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년 - 기억과 나, 당신, 우리의 이웃

지난달 23일, 1072일 만에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본격적인 선체 수색이 시작됐습니다. 3년, 길고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세월호는 의혹으로 뒤덮여 무엇이 진실인지, 진실을 찾아낼 수는 있는 것인지 마치 안개 속에 있는 듯 모호해져 갔습니다.

그러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짙은 안개 속에서도 작지만 꺼지지 않는 빛처럼 3년 전을 기억하고, 기억해서 공유하고, 공유해서 진실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는 그들을 만났습니다. 대구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펼치는 시민들과 10차례 인터뷰를 진행해 그 내용을 책으로 펴낸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 상황실 한유미 씨, 그리고 세 번째 4월 16일을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인 대구 시민들과 본교 학생들까지.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나’와, ‘내 이웃’의 일이라고, 기억하자고●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일러스트: 김은별 기자/keb15@knu.ac.kr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   상황실 소속 한유미 씨

Q. 책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상황실에서 활동하면서 대구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을 굉장히 많이 뵀다. 시민단체, 정당,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동구 반야월, 달서구 같은 동네에서 주민들이 1인 시위, 서명운동, 리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반짝 활동하고 마는 게 아니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떤 이는 계속 1인 시위를 하고, 많은 대학생들은 세월호 리본을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다. 그렇게 시민들이 보여주는 진상규명 활동을 보고 ‘누군가는 이들의 마음이나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15년 말부터 대구에서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는 시민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 내용을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기 시작하다가 지역언론에서 제의가 들어와 싣기 시작했고, 인터뷰가 열 차례 정도로 마무리되면서 책으로 묶기로 결심했다.

책 출판과 함께 지난 5일까지 크라우드펀딩도 진행했다. 유가족에게 이 책을 알리고, 그분들에게 책을 기증하고자 했다. 펀딩 종료 후 단원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250권을 전달할 수 있었다.

Q. 직접 만난 대구 시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한 분 한 분,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 신매나 반야월에서 활동하는 동네 엄마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유모차부대’라고, 동네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신매 광장이나 영남대 앞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만 명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고작 대여섯 명이서 활동했으니, 힘들어도 필사적으로 서명운동을 다닌 것이다.

엄마들이 갖는 아픔이 잘 느껴지는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저녁에 술 한 잔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나라가 이 정도로 나쁠지 몰랐다는 공감대를 나누며 정말 많이 울었다. 그때 유모차에 타던 애기들은 이제 다 커서 유모차는 서명지 싣는 곳이 됐다고 한다.(웃음)

Q. 본인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떤 의미인가?

모든 국민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문제이기에 그 공감대가 넓다고 생각한다. 과적, 안일한 안전의식, 정치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온갖 부정과 비리가 드러난 총체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진상규명 과정이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 참사의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그런 것이기에, 국민들이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함께 해주고 있다. 여러 집회를 봐왔지만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함께 아파하면서 공감하는 사안은 처음이다 싶을 정도다.

대책위는 한일극장에서 서명도 매주 진행하고 있는데,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할 때마다 리본을 받아가고 서명해주는 시민들이 있으니까 활동가들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의 활동가들이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시민들이 호응을 해주고. 기도하고 서명하고, 응원하고, 리본 받아가고….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하며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그 힘으로 나아가야지’라고 생각한다.

Q. 세월호 참사 3주기, 앞으로의 과제는?

지난 3년은 나쁜 나라라는 걸 알고 절망스러울 정도로 괴로웠던 반면, 오히려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유가족 분들 앞에서 함부로 낙관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고통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맨 앞에서 싸워주시는 분들과 함께하는 국민들이 있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활동가들이 있어 오히려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노력의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부터 시작해 적폐를 청산하는 단초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세월호도 올라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은 과제들이 있다. 미수습자들도 수습해야 하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이 사회의 정치 문제, 법 문제, 청년 실업, 헬조선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Q. 독자들에게 한 마디

단원고 희생자 부모님들이 처음으로 대구 활동 계획을 잡을 때, 많이 꺼려졌다고 하셨다. 보수의 심장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80% 이상이 뽑은 동네다 보니, 대구 시민들이 홀대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스러웠던 거다. 그런데 막상 방문해보니 예상보다 많은 응원이 있었고,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대구에서 시민들이 열심히 활동해줬다고 말씀들 하셨다.

대구가 꾸준히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유가족과 이웃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 내 삶으로 아픔을 공감하는 그 과정이 유가족에게는 힘이 된다.

이 책은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했던 시민들의 얘기를 담은 책이다. 읽어보면 힘이 날 수도 있고, ‘나도 이런 마음이었는데’하고 위로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기획), 한유미

한티재

2017.04.16.

