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고 나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수강신청이었습니다. 하지만 1학년 1학기는 이미 주어진 시간표가 있었고, 결국 1학기 때는 제가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수강신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어진 시간표에 불만이 꽤 많았는데, 특히 재미있어 보이는 여러 교양과목과 달리 ‘인문학 글쓰기’는 지루해보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을 듣고 나니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김재웅 교수님의 수업은 제가 초₩중₩고등학교 때 들었던 수업과는 전혀 다른 수업이었는데, 모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수업 첫 시간에 “오늘 학교에서, 등교해서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의 발자취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라는 질문을 모든 학생들에게 던지셨습니다. 당연히 앞에 앉은 몇몇 학생들에게만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답변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학생이 앉아있는 자리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학생 한명 한명에게 질문을 하시고 답변에 대한 피드백도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은 질문을 마치시며 “평소 내가 다니는 곳, 내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평소의 저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고 놓치기 쉬운, 하지만 소중한 것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의 주된 내용은 인문학과 인문학을 통해 바라본 세상에 대한 글쓰기입니다. 인문학의 주제와 맞게 인간,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나’와 관련된 문제, 사상, 문화를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는 청년실업, 재벌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썼습니다. 요즘 청년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청년인 저로서는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의 처지를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셨습니다. 

교수님은 또한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셨습니다. 내 주변의 환경도 결국 나와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주신 과제 가운데는 캠퍼스 주변의 나무에 대해 조사하는 흥미로운 것도 있었습니다. 막상 나무에 대해 알고 싶어도 나무주변에 나무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나무의 종류조차 알기 어려웠지만 나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잠시나마 관심을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해서 생태자격증까지 가지고 있으신 김재웅 교수님은 저희에게 항상 야외에서 수업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날씨가 쨍쨍한 늦봄, 우리는 실제로 야외수업을 했습니다. 나무 이름도 잘 모르는 저희를 위해 교수님은 직접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나무들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마지막 수업 시간은 한 학기가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업 마지막 날, 교수님은 학생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서 이름을 호명하며 악수를 청하고 “인문학 글쓰기” 수업의 소감을 이야기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수업을 열심히 들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은 학생들과의 인사가 끝나자 직접 만드신 만든 짧은 ppt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동안 못난 교수 밑에서 열심히 공부해주어서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하셨는데, 마지막 구절은 “이제 여러분은 나를 잊겠지만 나는 사랑스런 인문학 글쓰기 제자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진정, 자신의 꿈을 향해 땀 흘리는 멋진 대학생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였습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아끼는 것, 그것이 인문학”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은 여전히 제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비록 글을 쓰는 솜씨가 좋지 않아서 학점은 높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운 수업이었습니다. 

김민형

(인문대 영어영문 16)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