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란 무엇일까요? 아파트가 모여 있는 우리 동네도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구 마을TV(이하 마을TV)에서는 마을PD들이 도시 속 숨어있는 마을 공동체를 찾아 여러분 앞에 소개하려 합니다. 과연 마을TV와 마을PD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마을TV의 촬영 현장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봤습니다. 다함께 채널 고정!●

▶마을TV는 무엇인가요?

마을TV는 현재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센터(이하 마을센터)에 소속돼있다. 마을PD를 비롯한 제작자들은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이 지원하는 마을뉴스제작교육을 받은 후 마을공동체를 찾아 방송을 제작한다. 자발적으로 마을뉴스제작교육을 이수한 마을PD들은 Tbroad의 제작비 지원과 대구 콘텐츠코리아랩의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카메라를 비롯한 장비 대여를 통해 마을 공동체 취재를 진행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송은 T-Broad 지역채널에 격주 토, 일에 방영된다. 마을TV는 지금까지 총 7명의 마을PD를 배출해냈다. 2016년 시범해 동안 8월 첫방송을 포함해 4회의 방송을 매달 송출한 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한 달 2회의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공동체 속으로! 마을TV 취재현장지난 18일 본지는 마을TV 정주현 PD의 방송 촬영 현장을 따라 서구 북비산로에 있는 ‘햇빛따라’ 도서관을 찾았다. 정PD는 “이곳은 주변 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사립 도서관의 형태로 설립한 곳”이라고 말했다. 정PD가 방문했을 때는 도서관에서 비산동 일대 도서관 회원들의 6, 7세 자녀들을 위한 떡 만들기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도서관 관장인 김은자 씨(50)는 “오늘 프로그램은 ‘북 앤 냠냠’으로 책 속에 나오는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며 “요리 자체보다 아이들이 부모 곁을 떠나 자립적으로 뭔가를 해본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회원이자 교육을 맡은 김혜정 씨(41)는 작은 방에 아이들을 불러모아 떡 반죽을 시작했다. 정PD는 교육이 시작되자마자 7평 남짓한 교실 구석을 분주히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향해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했다. 약 10분 뒤 정PD는 교실 밖으로 나가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는 동안 정PD는 학부모들의 부담스럽다는 눈길과 손사래를 마주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드디어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 마을 주민 리나 씨(40) 앞에 정PD는 동화책을 쌓고 그 위에 카메라를 올린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나 씨는 정PD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이민을 왔는데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동안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던 차현정 씨(43)는 “우리 마을의 자랑을 취재하러 와주니 좋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마을TV가 다른 방송보다는 화면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설픈 면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 동네 사람들의 삶이 나와 굉장히 정감있고 주민들과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마을과 마을미디어그렇다면 마을과 마을미디어, 그리고 이에 속한 마을TV는 어떤 매체인 걸까? 마을TV 각각의 구성원의 이야기는 비슷한 듯 달랐다. 마을센터 김영숙 센터장은 “마을공동체는 주민들이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이웃끼리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삶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해나가는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소비자에 머물렀던 주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공동체미디어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마을센터 이형석 연구원은 마을의 의미에 대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적인 개념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 모두를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공동체라는 개념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사는 곳에 존재하는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면 그것이 주민자치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PD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마을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정PD는 “마을 공동체는 공동육아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육아 품앗이 같은 공동행위가 지속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소외된 사람들도 아이들을 돌보면서 ‘나도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 묻자 정PD는 “공동체 구성원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마을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소통한 결과물이 바로 공동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는 마을 공동체 몇 곳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잘 갖춰져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을TV 현 매니저는 “주민들끼리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장이 마을미디어라고 생각한다”며 “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으로 겪는 문제에 공감하며 그를 개선하기 위해 뭉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을PD, 자신의 경험에서 마을을 끌어오다.햇빛따라 도서관의 취재를 맡은 정PD는 현재 5명의 아이를 둔 어머니이자 아내다. 정PD는 “작년에 마을뉴스제작교육 공고를 보고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다”며 “교육이 끝나고 PD에 지원하라는 현 매니저의 말에 함께 교육을 들었던 사람들이 다같이 신청하다보니 저도 PD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기간동안 어려웠던 점이 없었는지 묻자 “처음에는 마냥 재미있게 시작했지만 영상을 만들면서 일상생활과의 병행으로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처음 마을PD를 시작하는 정PD를 포함한 모든 PD들에게 방송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PD는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거부하기도 한다”며 “어렵게 사람들을 찾아도 이야기로 구성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정PD는 자신에게 가까운 소재를 찾아가기로 했다. 정PD는 아이들과 함께 다닐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찾아갈만한 마을 도서관을 찾기 시작하자 그 속에 마을 공동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PD는 “대구에는 오늘 촬영을 갔던 햇빛따라 외에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마을 도서관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는 25일부터 방영하게 될 방송에서 정PD는 아예 마을 도서관을 전문으로 하는 코너를 맡기로 했다.

마을TV, 이상과 현실 마을TV 매니저 현 씨는 마을TV 구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봄에 합류했다. 현 매니저는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마을센터의 로고와 함께 마을PD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재된 마을PD들의 명함을 보여줬다. 현 매니저는 “처음에 구상한 마을PD는 마을센터로 인해 신분이 보장되고, 정기적으로 방송을 제작하며 자기 주변에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끌어오는 ‘구속력 있는 제작자’였다”고 말했다. 마을TV는 현재까지 결방도 없었고, 마을PD가 방송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마을TV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발전하고 있는 걸까?현 매니저에게 들은 마을TV의 현황은 보이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현 매니저는 “처음 생각과 달리 마을PD들이 방송 만드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다”며 “마을PD 모두 개인적인 일이 있고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서의 삶을 방해해서는 안 됐기 때문에 방송을 만들라고 강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마을PD의 역할은 조금씩 변해갔다, 마을PD들은 영상 제작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마을TV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정PD가 마을 도서관을 찾아간 것도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다. 현 매니저는 “한 마을PD는 마을 도서관에서 동화극을 하던 경험을 살려 마을TV에서 복화술과 함께 ‘읽을 만한 동화’를 추천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마을TV가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은 어떠한 수익도 없이 T-broad의 지원에 의해 운영된다. 현 매니저는 “방송 분량이 적다면 T-broad 채널에서 광고를 넣을 수는 있지만, 그 수익은 T-broad의 것이지 마을TV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며 “수익을 목적으로 한 매체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현재 마을TV를 제작하는 대부분의 구성원은 4, 50대로 이루어져 있다. 김영숙 센터장은 “무엇보다 청년세대가 마을 단위에서 다양한 삶의 고민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 일자리 발굴, 청년활동공간 마련, 청년주거문제 해결 등 활동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방송에 대한 파급력을 묻자 정PD는 “제가 살고 있는 수성구는 마을TV가 방송이 안되는 것으로 안다”며 “거의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부담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매니저는 “마을미디어의 역할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마을TV가 대구 전 지역을 아우른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대구 내 다른 곳에서 마을 미디어를 만든다면 충분히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 정주현 마을PD가 도서관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다. 혹시 모를 장면을 위해 엘레베이터에 붙은 포스터까지 꼼꼼하게 촬영하고 있다.

▲ 도서관 회원이자 수업 강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혜정씨가 수강생들에게 책을 보여주고 있다.

이광희 기자/lkh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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