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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다. 지난 4년 동안 최악의 청년실업률, 사드(THAAD)배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수많은 촛불집회 등 굵직한 이슈들이 발생했고, 이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본지는 이 주요한 이슈 속에 있었던 대구·경북지역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탄핵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또한 본교생 6명과 간담회를 열어 개인에게 이번 대통령 탄핵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1. 탄핵 이후, 현재진행형인 문제 속 대구‧경북 사람들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서승엽 공동운영위원장


Q.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은 대구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해왔다. 탄핵 인용 후 지난 촛불집회를 돌이켜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감동이었다.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사회적으로 확인한 계기이기도 했다. 정치를 선도하는 게 시민이라는 관념은 있었지만 그것을 광장에서 대중이 실제로 체감한 것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18차례의 촛불집회가 다 어제처럼 생각되지만 4차 대회와 5차 대회가 아무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4차 대회 때는 연예인 김제동 씨가 오기로 해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거라고 기대했지만, 당일 눈비가 섞여서 내리고 기온도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참여도가 많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암담했다. 하지만 그 악천후에도 사람들이 점점 많이 늘더라. 나중에는 전 주를 넘어 최대 인파가 참여한 걸 확인하고는 너무 기뻤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통치권자에게 항의하기 위해 일어서서 대회가 18차까지 오는 내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표현해왔다. ‘앞으로의 정치는 이런 사람들이 참여하는 열린 정치가 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Q.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본인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가?
민주사회에서 군림하는 권력은 시민들이 용납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쳤다. 이번 탄핵 정국은 헌법 조문 속에 죽은 주권이었던 국민이 실재하는 권력의 주인임을 자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리고 시민들의 정치적 각성수준이 열악한 게 아니라 그동안 자신들을 위한 정치를 할 판이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탄핵의 가장 큰 성과는 어쩌면 박근혜 정권의 퇴진보다 국민들의 주권자로의 각성이 아닌가 한다.


Q. 대선주자와 정치권이 그 과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해법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여전히 대선이 기득권 그룹의 잔치판으로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 참여 경선제도라고 이야기하지만 국민들이 주체가 되지는 못한다. 열거된 후보 중의 하나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제안된 공약이 아니라 시민들이 정치의 주체로서 앞으로 함께 살아야 할 세상을 같이 설계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Q. 앞으로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자각한 주권자가 스스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까? 정치도 권력도 스스로 가지는 방안을 시민들이 만들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이 촛불에서 그것을 보여줬다. 위임한 권력을 회수해본 경험을 가진 주권자가 자신의 힘을 자각했는데 다시 절대 권력화 되는 것을 두고 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구 유일 예술영화 전용극장

‘동성아트홀’ 남태우 프로그래머


Q. 본인에게 탄핵 인용은 어떤 의미인가?
상식과 정의가 완전히 외면된 부조리의 시대가 거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탈법과 권력형 비리가 일상화된 세월이 너무 길었다. 촛불집회를 비롯해 세월호참사, 백남기농민의 얼굴과 고단한 일상을 사는 모든 이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또한 이젠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고 영화 그 자체로 국민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상이 그나마 정상화가 된 것이다.


Q. 특검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기소한 공소장에 포함된 374건의 문화예술계 배제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남 프로그래머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실제로 이름이 올랐다.
문화라는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고 자유로운 표현이 생명이다. 권력이 자신의 잣대로 문화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발상 자체가 독재다. 블랙리스트라는 것은 사실상 예술활동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권력의 의지가 드러난 것인데, 충분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저렇게 지침을 가지고 운용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21세기판 나치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저 역시도 이런 저런 활동이나 심사 등에서 수년전부터 완전히 배제돼 있었고 문화적으로 연금상태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Q. 명단을 보면 영화 분야에서 동성아트홀의 2014년 8월 25일경 정액지원금 지원배제가 나와 있다고 한다. 동성아트홀이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지원 사업’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극장의 경영난이 심각해졌다고. 실제로 어느 정도 피해를 보았는가?
당시에 심사과정이나 심사위원 등을 보고 명백히 권력의 의지가 반영된 배제라는 심증을 굳혔으나 정부가 서류상으로는 증거가 남지 않게 치밀하게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특검의 수사결과에서 명백하게 동성아트홀 배제가 드러났고 그 중심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이렇게 치밀하고 치졸하게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영난이 심해진 동성아트홀은 2015년 2월에 폐관을 하게 됐다. 다행히 지역에서 이 극장이 가지는 가치에 동의한 광개토병원의 인수결정으로 한 달 만에 부활하게 됐다. 지금은 경영상의 큰 어려움은 해결한 상태지만 여전히 예술영화에 대한 저변확대가 되지 않아 관객이 많이 늘지는 않은 상태다. 앞으로 시민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자체나 정부 등의 지원과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탄핵 이후 정부가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단은 자유로운 예술 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현재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그렇듯이 문화에 대한 인식과 사고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에 대한 사고가 단선적이거나 시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문화계와 긴밀히 협조해 문화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지원도 별로 안 하고 간섭도 하지 않던 정부에서 지원은 아예 안 하고 간섭은 확실히 하는 정부가 지금까지의 정부였다면, 이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본래의 원칙을 준수하는 상식적인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대한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 공동위원장


