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탄핵을 가져온 것은 2016년 10월말부터 시작된 ‘촛불 광장’의 힘 때문이었다. 2016년은 1987년에 이어서 또 한 번의 사회운동의 해였다. 2016년의 사회운동은 조직된 주체보다는 익명의 대중 곧 ‘혼자인 듯 혼자 아닌 혼자’인 사람들이 주도하였다는 점에서 1987년의 6월항쟁과는 달랐다. 이러한 사회운동의 경향은 2011년 미국 맨해튼에서 처음 시작되었던 ‘점령운동’의 양상과도 일치하는 것으로서,  세계적으로는 ‘밀레니얼 세대’와 연관 지어서 설명하기도 한다. 촛불 집회에서의 익명의 대중의 참가는 11월 12일에 개최된 촛불 집회에서 ‘혼자 온 사람들’, ‘장수풍뎅이연구회’와 같은 깃발이 상징하였다. 이것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다음 집회에서는 ‘민주묘총’, ‘전견련’, ‘햄네스티’, ‘국경없는 어항회’ 등 조직 깃발을 패러디하는 다양한 깃발이 등장하기도 했다. 익명의 대중의 참가는 배타적이지 않은 광장의 ‘소통’을 상징한다.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이면에는 대통령의 ‘불통’이 있었다. ‘불통’은 또한 대학에도 있었다. 작년 여름에 발생했던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대학의 ‘불통 행정’에 반대하는 투쟁이었다. 이화여대학생들은 대학 본부가 추진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지원사업(이하 평단사업)’에 대해서 ‘학위 장사’라고 반대하여 7월 28일부터 10월 21일까지 86일간에 걸쳐 본관 점거농성 투쟁을 벌였다.농성이 시작된 것은 평단사업에 맞추어 평의원회에서 학칙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을 무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교수 5명이 감금되었다고 해서 총장이 1,600명에 이르는 경찰 병력의 투입을 요청한 것이 학생들의 투쟁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왔다. 투쟁 1주일만에 총장이 평단사업 철회를 발표하였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갔다. 그 결과 총장과 명예총장의 사퇴는 물론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입학과 성적 비리가 들추어졌고, 국회의 국정감사와 교육부의 감사를 불러왔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는 하나의 단초가 제공된 것이다. 총장을 비롯하여 비리에 연루된 교수들은 국회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려나갔으며, 이후 특검의 수사에 의해서 총장을 포함하여 교수 5명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이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소통’의 문화가 발휘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이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서 의사를 결정해 나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평단사업에 대한 반대 투쟁은 이화여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이화이언’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이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톡방과 같은 SNS와 본관 농성 학생들이 직접 참가하는 ‘만민공동회’에서 진행되는 토론을 통해서 의사를 결정해 나갔다.이러한 수평적인 의사 결정 방식을 학생들은 ‘느린 민주주의’, ‘달팽이 민주주의’라고 자랑스럽게 불렀다. 만약 학생들이 소통에 실패하였다고 하면 개학 이후에도 본관 점거농성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 수차례의 ‘총시위’와 ‘학생총회’를 개최하면서 학생들과 교수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문화야말로 이화여대가 비리 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대신에 침몰하는 상황에서 진실을 인양한 대학으로 기억되게 하는 기적을 낳게 한 것이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잊기 쉬운데, 우리는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불통’의 하나가 대통령, 교육부, 대학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학도 이러한 ‘불통’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작년 총장 취임 문제와 관련해 학생총회가 개최되고, 교수들이 본관에서 단식 농성을 한 것을 상기하고 싶다.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고, 그 제도가 문화에 착근되어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에서 대학의 희망을 보고 싶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는 청소년들의 참여가 인상적이었다. 청소년들이 자유발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청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은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순수성’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불의’에 대해서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정의로운’ 청소년들이 대학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의견을 더욱 자유롭게 개진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와 토론을 나누면서 더욱 성숙해 지기를 기대한다.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우리 대학이 더욱 활기차고 민주적이고 소통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가기를 바란다.

이동진(사회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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