청소년극단

극단 ‘memories’ 단원 이유정·이수빈 씨

지난 8일 오후 4시 16분 대구 대명동에 위치한 함세상 소극장, 청소년 극단 ‘memories’의 창작연극 ‘지켜지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가 공연됐다. 고등학생 3명, 대학생 3명이 모인 작은 극단은 지난 2년간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공연을 열고 그 수익금은 전액 기부해왔다. 다음은 단원 이유정 씨(18), 이수빈 씨(17)와의 인터뷰.

Q. 극단을 만들고 공연을 하게 된 계기는? 이유정: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울림을 전하고, 세월호 유가족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직접 극본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Q. 연극을 하며 느낀 것은? 이수빈: 유가족 분들이 저희 공연을 보러 오신 적이 있다. 항상 방송으로 보던 분들의 표정을 실제로 보게 되니까 ‘이 연극뿐만이 아니라 다른 걸 또 해드리고 싶다. 그런데 지금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구나’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 Q. 세월호,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유정: 해야 할 게 굉장히 많다. 딱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미수습자 분들의 유해라도 빨리 찾아서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가 이웃이고, 한 나라의 국민이지 않나. 유가족 분들은 국민들의 공감과 함께 하고 있다는 그 마음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Q. 관객들에게 이유정: 공연을 볼 때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희망, 꿈, 행복을 그린 연극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세월호가 침몰할 것이라는 결론이 예정돼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말 우연히 세월호를 탔던 것뿐이다. ‘아직 그 이야기의 결말은 끝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고 보는 게 감정이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공연을 본 후에는 세월호를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얼마나 많은 꿈들이 침몰했는지 가슴으로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대학

본교 ‘학생실천단 이것이 민주주의다’ 소속 이문호(사회대 심리 14)  씨

본교 ‘학생실천단 이것이 민주주의다(이하 이민주)’에서는 이 달 10일부터 14일까지 일청담·백양로·중앙도서관 일대에서 세월호 참사 기억주간을 운영한다. 노란 리본 묶기·한 줄 글쓰기·인터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은 이민주 소속 이문호 씨와의 인터뷰.

Q. 세월호 참사 기억주간 기획 의도는? 원래는 추모주간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희생자 가족 분들이 미수습자가 있는 상황에서 추모라고 부르는 건 원치 않는다고 하셔서 기억주간이라고 명명해서 진행한다. 세월호 참사는 외적으로는 종결되고 있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정작 우리가 정말 궁금해하고 답답해 했던 그날의 진실이나 정황들이 제대로 밝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획하게 됐다. Q. 행사의 중점적인 점은? 안산, 목포신항에 가서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라고 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3년이 지난 지금, 기억주간 동안 그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교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영상으로 제작해서 학생들에게 그 기억을 되살려 줄 계획이다. Q. 본인에게 세월호는? 내가 새내기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4월에 벚꽃을 보러 다니는데 갑자기 배가 침몰했다고 하더라. 참사 후 나 하나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공동체에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Q. 세월호, 남은 과제는? 앞으로는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원인을 밝혀내는 게 1차적 과제라고 생각하고, 구조 과정의 문제가 핵심적으로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대학생들이 대단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관심을 가지고 주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작은 일부터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을

세월호북구모임 약속지킴이 안은주 씨

오는 14일 오후 7시 30분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에서 ‘4.16연대 우리동네 상영회 및 이야기마당’이 열린다. 다큐멘터리 <잠수사>, <세월 오적>이 상영되며 4.16연대 김혜진 상임운영위원과의 간담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13일까지 홈페이지(http://naver.me.xlEccrky)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다음은 세월호북구모임 약속지킴이 안은주 씨와의 인터뷰.

Q. 세월호북구모임? 전국적으로 세월호 약속지킴이로 4.16연대에 가입하는 주민들이 많다. 북구 같은 경우는 동네 안에서 주민들이 서명 운동, 리본 만들기 등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찾아서 진행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는 젊은 학생들이 사고를 당했고, 많은 유가족 분들이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거리에서 애쓰시기에 시민들이 세월호 관련해서 가슴 아파하고 계속적으로 부채의식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북구의 주민들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뭐라도 하고 싶으면서도 표현하는 걸 부담스러워하지만, 리본 나눠주기·서명전 등은 마음만 있으면 길 가다가 잠깐 참여가 가능하니 반응이 좋다. Q. 본인에게 세월호의 의미는? 자식 잃은 부모에게 해줘야 하는 상식적인 도리조차 하지 않는 정부를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저 아이가 남의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가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사고 이후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동네에서 작은 활동을 해서 뭔가를 바꿔보고 싶었다. Q. 세월호, 남은 과제? 정권이 교체되면 제대로 진상규명할 수 있는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또 미수습자들을 제대로 수습해서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게 최우선인 것 같다. 그리고 미수습자 부모, 생존자 부모, 생존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상담 및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지역예술인

대구민예총 한상훈 사무처장

오는 16일, 오후 4시 16분.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이하 민예총)에서는 세월호 3주기 대구예술행동 ‘아로새기다’를 진행한다. 대구 예술가들의 연주, 노래, 거리극, 마임, 시낭송 등이 목포신항 또는 팽목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문의는 010-2494-0459로 가능하다. 다음은 민예총 한상훈 사무처장과의 인터뷰.