Q.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에 대해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및 성주 군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역사적인 날이었다. 성주가 사드배치 철회 촛불을 든 지 241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정미 재판관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낭독하자 성주 주민들은 환호했다. 대통령 탄핵이 사드를 철회시키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드가 배치되는 롯데cc 아랫마을인 성주 소성리 할머니들은 마을회관에서 손을 반만 들고 만세를 불렀다. 사드가 철회되는 날 손을 높이 들겠다고 하셨다. 그날 저녁 촛불집회에서는 주민들이 풍물놀이와 노래와 춤으로 그동안의 아픔과 눈물을 뒤로하고 기쁨을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5·16 군사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지배해왔던 박정희 신화까지도 한꺼번에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구·경북의 변화가 기대된다. 박정희 숭배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던 대구·경북 시도민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향배가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Q. 탄핵 이후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드배치는 한미 대통령이 서명한 조약도 아니고, 한미 국방부장관이 서명한 약정도 아니다. 국방부에 확인한 바로는 양국의 실무책임자가 서명한 “한미공동 실무단 운용 결과 보고서”만 존재한다고 한다. 사드배치는 국가부지가 군사시설로 제공되고, 엄청난 국가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보고서 한 장으로 추진되는 것은 명확하게 불법이다. 불법적으로 추진되는 사드배치는 그래서 무효다. 미국과 국방부는 지금도 불법적인 사드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 불법적인, 원천무효인 사드배치를 당장 중지시키는 것이다.


Q. 탄핵 이전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탄핵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진행했는가?
2016년 7월 13일 성주가 사드배치 지역으로 발표된 후 성주투쟁이 시작됐다. 성주촛불 14일째 되는 날인 7월 26일,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가 성주를 방문했다. 그때 이미 성주 군민들은 “새누리당 장례식”을 거행하면서 “사드배치의 대안은 박근혜 탄핵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후 매일 저녁 촛불집회에서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했으며,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을 한 박근혜 탄핵과 구속, 최순실 구속을 외쳤다. 광화문 탄핵촛불집회가 개최되는 주말마다 성주 군민들은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Q. 탄핵 이후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어떠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가?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 광장에서 매일 촛불집회를 하고 있으며, 소성리 수요집회를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개최하고 있다. 원불교에서는 성주 롯데cc 입구에서 매일 철야 연좌농성을 하고 있으며, 성주 소성리에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매일 10-20여 명이 사드장비 반입을 감시하며 막고 있다.
또한 사드배치 관련 법률적 대응, 국회와 정치권과의 연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전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기 위한 전국적 연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청년유니온

최유리 위원장


Q. 탄핵 인용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시민이 승리했다. 정말 이런 생각이 들더라. 옛날부터 많은 촛불집회에 갔지만 한 번도 시민들이 반대하는 부분에 대해 바뀐 게 없었다. 패배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국민들이 이거 정말 아니라고 요구하고, 받아들여진 것이지 않는가? 정말 기뻤다.


Q. 지난 정권의 청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는 항상 고용률 올리기에 집착한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 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자리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중요한 건데 정부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내놓은 대책이 없었다. 결국 청년들을 이용하면서, 세대 갈등만 더 일으키는 정책들만 시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Q. 현재 대선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기본소득, 청년배당, 청년부조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같은 경우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지금 사회에서 청년은 거의 취약계층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청년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너무나 열악하다. 사회에서는 구직의 책임을 청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구직은 사실 사회적 구조의 문제다. 일을 해도 워킹푸어가 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Q. 탄핵 이후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청년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청년 문제의 핵심은 청년이 주체가 되어, 당사자들이 나서서 청년 문제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청년들을 청년 주체로 보지 않고 있으니 시혜적으로 보이는 정책들이 많은 것이다.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은 청년들의 진짜 삶이 무엇인지,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듣는 것이다.
또한 청년 문제는 노동에서뿐만 아니라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너무 문화면 문화, 복지면 복지, 이렇게 단절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청년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는 데 부족함이 많은 것이다. 청년을 이용하지 말고 청년의 삶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라고 대선후보들에게 말하고 싶다. 사실 선거 시기만 되면 청년들은 너무 많이 이용된다.


