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에서 싹이 나…GO! 줄기가 앞으로 아싸~ 꽃이 피고~ 예이에에에” 창녕 우포늪 생태관에는 관람객들에게 으레 하는 해설 방식이 아닌 ‘생태춤’이라는 색다른 방법으로 식물과 자연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포늪 생태관 노용호 연구관(일반대학원 경영 98)이다. 우포늪의 자연을 형상화한 생태춤은 우포늪에 대한 노 연구관의 깊은 통찰을 담은 ‘자연 해설’의 한 방식이다. 습지춤, 마름춤 등 30여 개의 생태춤을 직접 개발했다는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춤 동작을 선보일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Q. 생태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생태와 춤이 융합된 것이 생태춤이다. 동물과 식물, 자연의 생태를 춤으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2007년에 우포늪 생태관이 지어진 후 관람객들한테 해설을 하는데 말로만 설명을 하니 사람들이 재미없어 하더라. 평생에 한 번 올지도 모르는 우포늪에 찾아와서는 등짐지고 “아, 우리 동네 저수지보다 크네”하고 얻어가는 게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나. 이런 사람들에게 재밌고 즐겁게 자연을 설명해주자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내 자신이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 내 춤으로 다른 사람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즐겁다.

Q. 왜 하필 춤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나?

사람의 뇌는 동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해설을 말로만 하면 그 설명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방금 듣고도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게 되더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생태춤을 고안하게 됐다. 또 ‘나 자신이 관광자원이 되자’는 마음도 한 몫 했다. 우포늪도 관광자원이지만 ‘나’라는 개인 역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춤으로 해설을 하는 것이 흔치 않은 방식이다 보니 처음 3년 정도는 미친놈 소리를 듣기도 했다.(웃음) 누군가는 하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방문객들은 정말 좋아하더라. 

최근에는 춤이라는 방식 말고도 생태요가나 연극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생태 연극 같은 경우에는 이미 3년 전에 직접 극본까지 다 짜 놓은 상태다. 언젠가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직접 지역의 특색을 담은 연극을 관광객들 앞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춤을 고안할 때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는가?

춤을 고안할 때 핵심은 최대한 사실에 기반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에 관찰과 연구를 거쳐 약간의 창의성을 담아 동작을 만든다. 

‘마름춤’이나 ‘뿔논병아리사랑댄스’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마름춤은 마름의 싹이 올라오는 모양, 줄기가 앞으로 번져나가는 모양 등을 묘사한 춤이고 뿔논병아리사랑댄스는 수풀을 헤엄치는 뿔논병아리가 행복하게 사랑을 노래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춤이다. 만들어놓은 춤은 30여 개 정도 있는데, 더 많은 생물에 대해 알고 공부를 할수록 더 다양한 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생태춤 때문에 이상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땠나? 그만 두고 싶지는 않았는지?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겼다. 독특하다고 격려해 주는 사람,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웃는 소리에, 이들을 즐겁게 해 주고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에, 나 자신 역시 몰입됐다. 오히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Q. 춤을 통해서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생태춤의 기초 중 하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다. 재미와 교육. 습지에 대해서, 그리고 동식물에 대해서 전문적인 얘기를 해도 재밌고 즐겁게 지식을 전해줄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 또 다른 하나는 철학이다. 물아일체, 우리 자신이 나무·새·꽃·풀이 되자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 자연히 시가 나오고 노래·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자연이 대단한 존재라고 느끼고, 자연에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란다.

Q. 본교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에서 ‘생태관광’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다. 생태관광이란 무엇인가?

생태관광은 생태보존도 하면서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의 관광이다. 기존의 관광과 달리 관광생태의 보존과 지역주민 혜택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연과 지역에 친화적인 관광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인간 위주의 개발과 관광방식이 일상화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생태관광은 다소 이상적인 개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착만 잘 된다면 환경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우포늪 역시 천연기념물 524호로 지정되어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생태문화콘텐츠에 기반한 관광프로그램이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Q. 고향이 우포늪 부근이라고 들었다. 본인이 어렸을 때의 우포늪은 어땠나?

6살 때 우포늪을 떠나긴 했지만 내가 집안의 종손이다보니 자주 내려와 방문하고는 했다. 지금보다는 옛날이 더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포늪에 들어가서 같이 즐기기도 했고, 겨울에는 얼어붙은 늪에서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내게는 추억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연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옛날과는 조금 달라졌다. 그때는 사람들이 샴푸도 좀 덜 쓰고 했지 않나.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요소가 옛날보다 요즘이 더 많아진 상황인 것 같다.

