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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봄처럼 따뜻한 오늘 ‘하루’ 대구, 그리고 일본을 말하다 <대구하루>

이곳 앞을 지나다 보면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립니다. 거리에서 흔히 듣는 대중가요 선율이지요. 어? 자세히 들어보니 가사가 낯설군요. 가까운 나라 일본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북성로 수제화 골목을 걷다 보면 익숙하고 즐거운 멜로디의, 그러나 낯선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곳이 불쑥 눈앞에 나타납니다. 어떤 곳이냐고요? 책도 읽고, 우리 동네 이야기도 나누고, 일본어를 배우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는 곳이지요. 지역민들에게 교류의 장을 열고 싶다는 이곳, ‘대구하루’에서 대구와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봄과 같은 당신의 오늘, ‘하루’
경상감영공원과 향촌문화관 등 대구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중구 대안동의 또 다른 이름은 ‘북성로’다. 기계 및 공구 상가, 수제화 가게들이 죽 늘어선 이 동네에는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지긋한 이들의 방문이 더 잦다. 택시에 올라 “경상감영공원 앞으로 가달라”고 말하는 기자를 초로의 택시기사는 휘둥그레 뜬 눈으로 쳐다봤다. 젊은 아가씨가 어쩐 일로 ‘2·28 공원’도 아닌 경상감영공원에 다 가냐며 택시기사는 북성로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옛날에, 일제 때부터 그 동네 주변에는….”
중앙로역이 있는 큰 길에 내려 수제화 골목에 들어서면 묘한 가죽 냄새가 난다. 골목을 따라 걸어 들어가다 보면 ‘대구하루’의 간판이 보인다. 대구, 그리고 하루.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하루’는 우리말로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한 날을 뜻하는 반면, 일본어로는 봄을 의미한다. 대구하루 박승주 대표는 “중의적인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며 “대구에서 보내는 오늘 하루가 봄처럼 따뜻한 날이 되길 바란다는 취지로 지었다”고 말했다.
대구하루는 북카페 형식의 공간에서 ‘일본 문화 및 지역 역사 문화 교류’를 주제로 스터디·강연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띤 곳이다. 사회적 기업은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 환경 보호, 사회 소수자 고용 등 비영리적인 사회적 목적과 영리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박 대표는 “대구 근대사 공부 모임에 참여하던 중 내가 성장하고 사회생활도 하고 있는 ‘대구’라는 지역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대구하루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어를 전공한 박 대표는 대구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민간 문화교류원’ 콘텐츠를 기획했다. 박 대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기업 운영을 위한 여러 교육과 지원을 받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구를 방문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웰컴 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일본 관련 비즈니스를 원하는 지역 사람들에게는 일자리 제공과 문화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민간 문화교류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일본어’라는 한계 때문에 대구하루를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박 대표는 “사람이 모여야 교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북카페’ 공간을 기획했다”며 “이후 여러 홍보를 통해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지역 사람들과 교류의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공부하려고요, 우리 동네와 일본
대구하루의 주요 콘텐츠 중 첫 번째인 ‘일본 문화 교류’는 말 그대로 일본어, 일본식 전통놀이, 일본 음악 등 일본의 문화를 대구 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즐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하루에서는 ▲일본 전통 종이접기 놀이 강좌 ▲원어민 학생들과 함께 하는 일본어 스터디 ▲일본식 다과 및 오니기리(일본 주먹밥) 제작 체험 등 다양한 시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교류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은 비단 지역 시민들뿐만이 아니다. 박 대표는 “한국인과 결혼해 대구로 온 다문화 가정의 일본 주부들,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발령을 받아 온 주재원들과 그 가족들 등 여러 이유로 대구에 사는 일본인들이 교류하기 위한 공간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시민들에게 대구와 일본 간의 연관성, 대구 자체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대구에 관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도 한다.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한 ‘동네 석학이 들려주는 대구 이야기(이하 석학 강연)’ 강연과 지난 4월부터 시작한 ‘2017 북성로 골목화담(이하 골목화담)’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석학 강연은 지역 주민을 포함한 여러 연사들이 대구의 근현대사와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시민 참여 강좌다. 작년 7월 석학 강연에서 ‘1911년 대구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던 최범순 교수(영남대학교 문과대 일어일문)는 “미와 조테츠(三輪如鐵)라는 일본인이 1911년에 출판한 「조선 대구일반」이라는 책을 주제로 강연했다”며 “근대 이후에 대구를 소개한 최초의 일본어 자료를 통해 우리 지역의 역사 형성과정을 소개하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로서의 역사를 거쳐 온 만큼 일부 시민들에게는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짙게 남아있기도 하다. 이에 최 교수는 “일제강점기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역사 형성을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품고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다”며 “이로써 아픈 상처도 치유할 수 있고 일본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이해도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 또한 “우리 윗세대에게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아픈 과거와 상처가 남아있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문제를 해결하되, 민간도 서로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네에 대한 더 깊은 알음알이
석학 강연이 보다 학술적이고 넓은 범위의 이야기들을 다뤘다면 골목화담에서는 대구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다뤄진다. 4월 25일 ‘소리꾼, 동네를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국악밴드 ‘나릿’의 김수경 대표는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많은 분들과 내가 아는 대구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인근 주민 이승혜 씨(30)는 “대구로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대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강연뿐만 아니라 김수경 대표의 노래와 참석자들의 대화도 함께 어우러져서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대구하루는 앞으로도 여러 교류 프로그램들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대구 문화 교류의 거점 공간이자 대구 내의 일본 관련 전문 기관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대구가 서울·부산과 같은 다른 대도시만큼 충분히 재밌게 놀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도시임을 지역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성로에서 만난 일본 사람
도쿠시마대학교에서 본교로 교환학생을 신청해 온 시나야마 카호(이하 카) 씨와 사이토 하루나(이하 하) 씨. 지난 3월부터 대구하루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대구로 유학을 온 이유는? 어떤 공부를 하고 있나?
하 : 원래 학교인 도쿠시마대학교와 경북대학교가 자매결연을 맺어 이곳으로 교환학생을 신청하게 됐다. 작년 여름 대구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친구가 많이 생겨서 오게 되기도 했다.
카 : 일본에서는 사회학을 전공했고, 지금 경북대학교에서는 한국어와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Q. 대구하루에서의 일본어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
하 : 월요일에는 J-pop을, 수요일에는 일본 예능 프로그램, 금요일에는 일본 책 등의 콘텐츠를 통해 언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Q. 대구하루에서 활동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면?
하 :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니기리 체험’ 수업이 있었는데, 한 학생이 다 만든 오니기리를 내게 줬다. 그 마음이 귀여워서 인상 깊었다.
카 :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일본어를 조금 배운 한국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오고 할 때마다 기분이 참 좋았다. 또 대구는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 일본인을 볼 기회가 적어서 더 재미있기도 하다.
Q. 앞으로 대구하루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고, 대구 사람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싶은지?
하 : 대구하루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일본에 좀 더 흥미를 가지게 하고 싶다. 또래 한국 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친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 : 막연하게 일본 문화 교류를 하고는 싶은데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계기나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대구하루와 같은 공간을 통해 함께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

조현영 기자/jhy16@knu.ac.kr



▲ 근대 골목 리노베이션을 통해 꾸며진 ‘대구하루’ 북카페의 전경. 1960년대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을 재해석한 외관이다.



▲ 한국인 학생과 함께 일본어 스터디를 하고 있는 일본 유학생.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이들과 함께 무료로 스터디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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