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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연극을 사랑한 청춘, DUPA에서 만나다

깜깜한 극장 속 한 발만 걸어가면 코가 닿을 듯 가까운 연기자들, 그들이 뿜어내는 충만한 감정과 함께하는 관객까지. 연극의 현장은 관객과 배우가 대면해 감정을 공유하는 장이 된다. 대구대학연극동아리연합 ‘DUPA’는 'DUPA 페스티벌'을 여는 등 대구·경북 소재 대학 연극반의 교류의 장이다. DUPA의 형성 과정과 활동을 돌아보고, DUPA 페스티벌에 참여한 연극반 소속 대학생과 함께 대구 속 대학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구·경북지역 5개 대학의 연극반이 모여 시작된 대구대학연극동아리연합 DUPA(Deague University Play Asossiation, 이하 듀파)는 2008년경에 결성됐다. 듀파는 ▲동아리 간 연극 정보 공유 ▲연극 동아리 간 친목 도모 ▲비주류인 연극 동아리의 부활을 목표로 한다. 현재는 본교 ‘연극반’을 포함해 ▲경일대학교 ‘열린무대’ ▲계명대학교 ‘계명극예술연구회’ ▲대구대학교 ‘비호극회’ ▲대구한의대학교 ▲영남대학교 ‘천마극단’의 6개 연극동아리가 참여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서로 떨어진 환경 탓에 소속 대학들간의 교류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듀파 내에서 자체 행사기획 논의가 시작되면서 ‘DUPA 페스티벌(이하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참여 대학연극 동아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참여 연극동아리의 공연을 하나씩 관람하고, 마지막 동아리가 공연하는 날 각자의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고 교류하는 자리를 가진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페스티벌은 지난 13일부터 28일까지 치러졌고, 총 5개 동아리의 공연이 ▲우전소극장 ▲고도 5층극장 ▲예술극장 엑터스토리에서 진행됐다. 이번 페스티벌은 오는 6월 2일부터 대구에서 개최되는 ‘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를 앞두고 진행되는 ‘대구 극단 대표작 열전’에도 함께했다. 대구 극단 대표작 열전은 대구 전문극단들이 지난 13일부터 오는 6월 11일까지 시내와 대명동 일대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치는 행사로, 관람료를 받지 않는 대신 생필품을 가져오면 취약 계층에게 기부할 수 있다. 듀파 회장 유경민(계명대 체육대 태권도 12) 씨는 “페스티벌을 만들어둔다면 제가 회장을 그만둔 이후에도 듀파가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기획하게 됐다”며 “지역 주민들이나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듀파를 알아줬으면 한다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듀파에는 대구·경북 소재의 대학 연극반이라면 어느 팀이든 들어올 수 있다. 유 회장은 “기회가 된다면 대학 연합팀을 만들어서 크게 ‘한 공연’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개되는 연극반은 가나다순입니다. 
*페스티벌에 참여한 대학은 본교, 경일대, 계명대, 대구대, 영남대입니다. 


경북대학교 ‘연극반’
본교 연극반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창작극 ‘말 다리를 부러뜨리고 추는 춤’을 선보였다. 이 극은 사막 속 말과 말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작가인 우상희(인문대 국어국문 11) 씨는 “주인은 말 그대로 주체이고 말 다리는 개인의 꿈으로 표현된다”며 “‘절필’이라는 말을 장난처럼 ‘말 다리를 부러트린다’고 바꿔서 생각했던 것이 연극의 소재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부원인 전소현(인문대 영어영문 09) 씨는 연극을 집단지성에 비교하기도 했다. 전 씨는 “혼자서 생각했을 때 괜찮았던  것도 제작을 위해 이야기 해보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며 “여러 사람이 모여 연극을 만들어내는 힘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연극반은 한 해에 워크숍 2회, 정기공연 2회를 포함해 4~5회 정도의 공연을 진행한다. 지난 3월에는 ‘제102회 정기공연’을 진행했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동아리다 보니 이때까지 만든 창작극의 주제도 다양하다. 우상희 씨는 “연극반 선배들은 예전 창작극과 지금 창작극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며 “예전의 작품들이 연극으로 ‘해야 하는 일’을 주로 말했다면, 최근의 연극은 ‘무엇을 말하고 싶다’가 많이 대두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본교 주변의 ‘연극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다. 본교 주변에는 ‘아뉴스데이’라는 소극장 하나만이 남아있다. 공연부장 신민승(경상대 경제통상 10) 씨는 “학교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대구 자체의 인프라와 연극 소비 규모가 작기 때문인 것 같다”며 “지금은 관련 인프라가 점점 성장하는 시기라 본다”고 말했다. 

