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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나를 뛰어넘는 도전! 파쿠르

계단 난간과 난간 사이를 뛰어넘고, 경사로 손잡이 위에 발을 올리고 한발 한발 걸어간다, 벽을 차고 2단 점프, 담장을 타 넘기도 한다. 
듣기만 해도 골절 가능성이 200% 상승할 것 같은 이 위험천만한 활동은 모두 파쿠르의 기술들이다. 파쿠르 활동가들은 신체적, 정신적 강인함을 목표로 주변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수련을 한다. 이렇듯 스턴트맨이나 할 법해 보이지만 파쿠르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치 않는, 모두가 할 수 있는 활동이다. 기자는 파쿠르 활동가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해 하루동안 파쿠르 기술을 연마해봤다. 이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를 단련하는 파쿠르의 정신을 들여다봤다● 

강인함은 작은 도전에서부터 

지난 6일 숭실대학교 안익태 기념관 앞 공터에서 파쿠르 제네레이션즈 코리아가 주최하는 파쿠르 워크샵 ‘Master Your Movement’가 개최됐다. 파쿠르 제네레이션즈 코리아는 파쿠르의 올바른 보급과 발전, 트레이서(파쿠르 수련자들을 이르는 말)들을 위한 직업 창출을 목표로 하는 회사다. 이날 워크숍은 파쿠르 초보자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ADAPT(국제공인 파쿠르 지도자 과정) 자격을 가진 코치들과 함께 진행됐다. 
워크숍이 시작되자 ADAPT level2 준 사토 초청코치는 발목, 손목 풀기로 참가자들의 근육을 푸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참가자들은 준 코치를 따라 달려야 했다.  공터 한바퀴를 모두 돈 후 참가자들의 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근처에 있는 낮은 돌담을 손발을 사용해 지나가게 했다. 마지막으로 계단 가장 꼭대기에 있는 다른 코치에게 전속력으로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한 후에야 준비운동이 끝났다. 파쿠르 훈련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숨가쁘게 시작됐다.
준비운동 후 시작된 팀별 코칭에서 참가자들은 파쿠르 제네레이션즈 코리아의 대표 김지호 코치(28)의 지도에 따라 화단을 둘러싼 벤치를 손발을 사용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첫 번째 벤치에서 끝 벤치로 이동하는 동안 자신의 동작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엄청난 신경을 기울였다. 김 코치는 코칭에서 “파쿠르에서 동작의 흐름은 정신적 몰입과 다양한 장애물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고 말했다.
기자는 오후부터 코칭 참가자가 됐다. 다시 격렬한 준비운동 후 김 코치의 참가자들에게 트래버스(traverse, 벽이나 암반을 오르는 파쿠르의 기술) 교육이 시작됐다. 트래버스를 교육받는 장소는 경사로와 함께 난간이 달린 벽이 있었다. 경사로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난간 위로 발을 올리자 머리 위로 뻗은 손 끝에 벽의 꼭대기가 짚혔다. 김 코치는 난간을 밟고 벽 꼭대기를 짚은 뒤 경사로를 올라가게 했다. 다음으로는 벽 꼭대기 바로 밑에 있는 금을 잡고 올라갔다. 벽의 꼭대기를 잡고 있을 때와는 달리 벽 꼭대기 바로 밑에 있는 금을 짚을 때부터는 난간에서 발이 떨어질 듯한 아찔함을 느꼈다. 담 높이는 똑같지만, 한발 한발을 내딛을수록 발 밑을 받치고 있는 난간은 경사로를 따라 높이는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버텨봤지만 결국 난간에서 떨어졌다. 
김 코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 보라”고 조언했다. 큰 위험은 없었지만,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난간에 올라 발을 최대한 낮추고, 턱까지 괴며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 했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난간 끝까지 가기 위해 기를 쓰면서 평소에 시도하지 않았던 자세들을 만들었다. 김 코치는 “난간 끝까지 가는 동안 몸무게의 균형을 잘 유지해서 가야한다”며 “이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능력이다”고 말했다. 
파쿠르를 하기 위한 거의 모든 동작이 손과 발을 모두 격렬하게 사용해야 했다. 착지 하나를 하기 위해서도 손을 두, 세번 흔들면서 스텝에 맞춰 발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했다. ADAPT level3 코치인 크리스 키슬리 씨는 “파쿠르에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양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파쿠르의 매 순간은 고비다”며 “단 한번도 마음 편히 움직이거나 쉽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몸을 다방면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다치는 경우도 생겼다. 워크숍에 참가했던 조충현 씨(14)는 준비운동을 하면서 무릎이 까지는 부상을 입었다. 조 씨는 “다치는 일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이번이 처음 다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보조 코치로 참여한 김보은 씨(26)는 “운동에는 언제나 부상 위험이 따른다”며 “그러나 파쿠르의 경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무모한 도전을 할 경우 부상 당할 위험이 더욱더 커진다”고 말했다.

