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기획취재 기삿거리인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갔다. 전시돼 있는 다양한 인디게임들을 체험해 볼 수 있음은 물론, 게임 개발자들이 행사 시간 동안 상시 대기하면서 체험하려는 사람들을 맞았다. 400여 개의 게임 중에서 심사를 거쳐 통과된 20개의 게임만이 전시될 수 있었고, 해본 게임들 모두 재밌었다. 취재를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니 결과 개발자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구글에서 선물로 무당벌레같은 못생긴 피규어를 주긴 했지만, 보다 보니 정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취재를 위해서 대구에서 온 개발자를 아무리 찾아도 대구는커녕 경북에서 온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일산, 강남에서 페스티벌을 준비해 온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잘 준비해서 TOP 20까지 올라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구 사람을 애타게 찾던 중 만난 개발자 한 분은 “여기에서 이틀이나 있다가 가야 하는데, 다른 지역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나에게 긔띔을 해줬다. 그렇다고 지역에서 다른 인디게임 경연이 있어 참가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추가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오후 늦게까지 남아있던 찰나, 개발자 중 한 분이 다가와, “집에 안가요?”라고 물었다.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대구에서 왔는데 언제 가는지 싶어서 물어봤어요”라고 다시 말을 걸었다. 그제서야 저녁 전에 집에 돌아가려면 지금 출발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날도 집에 밤 12시가 넘어서 도착하는 ‘떼’를 쓰기로 했다. 늘 그렇듯 서울에만 오면 대구에 돌아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유치하긴 하지만, 돌아가기 싫은 이유는 단순하다. 소위 말하는 ‘문화 인프라’가 낮은 도시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공연과 음악이 풍족한 곳에서 문화공연이 뜸한 곳으로 가야 한다니. 한국문화예술위가 발표한 2015 문화연감에는 지역별로 ‘예술활동지수’가 수록돼 있다. 서울에서의 예술 활동이 100건이라고 했을 때 대구는 10건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이는 서울에서 매일 문화공연이 열린다고 했을 때, 대구에서 10일에 한 번 문화공연이 열린다는 것을 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로 들어온 이들은 다시 나가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구에서 서울로 온 한 친구는 “선배들이 취업에서 보수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서울에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에 남아있을 수 있는것'”이라고 말해줬다. 연봉이 줄어들고서라도 문화적 환경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이 그렇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이 격차를 그대로 두기에는 청년들의 유출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지난 2월에만 해도 1000명이 넘는 청년(20~29세)이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들은 문화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는 지방 정부가 자신의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지방 자치에 대한 권한을 더 넘기겠다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들이 속속 나왔다. 지역에 청년이 머물러야 지금의 문화격차 뿐만 아니라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들이 약속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광희

기획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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