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국가·언어를 뛰어넘어 본교의 교수로서 활발한 교육과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19분의 외국인 교수님들이 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 그들이 본 한국의 대학, 학생의 모습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세 대륙 출신의 교수들을 만났다●

William Hunsaker(윌리엄 훈세커) 교수(경상대 경영)

Q.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85년도 20살 때에 교회봉사로 한국에 처음 들렀다. 2년 가량 지내다 미국으로 돌아가서 학업을 지속했고졸업 후, 한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92년도에 한화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한국을 많이 그리워했다. 한국 문화가 나에게 맞았다. 약간 보수적으로 생활해 온 나에게 나이 든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나 남녀 관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 문화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내 고향이 한국이 된 것이다. 한국의 문화가 내 문화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반대로 미국을 가면 문화 갈등을 겪기도 한다.(웃음)   

Q. 다른 교수와는 어떻게 지내나?

잘 지낸다. 매일 테니스장에 나가 교수들끼리 테니스를 친다. 사실은 같은 과 교수들보다 테니스를 같이 치는 교수들하고 더 친하다. 매일매일 부딪치고 같이 놀면서 친해진다. 다양한 과의 교수와 만나면서 다른 단과대학에 어떤 일이 있는지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Q. 본교의 연구 환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립대이다 보니까 연구에 많이 집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 적성에는 강의가 맞다. 학생들과 친해지고 그들의 능력을 개발시키며 취업을 위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나 대학 구조상 교수가 강의에만 집중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 어느 정도는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 물론 연구를 통해 현재의 이슈가 무엇인지 알아야 강의에서 최신 흐름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강의·교육이라는 교수로서 해야 할 3가지 의무에 있어 좀 더 유동성이 있었으면 한다. 말뿐 아니라 공식적으로 보장이 되길 바란다. 강의를 잘하는 사람은 연구를 덜해도 되는 식으로 말이다.  

Q. 교수님께 대구는 어떤 의미인가?

거의 20년 간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이 고향 같다. 초빙교수로 1년 반 동안 본교에 있었던 2007년 쯤 대구에 정이 들었다. 대구로 돌아와 경북대에서 교수직을 맡고 나서는 앞으로 제2의 고향이 대구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대구는 큰 도시면서도 시골같은 느낌이 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아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내 취미 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 인데, 대구는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좋다. 금호강이나 낙동강 강변 도로 코스로 많이 간다. 

Q. 개교기념일을 맞은 본교에 하고픈 말이 있다면?

1970, 80년대에 본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당시 경북대를 졸업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1970, 80년대 국립대는 굉장히 괜찮은 학교였다. 하지만 서울권의 사립대는 올라가는데 반해 국립대는 정체되어 있다. 앞으로 학생들이 졸업할 때 경북대를 졸업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세상은 변해가고 있고 본교도 거기에 따라갈 필요가 있다.

Eric di Luccio(에릭 디 루시오) 교수(자연대 생명공학)

Q.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에 오기 전 아내와 함께 켈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교의 선임연구원으로 있었다. 그러던 중 교수직을 찾게 됐고, 가장 먼저 답변이 온 곳이 본교 의과대학이었다. 경북대 의대는 연구성과가 좋아 해외에서도 알려져 있었다. 의료 관련 연구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으로 왔다가 농대에 교수직을 얻게 됐다. 그 후에 자연대 생명공학부에 외국인 교수가 필요하다고 해 자리를 옮겼다.

Q. 다른 외국인 교수와의 교류가 있나?

물론이다. 외국인 교수의 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 교수 아파트에서 지내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있다. 이웃처럼 같이 피크닉을 가고 술도 같이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외국인 교수의 가족 대부분이 내 딸 루나와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두고 있다. 아이들끼리 같이 놀면서 자연스레 어른끼리도 어울린다. 

