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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경북대

*지난 1590호 ‘시가 흐르는 경북대’에서 편집상 문제로 시 전문이 실리지 않아 다시 게재합니다.



              꼬리

                                                     이재섭
 
나비는 우물 속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았다
어둠과 달빛이 보름으로 조각나는 바닥에서
물음표 모양으로 휘발하는 울음소리
그 동선을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는 꼬리
 
처음 보았을 때부터 빛을 동경하였으나
침묵보다 소름끼치는 눈부심은 견디지 못했다
나비는 물고기의 눈을 하고
두레박 아래 숨어 꼬리를 고리처럼 걸었다
 
세상은 타는 빛으로 숨겨져 있어 밤에는 그을음이 남았다
우물 속 어둠은 두렵지만 익숙하였고
미지에 대한 예민함은 머릿 속에 방울을 울렸다
나비는 세상을 우물 안으로 끌어내려 담기로 했다
 
그는 물을 긷는 자들의 세상을
닿는 만큼씩 훔쳤다 두레박이 수면에 닿으면
어둠의 한 가운데서 동심원으로 퍼져나가고
물결은 둥근 세계의 가장자리를 울림으로 증발시켰다
 
우물의 바닥은 차츰 높아지고
어둠은 익숙해지고
 
바닥에서 일던 파문의 규칙성이 일그러질 때쯤
거꾸로 매달린 두레박은 하늘을 잃고
물고기의 숨과 비늘도 어느 세상처럼 굳었다
 
세상의 보이지 않는 것들은 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입에 문 세상은 죽은 물고기처럼 서늘했다
아무 울음소리 없으니 꼬리는 열망의 곡선을 잊었다
눈동자에 어둠이 비추어질 때 미지를
잃어버리고 숨죽인 나비는 우물 안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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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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