Q. 2007년 우포늪 생태관 초대관장을 역임한 후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포늪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우포늪이란 공간은 일정하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표정을 바꾼다. 새벽의 우포늪과 아침이 다르고 점심과 저녁은 또 다르다. 자연은 매일매일 똑같지가 않다. 어떤 해는 가시연꽃이 많았다가 어떤 해는 그 자리를 마름이 차지하는 식으로 모든 게 매번 달라진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다른 곳이 바로 우포늪이다. 

사실 그것도 현장에 자주 가야지 바뀌는 것을 많이 볼 수 있고 변화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특히 새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기후가 따뜻해져서 그러는지 동남아 쪽에서도 물꿩같이 옛날에는 잘 안 오던 새가 찾아오기도 한다. 

Q. 지금 우포늪에 오면 뭘 볼 수 있나?

지금 우포늪의 주인공을 꼽자면 새 중에서는 물꿩, 그리고 중대백로나 흰뺨 검둥오리가 있고, 수생식물 중에서는 마름이 지금 제일 많다. 운이 좋으면 가시연꽃을 볼 수도 있겠다. 9월 달이 되면 반딧불이도 여기서 볼 수 있고 하순부터 겨울철새들도 찾아오기 시작한다. 다양한 새들과 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살아있는 생태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겠다. 우스갯소리로 호랑이하고 사자 빼고는 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우포늪에서 많은 것들이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포늪에 오실 때 자연에 대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오셨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우포늪하면 무엇을 봐야한다 하면서 유명한 동식물 몇 개만 찾으러 오시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마음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우포늪은 자연관광지이기 때문에 다른 관광지에서처럼 바쁘게 볼거리만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 자연에 대한 시도 가져오고 자연과 하나가 되면서 춤도 추고. 그렇게 우포늪을 즐겼으면 한다.

Q. 우포늪은 본인에게 어떤 공간인가?

나에게 있어서 우포늪은 모든 것을 주는 곳. 많은 것을 주는 아름다운 곳, 마치 어머니와 같은 푸근한 공간이다. 어머니를 실망시키면 안 되는데 자연을 실망시키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우포늪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삶에 지쳐있을 때 사람들이 와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즐거운 마음으로 심신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이 되어 준다고 생각한다. 우포늪이라는 곳은 사실 한 번만 와서는 그 매력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한 번만 오지 말고 여러 번 두고두고 찾아오셨으면 좋겠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Q. 요즘 학생들이 특히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그런 청년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자연이란 게 힘든 친구들을 감싸 안아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오면 물론 낯설고 그러겠지만 자주 오면 올수록, 또 관찰하면 할수록 새로운 분위기를 자기들이 느끼고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같이 오셔서 저한테 생태춤도 배우고, 시도 읽고 그렇게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다. 다양한 부분에서 문화콘텐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오시면 너무 바쁘게 왔다 가지는 말고, 천천히 걸으면서 유심히 자연을 봤으면 좋겠다. 그래도 대구에선 가까운 곳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우선 생태관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첫 번째고, 우리 집안이 살아온 마을에 생태춤 체험관도 만들고 또 주민들과 함께 생태춤 연극도 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로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논문을 쓴다고 하면 도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사회에 봉사하며 내 자신이 우포늪의 관광자원이 되어서 사람들이 와서 활기를 받아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 

우포늪은 보면 볼수록 새로워서 계속 공부해야 된다. 새들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책도 많이 있다. 생태춤에 대한 책을 내자고 했는데 이야깃거리를 쓰는 걸 제때 못 내는 바람에 여태 출판하지 못했다. 그것도 마쳐야 하고. 지역주민들 이야기도 출판해야 하고. 할 게 많다. 부지런해야한다.

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가 직접 노 연구관에게 생태춤을 배워보았다. 춤을 배우는 모습은 본지 페이스북에 업로드 될 예정이다. 기자가 입고 있는 티셔츠는 우포늪의 명물 따오기 티셔츠. 현지조달하였다.

1. 연못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인 마름의 특징을 살린 ‘마름춤’을 배워본다. 마름에서 싹이 돋아날 준비를 하고 있다. 노 연구관이 경쾌한 몸짓과 목소리로 해설을 시작한다. “마름에서…” 움직임이 범상치 않다.

2. 싹이 돋아난 모습을 형상화한 동작이다. “싹이 나… GO! GO”에서 최대한 멋있게 고개를 꺾는 게 포인트.

3, 4. “마름이 뻗어나간다. 뻗어 나갈 때는 어떻게 나갈까? 당연히 즐겁고 기분 좋게 나갈 것이다. 줄기도 뿌리도 쭉쭉 뻗어나간다. 잔뿌리 잔뿌리 예~”

5. “꽃이… 활짝 폈습니다!”

김찬민 기자/kcm17@knu.ac.kr

사진: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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