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논리가 사회 전반을 잠식하면서 대상으로 칭할 수 있는 전 분야는 상품화되고 있다. 대학 수업 역시 학문의 본질과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학문적 성취를 나타내야 할 성적은 자기소개서를 채우는 항목 가운데 하나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철학 상담」 강의는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그 본래의 양상을 밝힘(哲)으로써 삶을 윤택하도록 유도하는 본질적 학문인 철학(哲學)을 추구한다. 강의를 듣는 학생부터 점진적으로 사람이 영위하는 전반의 영역에서 상담하고 스스로 힘을 구축하도록 유도한다. 하여 경제논리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흔히 한국형 토론 및 발표 수업은 단순히 창조성에서 조(造)에 초점이 맞춰진 창조로, 무언가를 새로 만들려는 경제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타인보다 더 잘 만들어내 독자성을 확보해야 하고, 성적으로 가치가 평가되고 철저하게 등급화 된다. 「철학 상담」은 최근 취업 전선에서 강조되는 창조성과는 다른 속성인 통찰과 관련된 강의이다. 이 수업에서는 자신을 중심에 두고 통찰을 통하여 모두가 피상적인 가치가 아닌, 본래 가치를 추구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관점에서「철학 상담」의 수업 방식은 여타 수업과 다르다. 대립형 토론이 아닌 담화 방식을 채택한다.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부담 대신 공존하는 여유를 제공한다. 학생 삶의 대화가 진도보다 우선하고 이는 곧 수업 그 자체가 된다. 즉 철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삶의 아픔을 본인만의 철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대화하도록 한다. 실천 철학의 영역으로 스스로 이르게 하여 전문성을 상실하지 않고, 철학 사조에 익숙하지 않은 나와 같은 타전공자를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 중심의 방식을 추구한다.「철학 상담」은 수업 과정의 체계의 측면에서도 여타의 수업과 다르다. 수업 간에 시청각 자료를 지양하고 철저히 소통을 강조한다. 상담 방법론에 관한 지식을 인지하는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글자만 남는 방법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청각 자료를 배제했을 때 전문성이 부족하진 않을까 염려할 수 있지만, 수업 시간에 발생한 발화와 질의응답 내용을 분석하여 전문가의 입장을 제시하는 시간을 병행하여 그런 우려를 떨칠 수 있다. 특히 쌍방향 수업이 되도록 수업의 방향과 과정 모두 수정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지속적으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모두의 수업이 되도록 유도한다. 시험 역시 지엽적인 암기식이 아니다. 시험 자체가 철학 상담가로서 전문성을 갖추는 데 필수적인 개념을 스스로 재인지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또한 수업을 관통하여 철학 상담에 관한 포괄적인 질문을 제시하고, 스스로 철학 상담가가 되어 주체적으로 방법을 적용하고 활용하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업과 과제, 그리고 시험이 분리되지 않는다. 「철학 상담」은 또한 수업 내용 자체로서 가치가 높다. 「철학 상담」 강의는 철학 내용 중에서도 상담과 관련된 사조를 검토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유연하게 다룬다. 실례로 소크라테스의 대화법과 산파술을 비롯하여 현상학과 인식론 같은 근대 사상과 나아가 포스트구조주의와 같은 현대 사상에 이르는 철학의 갈래에서 역사적으로 상담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전 분야를 교수와 학생이 대화를 하면서 쉬이 진행한다. 수업을 통해 학문을 연구하고 추구하는 이유가 삶의 영위이고 유한한 인간의 삶 속에서 삶의 의미 혹은 꿈을 모색하고 전공과 삶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경영을 전공하는 본인이 철학 상담을 통해 상담과 경영을 통섭하고자 하는 본인의 꿈의 추진력을 주었다면 본인에게 이만한 수업은 없을 것이다. 「철학 상담」은 철학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여는 획기적인 강의이다. 삶을 무시하지 않고 그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형태는 아마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표 그리고 그를 이루는 꿈의 전반이 건실히 발전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다.

임성윤(경상대 경영학부 12)

(위 글은 교수학습센터 주최 제9회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의 편집본입니다.)교수학습센터는 공모전 10주년을 맞아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 10주년 기념 특별판’을 발간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수상한 본교 학생들의 수업 추천 에세이 40편이 수록돼 있다. 특별판은 학과 및 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하며 교수학습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파일로도 열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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