2. 본교생 간담회 - 탄핵을 넘어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허우경
(경상대 경제통상 14)
: 이하 허


손서윤
(인문대 국어국문 11)
 : 이하 손


양정민
(자연대 물리 12)
: 이하 양


류나은
(인문대 사학 15)
 : 이하 류


권은정
(사회대 문헌정보 17)
 : 이하 권


백수정
(필명)
: 이하 백




Q. ‘박근혜 하야’부터 ‘탄핵’을 외치고 인용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봤을 때, 탄핵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양: ‘하나의 가능성’이라 느꼈습니다. 탄핵은 외신에 보도될 만큼 부끄러운 일이지만 국민의 힘을 보여준 계기였습니다. 사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박근혜 정부를 맞이하며 높아졌지만 이명박, 노무현 정부 등 가릴 것 없이 부정부패에 대한 의혹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제대로 제재가 가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탄핵이 인용되면서 우리사회의 권력층에게도 경각심을 깨워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손: 양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탄핵 이후 사익을 위해 생겨나는 여러 세력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백: 충격을 받고 실망감을 느끼는 상황이었지만 일련의 과정들로 인해 입장이 약간 바뀌었습니다. 여러 정치인을 필두로 한 촛불 시위가 이뤄지게 됐고, 그러한 정치인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 내려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 대상들이 모두 진보성향의 정치인과 운동권 단체였고, 나라의 안위보다 정치적 집권을 위한 기회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보수적인 정치 입장을 가진 한 학생으로서 도가 지나친 행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더불어 세월호, 백남기 농민 사건 등이 끼어들며 재벌해체 여론까지 이어졌습니다.
탄핵이 기각되길 원했습니다만 탄핵은 인용됐습니다.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 사유를 부분인정하며 결과에 승복합니다. 하지만 이번 탄핵은 민주주의의 뜨거운 승리보다 진보 측의 정치적 승리라고 보입니다.


Q.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지적돼왔지만 촛불집회에서 많은 대학생을 비롯해 청년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습니다. 청년들에게 이번 촛불집회의 의미가 무엇이었다고 보시나요?


류: 비폭력 혁명의 시발점.


양: 박 전 대통령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청년들이 N포세대로 불리는 것처럼 ‘힘든 시대에 단순히 화풀이가 아닐까’라는 부분이 걱정됐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서도 경찰버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모습에서 감동받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지만 의식 높은 시위를 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백:  촛불집회 또한 진보 측의 밑그림이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청년들은 국가에 대한 분노를 촛불집회를 통해 평화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 측 정치인에게 청년들의 촛불 집회 참석이 그들의 뜨거운 국가에 대한 애국심일지, 아니면 본인들의 집권을 위한 일종의 도구로 사용될지는 의문입니다.


Q. 헌재는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로 탄핵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등에 대해서도 탄핵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결정됐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허: 다음 정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 무능력 등에 대한 헌재의 판결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 적극적인 구조활동은 대통령이 바다에 들어가서 구하는 게 아닌 대통령의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음에도 내려진 이번 헌재의 판결은 만약 탄핵이 되지 않았다면, 너무 보수적인 판결이 된 것 같습니다.


