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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는 아직 완전히 인양되지 않았다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떠올랐다. 지난달 23일 오전 3시 45분, 세월호는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체는 녹이 슬어 있었다. 선체 외관은 거센 진도 앞바다의 물살이 남긴 금으로 가득했다. 2014년 4월16일, TV 앞에 모여 발을 동동 구르며 세월호의 침몰을 실시간으로 보던 국민들은 세월호가 떠오르는 모습을 또다시 TV로 지켜봤다. 속수무책으로 보던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밝혀지고 미수습자 유해를 꼭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TV 앞에 모여들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가 떠오르기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달 22일 검찰에 출석했던 박 전 대통령은 21시간 30분만인 23일 오전 7시 무렵 자택으로 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와 처음 검찰조사를 받자 세월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되던 날 세월호는 1080일 만에 항구로 돌아왔다. 시중에는 ‘박근혜가 내려가자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말이 나돌았다.
세월호가 뭍으로 돌아왔지만 침몰의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작업 또한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던 때 광주지검에 전화를 걸어 세월호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세월호 반대 집회를 비롯해 세월호를 지우려고 시도한 청와대와 이에 자금을 댄 기업들, 이들에게 동원돼 유가족을 모욕하고 겁박한 자칭 보수단체에 대한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선체 인양은 시작이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밝혀야 할 것들 투성이다.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진실은 세월호를 지우려한 박 전 대통령과 그에 부역한 이들의 만행을 밝히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세월호 침몰은 우리 사회가 쌓은 적폐가 낳은 결과물이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성장지상주의는 세월호의 안전을 무시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은 국회를 거수기로 만들었다. 권력은 검찰을 길들여 진실을 가리는 도구로 사용했다. 권력은 언론을 장악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 자본권력은 정치권력과 결탁해 총수 사면을 받거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원을 받았다. 앞으로 펼쳐질 지루한 법정 공방은 지난 3년이 아니라 마비된 국가 제도와 그 제도를 악용한 이들에 대한 책임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세월호는 저절로 떠오르지 않았다. 국민과 유가족이 함께 끌어 올렸다. 지난 3년 동안 304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전국을 다니면서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1000일을 맞아 열린 촛불집회에는 60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여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어린 학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국민들을 움직였다. 이제 시작이다. 떠오른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는 필수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을 때 검찰과 언론이 성역 없이 세월호를 둘러싼 의혹을 풀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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