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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획

ROTC 대학생과 군인 사이, 학군단의 생활상

‘학군단’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멋진 정장 같은 단복? 아니면 짧은 머리가 떠오르시나요? 혹시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들의 방중 일정과 개강 후 행사들을 동행하며 생활상을 취재해봤습니다●


본교 학군단 건물은 대운동장 뒤쪽에 위치해 있다. 지도상으로 본교 서남쪽 맨 끝,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생활상만큼이나 외진 곳에 있었다. 육군학생군사교육단의 제109학군단인 본교 학군단 입구에는 학군단의 교훈인 智(슬기 지)·信(믿을 신)·勇(날랠 용)이 새겨져 있었다. 6·25전쟁 후 불안한 안보 상황이었던 1960년대 초에 시행된 우리나라 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학군사관) 제도는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군사교육을 실시하고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시켜 초급지휘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본교 학군단은 1961년 ROTC 제도 시행 때부터 창설해 그 역사를 같이 해왔다. 현재 56기와 57기 후보생 약 120명을 두고 있어 전국 111개 학군단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를 지니고 있다. 


입단을 하기까지

학군단 취재의 첫날은 동계 입영 훈련 B조가 육군학생군사교육단이 위치한 충청북도 괴산군으로 가는 2월 2일이었다. 2주간 이뤄지는 제식훈련, 전술행군, 사격 등의 훈련은 입단을 앞둔 2학년 ‘교육생’이 ‘후보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관문이다. 2학년 겨울방학에 처음으로 학군단 생활을 시작하는 57기 대대장 후보생 이승훈(사범대 체육교육 15) 씨는 약간 긴장되어 보이면서도 자신있는 표정으로 출발을 앞두고 도열했다.

입영 훈련을 떠난 지 2주라는 기간이 지나 B조가 돌아오는 2월 13일이 됐다. 송환식 특유의 의식을 위해 주차장에서 큰 원을 그리고 군가를 열창하고는 훈련을 잘 끝낸 동기와 선후배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송환식 날은 2학년 교육생들이 단복을 받아가는 날이기도 했다. 학군단의 상징과도 같은 단복을 받는다는 것은 교육생들에게 큰 의미로 보였다. 단복을 앞에 둔 교육생들은 상당히 들떠보였다.

돌아온 지 3일 뒤인 2월 16일 진행된 입단식은 교육생이라는 호칭에서 벗어나 후보생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는, 공식적으로 학군단에 입단하게 되는 행사다. 송환식에 받은 단복을 차려 입고 이제는 제법 군인 티를 드러내면서 멋지게 도열한 채 행사를 진행했다. 단복을 착용한 첫 행사인 입단식에서 김용태(과학대 소프트웨어 15) 후보생은 “송환식 이후로 이틀 내내 아버지 넥타이를 가지고 연습했다”며 “그런데 입단식 아침에는 또 안 돼서 결국 선배의 도움을 받았다”며 머쓱해 했다. 입단하게 된 기분에 대해 이승훈 후보생은 “입단식을 치르니 학군단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난다”며 “교육생으로 불리다가 후보생으로 불리니 느낌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는 사람이 있는 법. 입단식은 입단만을 위한 행사는 아니었다. 이날은 4학년 즉, 졸업과 동시에 임관을 앞둔 후보생들에 대한 임관 축하도 같이 진행됐다. 교원 자격증, 표창장 등을 한 손에 가득 쥔 안진산(인문대 국어국문 13) 씨는 “임관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사회로 나간다는 의미도 된다”며 “자신감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이다”고 말했다. 군장학생으로 장교에 임관하게 된 최영(인문대 한문 13) 후보생은 “방중 훈련을 하면서 군인이 체질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장기 복무를 선택했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역량을 학군단 생활 동안 갖췄다”고 말했다. 군장학생 제도는 재학 중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임관하게 되면 7년간 장기복무하는 제도다. 


