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시대다. 대학이 학문을 탐구하고 연구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시절은 지나고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정신에 따라 사업을 따내야 대학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교육부는 예산을 쥐고 대학이 가야 할 방향을 지정해주며 사업을 통한 체질 개선을 채찍질하고 있다. 그야말로 낭떠러지처럼 떨어질 학령인구 감소 문제와 수년 간 굳어진 등록금 등의 이유로 돈이 부족해진 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 흐름에서 경북대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부의 사업 고시가 올라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사업을 따내기 위한 본교의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실적은 시원찮다. LINC+ 사업, ACE+ 사업, PoINT 사업 등 여러 사업에 차례로 떨어졌다. 비교적 소규모 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에만 선정됐고 그마저도 지난해보다 깎인 사업비를 받은 상황이다. 

사업 탈락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신자유주의 사회가 원하는 대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재정지원사업은 대학의 본질을 침해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제도 개선에 있어 학내 구성원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산업체와의 연계에 거부감을 느끼는 교수가 많기도 한 것처럼,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우리 대학은 과감한 변화를 원하는 교육부의 눈에 들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본교의 사업 탈락에는 아둔한 측면도 있지만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본질을 지키려는 정신이 녹아있기도 하다. 탈락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진짜 문제는 탈락 이후에 있다. 

본교 홈페이지에는 성공한 사업 선정 사례로 가득 차있다. 당연한 일이다. 성공한 사례는 베너를 돌려가면서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선정에 실패한 것은? 선정에 실패했다는 것은 홈페이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사업 선정 실패를 대문짝만 하게 배너를 돌려가면서 홍보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업 선정 실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내는 필요하다. 연간 50억 원 가량이 지원되는 대형 사업이었던 LINC 사업에서 탈락하면서 캡스톤 프로그램이나 취창업 지원 등 본교 재학생에 대한 많은 지원이 끊겼다. ‘탈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학기에는 예산이 확정돼 지원이 어렵다’와 같은 변명마저도 인터뷰를 통해서야 들을 수 있었고 재학생이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에서는 일절 그런 내용을 볼 수 없었다. 사업 탈락에 따른 본교의 대책은 재학생들은 접할 수 없었고 오히려 사업 탈락 사실조차 알기 어려워 보였다. 

학내 구성원들의 문책이 두려울 수 있다. 그러나 숨기고 피하는 모습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업 선정 실패 사실을 알리고 그것에 따른 피해는 무엇인지, 그 피해에 따른 대책은 어떤 것인지, 앞으로 본교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를 구성원 모두와 공유할 때 우리 경북대는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궁금해한다. 본부의 불통에 답답해하고 있다. 본교의 어려움을 터놓고 얘기할 때,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때, 바로 그때 학내 구성원 간의 신뢰가 쌓인다. 실패도 홍보할 때 한 격 높은 수준의 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민호

취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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