파쿠르, 어떤 활동인가?

파쿠르는 ‘유용해지기 위해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동이다. 그 기원은 *자연훈련법을 창시한 조르쥬 에베르의 ‘이타주의’, ‘강인함’에서 비롯됐다. 김 코치는 “에베르는 인명구조를 경험하면서 위급한 상황에서 이타주의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또한 이와 같은 실제 환경과 상황에 유용해지기 위해서는 신체적, 정신적 강인함이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에베르가 고안한 자연훈련법은 디엔푸르 전투에 소년병으로 징집된 레이몽드 벨에게로 전해졌다. 벨은 이후 이 훈련법을 데이비드 벨과 그의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벨에게 자연훈련법을 소개받은 9명의 소년들이 오늘날 파쿠르의 창시자인 ‘팀 야마카시’이다. 김 코치는 “파쿠르 창시과정에 있어 첫 아이디어는 ‘강해지기 위해서(To be storong)’였다”며 “그 강인함을 증명하기 위해 파쿠르 활동가들은 물리적인 환경에 도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쿠르는 여타 스포츠와 같은 경쟁의 요소는 가지고 있지 않다. 
파쿠르를 하는 사람들은 활동에 참가하면서 저마다 파쿠르를 하는 이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파쿠르의 대표 정신은 ‘한계를 뛰어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대만에서 워크숍에 참석한 fuyuhao(22) 씨는 파쿠르를 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내면 속 두려움을 이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A2B 파쿠르 팀의 리더인 이재택 씨(24)는 “자신의 몸을 온전히 사용한다는 느낌과 어떤 기술을 해냈을 때의 쾌감이 이 운동에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특별한 장비나 자격은 필요치 않다. 김 코치는 “어린시절에 놀이터에서 뛰놀던 행동들이 파쿠르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상주 씨(27)는 “파쿠르의 운동 환경은 모두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파쿠르를 하고 있는 조셉 씨(26)는 “파쿠르에서는 주변에 있는 지형지물이 모두 필요하다”며 “활동을 하다 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주변에 있는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파쿠르, 예술의 경계에 서다

파쿠르는 예술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김 코치는 “파쿠르의 다른 이름은 움직임의 예술(l'art du deplacement)이다”며 “파쿠르에는 실용적인 이동기술 외에도 주변환경을 자유롭게 활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움직임을 창조해나가는 예술성도 있다”고 말했다. 파쿠르 제네레이션 코리아는 3년 전부터 국립현대무용단 ‘춤이말하다’의 파쿠르 파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 기반의 파쿠르 팀 A2B의 경우 팀원들의 퍼포먼스를 SNS에 업로드한다. 최근에는 ‘포켓몬 GO’를 주제로 파쿠르 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재덕 리더는 “다른 트레이서들의 움직임을 보고 머릿속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후 실제 동작으로 연결시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쿠르를 예술로 바라보는 인식은 아직 미약한 듯 하다. 이 리더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파쿠르를 예술로서 인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파쿠르가 어떤 활동인지 대중들에게 좀 더 알려진다면 예술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파쿠르를 운동이나 스포츠가 아닌 거대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광희 기자/lkh16@knu.ac.kr






▲완벽한 착지 지난 6일 열렸던 대구의 A2B팀의 연습 현장. 높은 담벼락에서 힘차게 도약해 안정적으로 착지하고 있다. 


▲준비운동은 철저히 지난 6일 열렸던 파쿠르 워크숍에서 온몸을 이용해 준비운동을 지도하는 준 사토 코치 


▲고생했어요 우리 워크숍이 끝난 이후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는 워크숍 구성원들. 파쿠르계에서는 활동이 끝난 이후 서로의 손을 맞잡고 어깨를 부딪히며 인사를 한다고 한다.




*ADPTA: 국제공인 파쿠르 지도자 자격. 파쿠르 제네레이션에서 주관하는 파쿠르 지도 자격 시험이다. 총 4개의 level로 구성되어 있으며, level1은 보조코치, level2부터는 정식 코치이다. 김지호씨의 경우 아시아에서 최초, 최단기로 level2 코치 자격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훈련법: 조르쥬 에베르가 창시한 맨몸 운동. 신체조직 저항력, 근골격과 스피드 강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걷기, 달리기, 점프, 클라이밍 등을 발전시키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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