경일대학교 ‘열린무대’
열린무대는 1988년 첫 공연인 ‘소금’을 무대에 올리며 시작됐다. 열린무대 회장 송재환(ICT 융합대학 경영 11) 씨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연극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연극을 전파하고자 하는 뜻이다”고 말했다. 2002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맥을 이을 사람이 부족했지만, 2015년 ‘시즌2’ 로 다시 시작됐다. 송 회장은 “연극반을 시작하면서 새로 각오하는 의미로 시즌2라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연극반 활동을 시작한 반원 이다연(간호대 간호 17) 씨는 연극을 ‘시험’으로 표현했다. 이 씨는 “공연 때 조명을 맡았다”며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단원들의 실력이 느는 걸 보면서 실전 연극이 내 조명 실력을 시험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열린무대는 온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가족극을 많이 선보인다. 올해 처음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선보인 ‘꿈꾸는 별들’은 외계인을 보며 가족애를 회복하는 식구들의 모습을 담았다. 시즌2가 시작한 이후 선보인 ‘행복한 家 ’, ‘사랑하기 좋은 날’ 등의 작품도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송 회장은 “연극이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중 가장 와닿을 수 있는 게 가족극이라고 생각했다”며 “대학생들이 연극을 통해 잠시나마 재미와 동시에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무대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학내 연극 환경을 조성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교내 음향 기기를 빌리려고 했는데 워낙 비싼 기계라 잘 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그때는 인터넷에 있는 조그마한 음향 믹서 기기를 구매해서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계명극예술연구회’
지난 25일 인터뷰를 위해 우전소극장 내부로 들어서자, 페스티벌의 마지막 차례인 계명극예술연구회(이하 계명극회)의 연극 준비가 한창이었다. 계명극회가 이번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연극은 ‘불 좀 꺼주세요’다. 원작은 사랑했던 두 남녀가 헤어진 뒤 중년이 돼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계명극회 동아리 부원들은 이 원작을 기반으로 해서 무대를 꾸몄다. 차분한 겉모습과 대조되는 주인공들의 속마음 분신이 돋보인다. 이와 같이 계명극회는 블랙코미디(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의 하위 장르) 풍의 가족극을 많이 선보인다. 페스티벌 직전에 진행했던 공연 ‘커트’의 경우,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출 청소년들을 돌봐주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서 소외감을 느끼는 딸의 갈등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연극의 매력에 대해 묻자 공연을 준비하던 단원들이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예주(사과대 사회복지 16) 씨는 “평소에 감정 표현이 서툰 편인데 연극은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의 집합체다”며 “그래서 연극을 보거나 참여했을 때 산 정상에 올라간 듯 뻥 뚫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혜원(인문국제대 외국어문학 16) 씨는 “여러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연극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계명극회는 매해 4~5편 정도의 연극을 준비한다. 기성극을 차용하기도 하지만 최근 창작극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대학교 ‘비호극회’
비호극회가 이번 페스티벌에서 준비한 연극은 ‘올모스트 메인’이다. 미국 동부 메인주의 가상 도시인 ‘올모스트’에서 펼쳐지는 남녀의 각자 다른 이야기를 다룬 옴니버스식 연극이다. 비호극회 회장 성기수(인문대 국어국문 12) 씨는 “첫사랑의 풋풋함, 새로운 사랑의 시작, 헤어짐과 만남, 기다림과 같은 장면을 보여준다”며 “관객분들이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비호극회는 매년 정기공연 2회를 기본으로 하고, 방학 동안 준비한 연극을 개강 직후에 추가로 공연하기도 한다. 1학기의 경우 신입생들을 위한 워크숍 공연이 진행된다. 2학기부터는 모든 동아리 구성원들이 참여해 연극을 준비한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성 회장은 “연극을 준비할 때 발성, 발음 등을 비롯한 기초적인 연습부터 무대, 동선과 같은 부분을 위해 6~7주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한다”며 “밤을 새서라도 해야 하는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성 회장은 “연극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대구대에서 연극하면 비호극회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영남대학교 ‘천마극단’
천마극단은 올해 페스티벌에서 ‘아모르파티’라는 연극을 선보였다. ‘아모르파티’는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운명애(運命愛)라고 번역되며, ‘자기 운명의 필연성을 긍정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천마극단은 이번 페스티벌에 ‘돼지 오토바이’라는 기성극에 이 제목을 붙였다. 기형아를 낳게 된 주인공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는 과정을 담았다. 아모르파티의 연출을 맡았던 정재학(문과대 국문 11) 씨는 “작품이 굉장히 심오한데, ‘돼지 오토바이’라고 하면 관객 분들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서 제목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천마극단은 한 해 2회 정도의 정기공연과 1회의 워크숍을 진행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정 씨는 “뿌듯함에 연극반 활동을 해나가지만, 대학생 입장에서 과제나 리포트 등을 함께 병행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 찾아온다”고 말했다.  
천마극단만의 강점을 물어보자 천마극단 총무 강민규(문과대 철학 16) 씨는 “연극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선배들이 많아 합동 공연이나 교류가 우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듀파가 활성화되면서 각 대학이 지닌 강점들을 닮아가는 듯 하다”고 말했다. 
연극의 매력에 대해 강 총무는 “간접적으로 타인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연극을 하면서 관객들이 무언가 얻어갔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부정할 수는 없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knun@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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