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제가 끝나니 여름 문턱이고 이제 학사일정은 기말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의 열망으로 새 정부도 탄생했고, 새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나라다운 나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야 할까? 

흔히들 나라의 구성 요소를 영토와 국민, 주권이라고 한다. 우리 영토는 지금은 군사분계선과 NLL 이남이긴 하지만 여전히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이고, 우리 국민은 여기서 이념적 통일체로 거주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다. 주권재민이다. 주권재민을 이루기 위해 대한민국은 공산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해 왔고 독재와 군부에 맞서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 왔다.

불과 100여 년 전만 봐도, 우리는 일제 침략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을 벌였고 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이념 전쟁을 겪었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올해로 67주년을 맞았고 그 상처는 지구상에 남은 단 하나의 분단국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역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라에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 국민은 힘을 합해 국난을 극복하는 슬기를 보여 왔다. 특별히 부정부패와 독재에 항거한 근현대사는 청년들이 주축이었다. 1960년 당시 자유당 독재에 맞선 2·28 대구학생의거가 그랬고 4·19 혁명 또한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부정부패를 막아섰다. 가깝게는 1970년대 유신 독재의 타도를 외친 부마민중항쟁과 신군부 탄압에 맞선 5·18 광주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역시 그랬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대학생들은 IT산업에 대한 기대와 구직난 등으로 개인의 앞날에 쫓기는 근시안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고자 자신도 모르게 기계화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진정 우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국권 수호에 헌신한 선인들의 노력과 민주화의 염원으로 굴곡진 우리의 현대사를 기억해야 한다. 독립운동과 호국운동, 민주화 항쟁 등 이 모두는 주권재민을 실현하려는 우리 국민들이 온 몸으로 역사를 살아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히 이름 없이 숨진 이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독립유공자와 전몰장병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국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산화한 무명용사들의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잊으면 미래는 없다. 

김수영은 <푸른 하늘을>이란 시에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고 했다. 우리보다 이틀 전에 대통령을 뽑은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개선문 아래 무명용사의 묘에 가서 헌화하고 참배하는 것이라 한다. 그런 전통이 혁명정신을 계승한 프랑스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새 정부는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우리도 무명용사의 정신으로 임을 위한 행진을 준비한다면 올해 6월은 뜻 깊은 호국보훈의 달이 될 것이다. 역사의 상처를 두루 치유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해가는 나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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