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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어제의 소비자, 오늘의 개발자가 되다 인디게임

요즘 휴대폰을 집으면 매일 하는 그 게임. 당신은 왜 그 게임을 하나요? 그 게임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혹시 당신이 즐기는 게임이 ‘한 사람’의 손에서 태어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여러분도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게임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형 회사가 아닌 독립적인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을 보고 ‘인디게임’이라 부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현하고 있답니다. 어떤가요? 함께 알아볼까요?●

인디게임을 찾아 
지난달 23일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이하 인디게임 페스티벌)’이 홍익대학교 대학로캠퍼스 아트갤러리에서 열렸다.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중소 게임 개발사들의 성장 지원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인디게임 전시·공모전이다. 관람장에 들어서자 최종 선정된 TOP 20 게임 개발자들이 각자 스마트폰 두 대와 모니터 앞에서 게임 설명에 열중하고 있었다. 모든 게임은 3~6인의 팀(소규모 회사)이나 1인 개발자들이 만든 것이었다. 
전시된 게임들은 각각 독특한 형식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TOP 20 게임 중 하나인 ‘페르몬’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선과 악이 싸운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각 별자리를 선이 정복하는 스토리다. 이처럼 명확하고 독특한 스토리는 대형 개발사 게임에서는 볼 수 없다. TOP 3로 선정된 ‘좀비 스와이프’를 만든 1인 개발자 임원호 씨는 “웹사이트나 콘텐츠를 제작하다가 게임 제작에 흥미가 생겨 17년째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며 “평소 좀비나 *고어물을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좀비를 게임 캐릭터로 넣게 됐다”고 말했다. 위와 같이 대형 게임 개발사들과는 달리 독립적으로 제작된 게임을 ‘인디게임’이라고 한다. 국내 최초 인디게임 관련 저서 ‘인디게임’ 저자 이정엽 교수(순천향대)는 “정확히 말하면 *스팀(steam)이 디지털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2004년 정도부터 인디게임이 시작된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최초의 인디게임을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만든 게임으로 한정한다면, 1980년대 초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당시 게임 산업이 대규모로 발전하지 않아 게임 산업 자체가 인디스러운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드는 게임!
인디게임은 다른 인디음악과 미술이 그러한 것처럼 개인의 창작물로 인정될 수 있다. 이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다른 인디 문화 창작물과 비슷한 점이 있다. 본교 인디게임 제작 동아리 ‘레볼루션’에서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은 크게 기획, 구현 방식 논의, 프로그램 구성으로 이뤄진다. 레볼루션 회장 김석일(IT대 컴퓨터학부 14) 씨는 “기획 구성 단계에서 비슷한 특징을 가진 캐릭터나 물체를 묶는 작업이 있다”며 “게임 세계관의 탄탄한 형성을 위해 기획 단계에서 이들을 잘 범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게임을 제작할지 확정되면 컴퓨터로의 구현을 위한 방식 논의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나 *게임 엔진 등 기획해둔 것들을 컴퓨터로 구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정해야 한다. 게임 엔진의 경우 최근 들어 유니티, 코코스와 같은 게임 엔진이 무료로 배포되면서 과거와 달리 엔진을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부담은 줄어들었다. 김 회장은 “‘게임 엔진을 어떻게 만들까’라는 고민보다는 ‘어떤 게임 엔진을 쓰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에 더 적당할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게임 엔진까지 준비되면 이를 통해 기획한 그래픽과 음향을 구현한다. 임 개발자의 경우 *Adobe air를 사용한다. 임 개발자는 “그래픽과 애니매이션 작업을 고려해 봤을 때 1인 작업에는 Adobe air가 더 좋다고 판단했다”며 “멀티 플랫폼도 가능하고 성능 테스트에도 문제가 없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을 위한 엔진 선택까지 끝나면 미리 기획해둔 내용에 따라 그래픽과 설정을 구현한다. 김 회장은 “준비가 잘 돼 있으면 3개월이면 만들 수 있다”며 “그러나 난이도와 스토리의 길이가 천차만별인 만큼, 개발기간도 게임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 제작이 마냥 쉽지는 않다. 무료 배포되는 게임 엔진 중 대표적인 ‘유니티’를 사용하려면 *C언어와 *C#언어가 필요하다. 김 회장은 “C언어를 습득하는 데 3~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며 “C언어가 잘 학습돼 있다면 C#을 배우는 데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레볼루션의 동아리 멤버들은 1년에 1~2개의 작품을 만들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고등학교 때 해본 게임이 재밌어서’ 혹은 ‘예전부터 게임을 만들어 오다가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신입생들이 동아리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작년엔 ‘Roop’라는 점프 게임을 만들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했다. 김 회장은 “점프 게임에 밧줄이라는 시스템을 추가해 다양한 변수를 준 게임이다”며 “지난해 창업보육센터에 출품해 20만 원 가량의 펀딩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디게임, 매력 포인트를 찾아서 
인디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디게임의 장점을 물어보면 ‘독창성’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인디게임 페스티벌을 관람했던 김종학 씨는 “큰 회사는 수익성을 위해 기존 장르를 따라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대형 게임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인디게임은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제작하다 보니 독특하고 개성 있는 게임들이 출시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디게임 팬들 중에는 지난 몇십 년간 콘솔부터 모바일 게임까지 겪은 안목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디게임은 *레트로 그래픽과 같은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가장 재미있게 해봤던 인디게임 중 *‘배틀그라운즈’가 있다”며 “그저 주어진 무기를 가지고 전장으로 가야하는 *FPS 게임과는 달리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무기와 아이템을 얻으러 돌아다녀야 해 게임의 예측불가능성과 재미를 더해준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가 의도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인디게임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바인딩 오브 아이작’과 같은 게임은 개발자인 에드문트 맥밀런의 불행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며 “어머니와의 불화 같은 어린 시절 소재는 대규모 게임 회사는 절대 만들고 싶지 않은 주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예를 들어 *‘언더테일’의 경우 경험치를 올려 나쁜 적을 물리치는 기존 *RPG의 형식에서 벗어나 주인공의 ‘악함’을 올리는 방식으로 게임이 전개된다”며 “이를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적들 모두 악하지 않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실패하면 시장에서 바로 퇴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정 이상의 강박감이 있다”며 “이러한 생각이 게임 디자인에도 반영돼 긴장감을 자아낸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디게임은 게임 개발에 드는 비용도 비교적 적다. 김 회장은 “유니티 엔진의 경우 매출이 나지 않는 이상 무료로 배포된다”며 “동아리 내에서 팀을 구성해 작업한다면 비용은 거의 무료다”고 말했다.   

