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푹 빠진 한 중학생은 어느 하나 특출난 면이 없어 여러 포지션을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그에게 툭 던져진 한 마디 ‘공 한 번 받아볼래?’ 생전 처음 껴보는 두꺼운 미트로, 쪼그려 앉는 힘든 자세로 공을 받기 시작한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던 한 대학생은 멋모르고 대학생활을 이어간다. 어느 날 본 학보사 모집 포스터에 이끌려 덥석 지원한다. 거기서 시작된 수습기자의 정신없는 생활. 자기 포지션이 생기고 주전까지 올라선 중학생은 포수 역할에 자신감이 붙었다. ‘공 잘 받네!’, ‘우리 안방마님!’ 칭찬 한 마디에 어깨가 으쓱한다. 기자가 된 대학생은 취재가 즐겁다. ‘기자님’이란 호칭 하나에 들뜨기 마련이다. 포수는 공만 받는 포지션이 아니다. 포수는 모든 야수들과 마주보고 있어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플레이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주어진다. 이런 혜택은 필드 위의 사령관이라는 지위를 받는다. 중학생 포수는 이제 투수에게 사인을 주고 수비를 총지휘한다.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학보사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학내 사안을 제1선에서 볼 수 있는 시야와 질문할 권리를 가진다. 학보사 기자는 조금씩 혜택의 무게감을 느낀다. 타자라는 ‘기삿거리’를 잡아내기 위해 사인을 주고받는 투수라는 ‘취재’는 제구력이 안 좋은지 ‘팩트’라는 스트라이크존을 계속 벗어나서 던지고 있다. 벗어나는 폭투를 온 힘을 다해 막아내려고 하지만 결국 ‘정정보도’라는 홈런을 얻어 맞기도 한다. 여기서 평정심을 잃고 빈볼성 공을 지시했다가는 취재 대상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항의’라는 벤치 클리어링을 당하기 십상이다. 물론 지휘의 짜릿한 경험을 맛보기도 한다. 수비라는 ‘글’을 가다듬어 결국 ‘좋은 기사’라는 강타자를 잡아내기도 한다. 결국 시야라는 혜택은 책임을 불러온다. 중학생 포수가 수비수들에게 보내는 콜은 책임을 져야 한다. 판단 실수는 패배와 직결된다. ‘포수, 정신 안 차려?’라는 말은 일상적이면서도 여전한 부담이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거나 보기 힘든 곳을 보도록 하는 독자가 부여한 기자라는 직책은 감시와 보도라는 책임을 진다. ‘대학사회’라는 야구장에서 가장 너른 시야를 가진 기자는 타자가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를 분석하고,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알려야 한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대학 구성원’이라는 팀원은 위기를 맞을 것이다. 기자가 부여받은 시야의 넓이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팀원들은 결국 포수의 콜을 따르면 된다는 믿음 하에 자신의 포지션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요즘 대학의 포수라는 ‘기자’들은 홈플레이트라는 ‘편집권’에 들어오려는 주자들 때문에 고생이라고 한다. 홈플레이트의 수비는 다른 이의 도움을 빌릴 수는 없다. 남은 것은 포수의 육탄수비다. 홈으로 돌진하는 주자들에게 가차없는 블로킹을 행하길 바란다. 

김민호

취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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