Q. 교수님이 본 한국 학생의 특성은 무엇인가?

일단 일을 많이 하다 보니 피곤해보인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삶이란 게 없어 보이고 몇몇은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학에 온 첫 해 한국학생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하루종일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가 대학교에 입학해서 첫 자유를 얻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리고 한국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에 처해 있다. 이때는 정부의 우선된 정책이 생활환경과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복지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이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미 발전했고 충분히 부를 쌓은 나라다. 변화의 속도를 줄인다면 여유를 찾고 창의성 있는 활동을 할 기회가 많이 마련될 것이다. 

Q. 프랑스의 국립대 연합체제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연합체제에는 도시의 성장 속도에 비해 대학들이 상당히 오래되고 캠퍼스 공간을 확장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던 배경이 있다. 각 캠퍼스 별로 전공 분야를 나눠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 체제는 특성화와 전문화를 강화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각 대학마다 추구하는 바가 있는데 그것이 정책적으로 다르면 의견의 대립이 있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한국은 인구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캠퍼스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Q. 개교기념일을 맞은 본교에 하고픈 말이 있다면?

본교는 더 좋은 대학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반이 잘 다져져 있다. 대학의 모든 부분에서 거의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랐다고 생각된다. 학교 차원에서 조금만 더 변화를 하면 발전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Kalyana C. Veluvolu(칼리야나 벨루볼루) 교수(IT대 전자공학) 

Q.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싱가포르에서 박사 후 과정까지 끝내고 여러 나라에 교수직을 지원했다. 그중 네덜란드와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싱가포르 대학의 지도교수님이 한국에 중요한 회의를 다니면서 교류가 잦았고 나에게도 한국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줬다. 그래서 한국행을 택하게 됐다. 

Q. 가족과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가?

사회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것이 크다. 경북대에 온 외국인과 친한 관계를 맺기도 하는데 친해진 사람들이 박사 과정을 지내고 떠나는 경우가 반복되자 아내가 힘들어했다.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이유를 잃어서 지금은 나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 자녀도 국제학교를 보내고 싶은데 웬만한 대학교 학비보다 비싸 고민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교육에 대한 고민은 없다. 지금 knu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 한국어, 영어 둘 다 배우고 있어 만족스럽다. 

Q. 본교 생활 중에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

글로벌 챌린저로 학생들과 인도에 갔을 때 재미있던 일이 많았다. 인도 기차에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한 학생이 사람 사이에 갇혀 기차역에 못내리는 경우도 있었고 남학생들이 여행 기간 동안 입은 인도 전통 복장이 여성용이기도 했다. 제법 어울려서 여행 끝까지 얘기는 안 했다.(웃음) 외국인을 위한 호텔에 갔을 때에는 뷔페에 있던 치킨 한 바구니를 다 먹어치워 관계자가 놀라기도 했고 밤에는 위험해 학생들에게 나가지 말라고 경고 했으나 몰래 도망치는 것을 적발해 혼내기도 했다. 

Q. 왜 인도가 IT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나?

일단 현재의 인도는 성장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다. 20대에서 40대까지 청·장년층의 비중이 높아 앞으로 몇십년은 충분히 많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기초적으로 교육받는 수학수준이 상당히 높다. 10학년(우리나라로는 중학교 1, 2학년 수준) 학생이 대학교 과정 수준의 수학을 다룬다. 그리고 낮은 인건비 때문에 IT 기술을 배우기 위한 교육비도 저렴하다. 내가 코딩 기술을 배울 때 1년에 6, 7만원 정도의 교육비가 들어갔고 박사과정 전까지는 모두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다. 결국 코딩이나 소프트웨어도 쉽고 싸게 구할 수 있어 많은 회사들이 인도로 건너왔다. 그리고 IT업계는 다른 산업과 달리 공장이나 설비 같은 특정한 생산수단 필요없이 사무실과 컴퓨터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인도 내에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Q. 개교기념일을 맞은 본교에 하고픈 말이 있다면?

본교는 전통있는 대학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 시스템이 한국인에게만 맞춰져 있다. 본교의 미래를 위해서 더 국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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