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럽지 못했던 대학 입시 결과는 대학 1학년을 방황과 혼란의 시간으로 이끌었다. 내 자신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지도 못했고 결국 휴학한 나는 군에 입대한 후 여느 남학생처럼 머리가 다 길지도 않은 상태로 복학했다. 복학 후 막연한 불안감 속에 들었던 첫 수업이 지금 내가 소개하려는 최정규 교수님의 미시경제학이다.미시경제학은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학문이다. 첫 시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빨리 마쳤던 다른 수업들과 달리 최정규 교수님은 추가 수강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남은 수강신청권을 경매방식으로 배분하였다. 나에게는 학문이란 책속에 있는 한 텍스트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학문을 우리 생활에 밀접한 수강신청으로 환원시킨 최정규 교수님이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자 수강신청권 팝니다. 더높은 가격 없나요?” 하며 돌아다니시는 교수님이 괴짜 같아 보였다. 경매방식으로 제한된 자원인 잉여 수강신청권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갔고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오며 어쩌면 경제학이라는 것이 텍스트에 그치지 않고 진짜 우리에게 편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수업 첫날의 신선한 충격에 나는 매우 기대된 마음을 안고 수업에 들어갔다. 큰 강의실에 콩나물시루같이 가득 찬 사람들과 나는 경제학에 빠져들고 있었다. 최정규 교수님은 경제학이라는 텍스트를 넘어선 실용적인 사례를 많이 들어 주셨다. 가령 완전경쟁시장의 균형에서 한계이익이 없다고 한다면 그 없다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많은 주위의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부가 설명해주셨다. 그때 하셨던 설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음 마치 그것과 같죠. 그 뭐죠 그렇죠. 주위에 치킨집 하시는 분들 이렇게 말하시잖아요. 인건비 빼고 임대료 빼고 재료비 빼면 남는 거 없어요. 그 상황이 바로 이 상황입니다 아시겠어요?” 또 한 번은 미국의 드론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드론이라는 것 자체의 매력이 상품 전달의 편의성에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밀접하게 도시들이 이어져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택배회사들이 드론보다 더 빨리 상품을 전달할 수 있으므로 우리에게는 큰 편의성이 없다고 하였다. 이처럼 교수님의 실생활에 적용한 사례에 나는 점점 더 흥미를 느꼈고 누구보다도 경제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 되어 같다. 항상 10분 먼저 가서 자리 잡았고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교수님은 학생들의 학습 환경도 세심하게 고려하셨다. 대형 강의실에 많은 학생들이 있는 만큼 칠판을 이용하지 않고 대형스크린에 직접 태블릿을 이용하셨는데 마치 수업하시는 모습이 EBS에 나왔던 마이클 샌델 같아서 내 친구와 나는 ‘최정규 샌델’이라고 부르며 웃곤 했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습이 계속될 수 있도록 스터디를 조직해주셨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점은 대형 강의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질문을 하시고 열성적으로 돌아다니시며 답변을 듣곤 하셨던 모습이다. 교수님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습’을 하고 있는지도 열심히 확인 하신 것이다.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기 전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저는 여러분들 시험 친 거 조교들 안 시키고 하나하나 다 매기고 왜 이렇게 답을 썼나 생각합니다. 점수가 이상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이의신청은 여러분들의 권리입니다.”나는 그 교수님의 말씀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수백 명이 넘는 시험지를 일일이 다 채점하시는 것도 놀랐거니와 교수님이 가르친 내용이 잘 전달되었는지 시험으로도 확인하신다는 말씀이 정말 학생을 생각해주고 끊임없이 발전하시려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정규 교수님의 미시경제학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 수업이 없었다면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학문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주시고 미세한 부분까지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셨다. 나에게 2015학년 1학기 미시경제학수업은 다시 듣고 싶고 돌아가고 싶은 강의이다. 그때의 기쁨을 다른 학우들도 느껴봤으면 한다. 수업이 끝날 때 마다 성장하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윤여원

(공대 응용화학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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