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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들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임금의 최저수준을 법으로 정하는 제도다. 내가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4,580원이었다. 그리고 2017년 현재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 2016년도보다 7.3% 인상된 금액이라고 한다. 10년 전인 2006년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3,10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00%, 약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최저임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또한 약 30%에 가깝게 올랐다. 언젠가 이에 관한 기사를 읽던 중 한 누리꾼의 댓글을 봤다. “물가는 30%밖에 안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50%나 올랐다며? 여기서 최저임금을 만 원까지 올려달라고 하는 건 너무 도둑놈 심보 아니야? 물가가 30% 올랐으면 최저임금도 똑같은 비율로 올라야지”
그를 비난하거나 그의 생각을 깎아 내릴 마음은 없다. 그러나 논리의 비약, 변수 설정의 오류 등을 떠나서, 물건의 가격과 노동력의 값을 동일시하는 그 생각이 나에게는 참 아프게 다가왔다.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르자면 물건에 값을 매기는 것처럼, 노동력에도 ‘적절한’ 값을 매기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력과 물건의 가치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의문스럽다. 노동력 또한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노동력을 ‘판매’하는 노동자들은 무엇이 되는가? 뭇 아르바이트생들이 ‘나보다 비싼 커피’에게 존칭을 쓰며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하는 세태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런 의문은 최저임금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들의 ‘취업률 높이기 경쟁’을 보면 대학이라는 곳이 취업시장에 내보낼 ‘특등 상품’을 제작하는 곳인지,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학교’인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취업률이 높은 학과에는 더 많은 장학 혜택과 학생 복지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학과들은 묶어서 통·폐합하거나 방치해버리는 오늘날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확충하자”는 취지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 있다. 과목만 다를 뿐 똑같이 공부를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상이한 지원을 받는다는 데에서 나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떠올렸다. 취업이 잘 되는 값비싼 A등급 상품은 꽃길을 따라, 취업률이 낮은 B등급 상품은 돌길을 따라 가게 되는 컨베이어 벨트를.
“청년들 다 어디 갔냐고, 그러면 중동 갔다고” 한다던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기 시작했다. 새 정부는 노동력의 가치를, 공장화 되고 있는 국내의 대학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가장 중요한 목표는 모든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기초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권, 자유롭게 원하는 공부를 하고 또 가르칠 수 있는 교육권,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는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는 고유의 가치이기에.


조현영 기획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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