Q. ‘아로새기다’의 의미?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에 또렷이 기억하여 두다’이다. 세월호 참사는 몇 년이 지났다고 잊히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속에 또렷이 새겨놓아야 할, 소위 ‘기억투쟁’이라고 정의 내릴 만한 사건이다.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세월호를 아로새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Q. 본 공연을 연출 또는 제안하게 된 계기?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누구든지 자신이 발 디디고 있는 그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예술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차별과 탄압을 견뎌온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에게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 또 하나의 저항이기도 하다. Q. 본인에게 세월호 참사의 의미는? 참사 후 대응을 보며 당시 우리가 잊기로 자의든 타의든 ‘합의’돼버린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남은 과제? 박근혜의 7시간을 비롯해 너무나 꽁꽁 닫혀있던 진실을 밝히고 유족들과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이어 세월호를 제대로 기억하고, 이 기억에서 파생된 사회적 의미를 확대·전파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세월호 추모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귀환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부쳐- 

채 형 복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얘야, 살가운 강아지 내 새끼야 

어미 곁 떠난 지 만3년 1081일만에야 너는,

여기저기 찢기고 녹슬고 구멍 뚫린 상처투성이 몸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귀환을 하였구나   

이리도 쉬운 것을, 단 하루면 되는 것을 

맹골수도의 차갑고 캄캄한 물속에 너를 묻어두고  

왜 그토록 오랫동안 밝은 세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을까    

얘야, 어여 오너라 

일렁이는 파도의 너울 타고 성큼성큼 걸어오너라 

살랑대는 봄바람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들며오너라

거친 바다의 검고 깊은 바닥에서 떨쳐 일어나 

보름달 환한 얼굴로 깔깔 웃으며 달려오너라 

우리 서로 두 손 마주 잡고 두둥실 춤추며 

집에 가자, 어서 집에 가자 

얘야, 어여 먹거라 

어미의 보드라운 젖가슴 살을 베어 맛있는 고기반찬 만들고  

애간장 들끓던 심장의 붉은 피를 뽑아  따뜻한 된장국 끓여 

죽음보다 무서운 공포에 떨던 허기진 네 영혼 배불리 먹여주마  

백번을 까무러치고 백 한번을 깨어날지라도 

다시는 꼭 잡은 너의 여린 두 손 놓지 않으마 

다시는 너의 고운 두 뺨이 슬픈 눈물로 젖지 않게 하마  

겁나, 죽고 싶지 않아, 내가 왜 죽어야 해?

나는 꿈이 있는데! 나는!* 

절규하며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네게  

가만히 있어, 기다려, 구해줄게  다짐하고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 못난 어미를 

이 한심한 나라를

얘야, 용서하지 마라   

네가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 날부터 

이 나라는 오욕의 땅, 슬픔의 땅이 되었다 

골 고을마다 자식 잃은 어미, 아비가 울부짖는 통곡으로 음울한 이 땅은 

봄이 와도 꽃이 피지 않고 

피어난 꽃은 향기를 잃었다 

그러나  슬픔은 힘이 세다 

통한의 눈물로 한 땀  한 땀 꽃수를 놓아 

노란 리본으로 굳게 맺은 슬픔은 

강철보다 단단한 결속으로 꽃피었으니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눈물을 칼로, 슬픔을 창으로

생목이 터져라 내지른 분노의 함성은 

온 나라 방방곡곡 거센 저항의 촛불로 타올랐다 

박근혜 내려가고, 세월호 올라와라!**

가열한 투쟁으로 달군 분노는 뜨거웠고

목숨 건 우리는 연대를 무기로 싸웠다

주문. 피고인 이준석을 징역 36년에 처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얘야, 미안, 정말 미안해   

너를 버리고 저만 살겠다고 속옷차림으로 도망친 비겁한 선장을 

살인죄로 징치하지 못하고

너를 구하지 못하고도 미안하다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는 혼군을 

너무 늦게 권좌에서 끌어내려서

그래도 아이야, 오천 만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니

물 위로 떠오른 황금빛 나는 너의 꿈과 희망, 이제는  

춘삼월의 봄꽃으로 활짝 피어나거라

 힘껏 피어나거라

한껏 피어나거라

기적으로 되살아  꽃피어나는 열여덟 푸른 청춘, 너의 봄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단원고 故 김성협군이 남긴 절규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의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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