 학생들은 뒤늦게 알게 되고 이미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4년 지나면 나갈 건데 무슨 대학의 주인이고, 대학 운영에 관심이나 있겠어? 다 학생들 좋으라고 하는 거야.” 이러한 생각으로 학생의 의사를 경시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국립대의 주인은 나라이지만 대학을 진리의 전당으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주체는 학생·교수·교직원 모두이다. 한국 대학사회에서 비교적 갑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이를 쉽게 망각한다. 그런데 사실 학생들도 주체로서의 권리를 마땅히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학이란 공간에서 각자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구성원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말할 수 있지 않은가? 80%가 직접선거를 해야 한다고, 55%가 구성원 모두 동등한 비율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대학공동체의 한 주체로서 무엇이 올바른지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당당하게 대학에, 이 신문에, 대학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고 싶다고 요구해주시기를 바란다.

김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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