인디게임의 한계
인디게임에도 분명 한계는 존재한다. 김 회장은 “대형 기획사의 게임은 성공공식과 노하우,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며 “이 때문에 인디게임은 스케일 등에서 엉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디게임은 자본의 규모가 작아 게임에 깊이감을 주기 어렵다”며 “그러다보니 단발적인 아이디어에만 의존하는 게임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디게임도 ‘기존 게임의 형식을 따라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 개발자는 “무임금 노동을 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수익 창출은 필요하다”며 “그러나 대형 게임 개발사를 흉내낼 것이라면 차라리 게임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바일로 몰린 시장 구조도 문제다. 이 교수는 “PC 다운로드 시장이나 비디오 게임 시장이 한국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를 넘지 못한다”며 “대부분의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만 목매달고 있는데,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화 된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인디게임 페스티벌 관람자인 이선우 씨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지만 눈에 띄지 않아서 기존 대형 게임사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광희 기자/lkh16@knu.ac.kr
일러스트: 김은별 기자/keb15@knu.ac.kr


*고어물: ‘피가 낭자하는’ 영화나 만화 등의 콘텐츠를 이르는 말 
*스팀(steam): 게임회사 벨브의 게임 유통업체.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개인 개발자의 게임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는 쉽지 않았으나, 스팀에서 개인 개발자에게 문을 열고 소비자에게 디지털 다운로드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개인 개발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클라이언트: 서버-클라이언트 구조의 온라인 게임에서 서버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응용 소프트웨어
*게임 엔진: 게임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명령이나 동작을 바로 구현해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프로그램. 엔진이 없어도 게임은 만들 수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Adobe air: 게임 엔진 프로그램의 일종.
*c언어: 시스템 기술(記述) 언어의 일종.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데 사용된다. 
*c#언어: 유니티 엔진에서 사용하는 C언어
*레트로 그래픽: 복고풍의 그래픽
*배틀그라운즈: 인디게임 개발사인 블루홀이 개발한 게임. 현실세계에서 아이템을 줍고 난투를 벌이는 장르
*FPS: 1인칭 슈팅 게임
*RPG: 역할 수행 게임 
*바인딩 오브 아이작: 아이작이라는 아이가 어머니의 학대를 피해 상자 속에서 모험을 하는 게임.     
*언더테일: RPG 게임의 일종. 인디 게임 초창기에 나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 자신의 팀이 만든 게임을 소개하고 있는 ‘인간 혹은 뱀파이어’의 개발자 정주훈 씨


▲ 페스티벌에서 소개받은 게임을 다운받아 플레이하는 관람객들


▲ 지난 해 레볼루션이 제작한 게임인 ‘Roop’QR 코드를 인식하면 다운받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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