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입시가 끝나고 난 후 세 군데의 대학에 합격한 나는 어느 학교에 등록해야 할지 고민했다. 한 곳은 서울, 한 곳은 경기도, 그리고 한 곳은 대구에 위치한 학교였다. 오랜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곳은 대구였다.나는 고등학교 입학 직전까지의 일생을 경기도, 수도권에서 보냈다. 그러다가 열일곱 살 무렵 공기업에 근무하시는 부모님을 따라서 울산으로 이사를 갔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이 시행됐기 때문이었다. 해당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도권에 몰려있는 사회 기반 시설들을 분산해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수도권 바깥 지역으로 나가본 경험이 손에 꼽았던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지방의 사회 제반 시설이 그렇게나 불균형한가? 이사를 온 후에야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있는지.그럼에도 대구의 대학교로 진학하겠다 결심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좋아하는 가수가 대구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서 여러 차례 대구에 대해 말하곤 했다. 그리하여 나는 대구로 오게 된 두 번째 이유인, ‘대구라는 도시를 알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됐다. 울산에서 3년 동안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그 시절엔 대학 입시 준비로 정신없이 살았던 탓에 지역에 대한 이해와 사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보다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또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대학에 가서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 대해 이해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몇 개월 동안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니다보니 ‘지방대학교’라는 자격지심과 수도권 대학에 대한 열등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다 서울에서 여러 문화를 즐기고, 참여하고 싶은 대외활동도 수월하게 찾아 참여하곤 하는데, 나만 혼자 이곳에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방’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던 때였다. 그러나 경북대신문에서 학생기자로 근무하며, 또 동아리 활동과 여러 학내외 활동에 참여하며 그러한 자격지심은 곧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대구의 사람들은 수도권 사람들 못지않게 열정적이었고, 높은 학구열과 다양한 탐구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배우고 공유한다는 사실이 나는 자랑스러웠다. 지방에게 부족한 것은 단지 그 ‘인프라’뿐이었다.장미 대선을 앞두고 여러 대선 주자들이 지역 불균형 해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음 정권 때에는 광역시,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여러 대책과 제반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대 대학생인 우리 스스로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 혹 신입생 시절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지방이라는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우리 스스로 ‘지방대’의 자랑이 되자고. 우리의 ‘지방’이 수도권 밖 지역을 격하하는 말이 아닌, 우리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말이 되길 바란다.

조현영 기획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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