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의 시선이 불쾌했다. 3초간 머물렀던, 내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며 훑고 지나갔던 당신의 시선에 너무나 불쾌했지만 말하지 못했다. 동공의 움직임, 표정까지도 기억나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당신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그날, ‘지금 오면 된다’는 당신의 말에 복현회관에서 동문까지 열심히 걸어갔다. 그러나 문을 열자 들려오는 “왜 이렇게 늦었어~”. ‘내가 너 때문에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왜 이렇게 늦었냐’는 당신의 의도가 느껴졌다. 당신이 부르면 어디에 있든 5분 대기조처럼 달려가야 되는 비서도 아니었던 나에게, 당신이란 사람에 대한 피로감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나를 지나쳐가는 당신은 뒤쪽으로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당신의 시선을 느꼈고, 그 뒤에 보인 기묘한 미소는 꺼림칙한 느낌이 들게끔 했다.‘당신의 시선이 기분 나쁘다’고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당신은 인터뷰를 해주는 ‘갑’이었고, 난 인터뷰를 요청하는 ‘을’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였기 때문이다.그러나 나는 ‘을’임에도 불구하고 ‘찰나의 순간’으로 화를 낸다면 별난 ‘학생’이자 ‘기자’로 여길까봐 말하지 못했다. 늘 자신의 부당함을 얘기할 줄 아는 사람을 동경해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당황스러웠던 것 외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사회에는 흔히 말하는 아재들부터 이팔청춘이라 하는 청년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를 ‘기자’의 신분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찾아간 취재처에서 위와 같은 기억들은 꽤 많았다. 가볍게 맥주 한 잔하자면서 손에 턱을 괴고 시선이 마주칠 때까지 진득하게 바라보는 이, 회식 자리에서 자기가 오늘 너무 고마웠다며 새벽 2시에 술 마시러 나오라는 이, ‘너는 기자이니 내 초대가 꼭 필요할 걸’ 이라는 전제로 개인의 약속까지 미루면 안 되겠냐고 말하던 이들의 무례함. 시선 폭력부터 학생, 기자라는 이유로 하대당하는 ‘찰나의 순간’들 속에서 무수히 따지고 싶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우위에 점해있다는 것만으로 타인에게 모욕감을,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당신들의 행동이 쌓인 끝에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절실히 체감했다. 당신과 인간대인간으로 교류하며 기자로서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길 바랐던 기대는 한순간 무너졌다.우리들의 ‘찰나의 순간’이 결코 의미 없는, 사소한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을’은 늘 지기만 하는 위치가 아니란 것을 지각하고자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약자들에게도 내가 당신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길 바라며 공부하고 노력하고자 한다.생각보다 우리사회에는 자신의 시선,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도 그 시선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폭력이 되고 있진 않을까.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한솔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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