아직은 남성 중심적인 그곳에서, 여성 학군단 

본교는 2011년부터 여성 학군단 모집을 시작했다. 여성 학군단은 지역별 모집을 통해 선발해 남성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남성 후보생의 대부분은 의무복무를 대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학군단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나 여성 후보생의 경우에는 대부분 직업군인의 꿈을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군단에 대한 강한 애착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본교 학군단의 한 여 후보생은 “여자라고 안 될 게 없다는 생각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고 싶었다”며 “학군단에 대한 애착이 커 거의 모든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남성 중심적인 군대에서 여성 학군단은 여전한 차별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여성 후보생의 경우 장기복무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음에도 군장학생을 신청할 수 없다. 이에 지난달 2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장관에게 여학생의 폭넓은 지원할 수 있도록 군장학생 선발제도를 개선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학군단 생활 안에서도 문제는 계속된다. 졸업식과 입학식에서 예도를 지켜봤지만 여성 후보생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본교 학군단에서는 남자만 예도를 하는 것이 전통이라는 이유로 여성 후보생이 예도에 지원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한 여 후보생은 “학군단의 축제인 예성제에서 예도를 지원하려 했으나 선배 기수 분들이 할 수 없다고 하셨다”며 “바뀐 상황에 따라 전통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대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한 여 후보생은 “입영 훈련의 교관이 여성 후보생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었고 길거리에서 안면 없는 분이 여자가 군인을 한다며 욕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아직은 군대가 남성의 세상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반은 학생 반은 군인

대학생이지만 군인 신분도 지니고 있는 후보생들은 제약을 지닌 채 대학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있다. 먼저 단복을 착용한 경우 후보생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몸과 복장을 단정히 하는 것이다.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면도하는 것은 기본이고 와이셔츠는 항상 다려입어야 하며 양말은 검정색 정장 양말을 신어야 한다. 단복 착용 시에는 반드시 단가방을 들고 베레모를 착용해야 한다. 이어폰을 끼거나 걸으면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고 이동시 뛰거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을 이용하면 안 되는 등 수 많은 제약이 있다. 단복을 입었을 때는 PC방, 노래방, 술집 등의 유흥업소 방문도 제약된다. 

학군단에서의 행동과 말투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선배 후보생을 만날 경우에는 거수경례를 해야 하고 다나까 등의 군대식 말투를 사용해야 한다. 

후보생은 군법의 대상이기도 하다. 위법 행위를 할 경우 형법으로도 처벌을 받지만 군법으로도 처벌받게 된다. 권유진(인문대 영어영문 13) 후보생은 “군법 적용의 우려 때문에 폭행 사건에 휘말리지 않는 것을 당부한다”며 “최근 군 내 성폭력 문제가 대두되면서 성군기 관련 위반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군법의 적용을 받으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것도 요구받고 있다. 권 후보생은 “정치적 전단지나 서명운동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SNS에서 ‘좋아요’나 댓글을 입력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학군단에 온 이유

제약 많고 일도 많은 학군단 생활이지만 후보생 그들이 학군단을 선택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가족의 영향도 보였다. 작은아버지와 형이 모두 학군단 출신인 후보생도 있었고 손자가 학군단에 들어간 것을 자랑스러워 하시는 참전용사 어르신도 계셨다. 또 후보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학군단에 들어간 이유 중 하나였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일이 많은 학군단 생활이 사회에 나가서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였다. 이승훈 후보생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학군단에서는 일을 진행하고 추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며 “장교가 되어 소대원들을 이끄는 경험도 얻기 힘든 것이다”고 말했다. 발표 위주인 군사학 수업의 경험에서 얻는 점이 있다고도 말했다. 권유진 후보생은 “원래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며 “하지만 계속 발표를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을 하는 군인이라는 특성으로 제약을 받고 힘든 면도 있지만 그만큼의 소중한 경험을 학군단 후보생들은 얻어가고 있었다. 


글·사진: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사진: 조현영 기자/jhy16@knu.ac.kr



▲ 2월 13일 동계 입영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교육생들이 대열을 정비하고 있다. 



▲ 2월 16일 진행된 입단식에서 기념촬영이 있자 후보생의 친인척들이 촬영하는 모습



▲ 2월 28일, 입학식에서 기수단이 퇴장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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