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한 ‘서울대 A+의 조건’에서는 A학점을 넘은 서울대 학생 150명 모두 공통적으로 높은 성취의 비결을 강의녹음, 받아 적기, 수업 암기라고 대답하였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더 이상 수업에서 궁금한 것이 없어야 하고, 이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공부 방식은 수업에서 학생들은 교수님의 말이 정답인 것마냥 기계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비판적인 사고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도 복학한 후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교수님의 말씀을 잘 받아 적고, 교수님이 설명해준 문장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우기 시작했다. 수업을 이해한다기보다는 얼마나 잘 외우는가에 초점을 두었는데 허무하게도 내가 외운 것들은 일주일도 채 안되어서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이번 2학기 ‘영화로 만나는 러시아와 동유럽 문화’ 수업을 통해서 삶의 활력과 더불어 무언가를 배우는 재미를 찾을 수 있었기에 나 같은 고민에 빠진 학우들과 공유하려고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이 수업은 비판적인 탐구를 지향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업 후에 수업내용에 관하여 상세하게 찾아보거나, 다른 것과 연관시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영화로 보는 러시아와 동유럽 문화는 다른 교양 수업과 비교해 크게 세 가지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의 소통이다. 첫 수업시간에 했던 간단한 토의는 신선한 것을 넘어 혁신적이었다. 문학에 관한 설명을 하던 중에 교수님은 갑자기 ‘고전이란 무엇인가?’하고 질문을 던지셨다. 나는 교수님이 곧 답을 말씀하시리라 생각하고 관성적으로 답을 받아 적으려 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질문이 계속될 뿐, 교수님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으셨다. 그 날 수업은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에 보충 설명을 더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고, 이후에도 학기 내내 교수님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교수님의 질문에 답하려다보니 자연스레 내 생각을 키워 나가게 되었고, 배움에 흥미가 더해갔다. 두 번째는 수업 내용과 현재 시사 문제를 연관시켜 확장시킨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1812년에 일어났던 ‘조국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오묘한 관계를 최근에 일어났던 ‘IS의 프랑스 테러’로 촉발된 강대국 간의 연합과 연관시켜서 설명해주었다. 이를 통해 보다 폭넓게 국제 정세를 이해할 수 있었고, 내용도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을 뿐만 아니라, 배운 것을 활용할 능력도 생긴 것 같다.마지막으로 이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영화로 만나는 러시아와 동유럽 문화’라는 수업 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수업은 영화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한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데 영화만큼 진실성 있는 도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본 영화들을 통해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폴란드 영화 ‘피아니스트’를 통해서는 강대국으로부터 꾸준히 침략을 받아온 폴란드인들이 항상 정처 없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헝가리 영화 ‘글루미 선데이’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에게 침략당한 나라인 동시에 독일에 가장 먼저 협조했다는 오명 아닌 오명, 그로 인한 헝가리 인들의 우울한 기억을 ‘글루미 선데이’라는 음악을 통하여 잘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교수님은 영화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항상 주셨다.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기에 더욱 곰곰이 생각해가면서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취업 문턱이 한없이 높은 현실은 높은 학점을 추구할 수밖에 없도록 우리를 몰아세우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능동적으로 배워가며 교양을 쌓는 것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런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에세이를 쓰는 목적이기도 하다. ‘영화로 만나는 러시아와 동유럽 문화’에는 나 자신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해봐야만 풀리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누구나 학문을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화로 만나는 러시아와 동유럽 문화’가 다시 듣고 싶은 수업이 되기를 바란다.

배승훈(인문대 노어노문 11)

(위 글은 교수학습센터 주최 제9회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의 편집본입니다.)교수학습센터는 공모전 10주년을 맞아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 10주년 기념 특별판’을 발간했다. 특별판은 학과 및 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하며 교수학습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파일로도 열람 가능하다. ctl.knu.ac.kr / 053-950-7023

*윤영순 교수의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교수법 세미나가 4월 26일 수요일 12시에 글로벌플라자 309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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