손: 헌재 판결에 대해서는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탄핵 여부도 중요하지만 세월호 사건의 전말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 사유가 됐다면, 지금처럼 헌재의 탄핵인용을 받아들이는 계층이 광범위하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세월호에 있어 감정이 앞서지만 양보를 함으로써 탄핵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류: 노무현 대통령 때의 탄핵 심판 전문을 삼십분에 걸쳐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사유가 많은 만큼 탄핵선고가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22분으로 끝나버렸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박 전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분명한 두 가지 사유로 탄핵이 됐음을 명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권: 아쉽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세월호와 같은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앞으로는 9·11 테러와 같이 철저한 기록을 통해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Q. 탄핵 인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 친박 세력 등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양: 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친박 세력들을 보면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인데 독재 정권을 거치며 ‘누가 되든지 자기 잇속은 챙긴다’와 같이 세뇌를 당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에서는 너무 관심을 주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류: 탄핵이 인용된 날 박사모에서 폭력시위를 방불케 했고, 개중 경찰버스를 뺏어 몰고 가다 스피커를 떨어뜨려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후 댓글 중 ‘잘 죽었다’고 표현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 사람들(박사모)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자기 의견을 피력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사상을 이유로 처벌한다면 유신 시대랑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허: ‘류’의 의견에 동의하고 그 사상이 너무 과해 피해를 주면 법적 처분을 내려야 된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서양의 근대 이행 과정 중 왕당파의 극렬한 반발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 앞 차에서 내려 인사를 하는 도중 환영인파가 박 전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마치 왕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면에서 왕당파의 마지막 발악 같은 느낌을 줍니다.


권: 삼성동 초등학생을 위협하는 등 주민들의 신고에도 경찰이 제대로 안 받아준다고 합니다. 박사모, 친박 세력들이 과하게 행동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경찰이 전 정부의 지지자들이라고 상대적으로 처벌을 약하게 하는 점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백: 박사모가 반발하며 시위하고 있는 모습은 좋지 않습니다. 그전까지 그들의 정치적 이념과 저의 이념은 사뭇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시선으로는 여러 왜곡된 부분과 흑백논리에 의해 탄핵 기각 주장은 곧 박사모와 이어졌고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인간으로 취급받게 됐습니다. 헌재에서 판결이 나온 만큼 이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인 후 검찰 조사에서 만약 그들이 원하는 진실이 밝혀진다면, 그때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탄핵 이후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까요?

권: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 후 중학교 3학년 때는 집중이수제 때문에 피곤했고, 고등학교를 입학하니 세월호 사건이 터져 여행, 체육대회 등 취소돼 재미없는 1년을 보냈습니다. 다음 해 메르스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난리를 쳤습니다. 이번에는 정윤회 사건이 터지고 조류독감으로 고생하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친구들과 “우리 학년은 왜 이럴까”라는 말을 했습니다. 가장 간단함에도 지켜지지 않는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이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다음에는 다른 방향으로 또 바꿔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의식이 성장했으면 합니다.


백: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일정 부분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과 동기가 대구에서 서울 촛불집회가 아닌, 태극기 집회를 다녀왔다고 하면 주위 시선은 어떠할까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모두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 참여이며, 이는 ‘참여’ 자체의 행위로 평가받을 일입니다.앞으로 우리사회는 협력해야 합니다. 양측 정치이념에 대한 상호 존중과 이해 없이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북한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는 야당과 여당의 협력을 통해 북한 상대로 위기를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미덕’이란 단어가 생각납니다. 이번 기회에 적폐청산이 이뤄지고, 국가나 청년이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미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덕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허: 박근혜, 최순실, 우병우는 아직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며, 사회적 권력을 가진 사람도 처벌을 받는다는 선례를 남겼으면 합니다. 앞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저는 정치부패, 권력남용 단죄를 통해 지금 상식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씩 쌓아가면서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교수와의 인터뷰

- 이동진 교수(사회대 사회)


Q.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반발하는 집회가 진행됐으며, 박 전 대통령의 주택에서 또 다시 정치세력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노인 세대가 과거 자신의 경험에서 어떤 공통의 주장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그것이 ‘다른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가’입니다. 젊은 세대 중에도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이들조차 같은 보수로서의 공통성을 거의 공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상이 그들의 경험과 관련돼서 이해가 된다고 해도, 그들이 대화와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주장만 하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노인 세대에 대해서는 그들이 삶에서 긍정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인정해 주고(아픔에 대해서는 공감을 나누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긍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사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법적 문제와 별개로 정치적으로 다뤄야 될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치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이 이것을 보도함으로써 공론장에 회부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데 대해서 아쉽게 생각합니다. 이것이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은 법적인 형식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정치적인 내용 요건은 갖추었다는 뜻입니다. 탄핵 인용은 법적 절차라는 점에서 면책된 데 불과하고 정치적으로는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재난을 당하였을 때 대통령의 대응은 정치적 책임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안으로서 거론되어 왔습니다. 정치는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론장(여론)에 의해서 평가받는 것입니다.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이한솔 기자/lhs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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