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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소통과 치유를 향한 또 하나의 발걸음, 인문카운슬링융합전공

학술기획 - 대학인문역량강화(CORE)사업 인문기반 융합전공 3부작
[1부: 문화콘텐츠개발융합전공]
[2부: 중국문화와통상융합전공]
[3부: 인문카운슬링융합전공]


우리는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행복을 꿈꾸며 산다. 어떤 이는 꿈을 이루고 성공의 짜릿함을 맛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의 성공이란 어떤 모습일까. 상당수의 사람들은 권력이나 부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룬 것을 성공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최고의 권력과 부, 명예와 인기를 가졌던 몇몇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속세적인 잣대가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힘들지만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고통과 좌절 속에서는 우리를 살게 하는 것, 그 해답을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
우리나라는 여전히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고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자살자나 정서적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립감이나 소외감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고립감이나 소외감은 관계의 어려움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누군가로부터의 관심과 애정을 갈망한다. 관계 속에서 이것이 충족되지 않고 좌절될 때 삶의 욕구를 잃어버리거나 존재감을 상실하게 된다. 자신의 성공을 함께 기뻐할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거나 먹거나 잠자는 등 사소한 것이라 여기는 일상일지라도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프롬(Fromm)은 인간은 관계의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욕구를 통해 사랑이나 지배 또는 의존으로 유대와 안정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등, 인간관계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고 이야기했다. 셜리반(Sullivan) 역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어려서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인정,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대등한 위치의 사람들과는 친밀관계를,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구를 가진다고 했다. 이들은 인간관계의 지속적인 실패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상담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살펴보면 대부분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관계, 부부관계, 친구관계, 직장이나 동료, 지인들과의 관계 등 관계 속에서 친밀감이나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느낀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빠른 정보의 습득은 인간들에게 더 많은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을 안겨주고 있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는 더욱 풍족해졌지만 더 큰 빈곤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질적 빈곤감은 정서적 빈곤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물질적 빈곤감으로부터의 영향력을 적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심리적·정서적 만족감이나 여유가 결핍을 이겨내거나 완충시키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며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극한의 고통에 빠져있을 때 자신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린다면 그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그만큼 행복하게 살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들어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약이나 심리치료, 상담 이외 자원봉사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고립되고 소외된 삶을 살던 내담자들에게 관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게 해줌으로써 정서적 안정감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통한 안정감과 만족감을 경험하게 하고 자신의 상황이 가장 비극적이라고 생각하던 가혹하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게 해주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재의 정서적 어려움 속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것이다.
인문카운슬링융합은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삶을 보다 건강하게 성숙하게, 그리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도록 돕는 인문학의 실천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카운슬링융합전공의 주요목표와 교육과정은 “소통과 치유”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과 또 우리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것, 즉 다양한 갈등을 중재하거나 새로운 공동체적 대안을 찾아가는 토론과 협의, 즉 개인과 사회 영역에서 조화로운 삶과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기여하고자 기획되었다.
카운슬링이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 온 것에 비해 경북대학교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단에서는 인문학 속에서 카운슬링을 실현하고자 한다. 카운슬링의 사전적 의미는 문제에 대한 개인적 조언이나 상담, 협의를 의미하며 공감적 상호교류를 통한 문제해결과 심리적 성장을 돕는 것이다. 물론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과 조직에도 제공된다. 따라서 카운슬링은 크게 치유와 소통이라고 하는 주요 사안을 이미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인문학은 너무도 형이상학적인 학문의 영역에 치중하다보니 인문학은 마치 삶의 전선에서는 한걸음 물러서 있는 고전의 영역이 되어버렸고 취업전선에서도 가장 열약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문학은 본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삶과 가장 가까운 것이 인문학이 아니었던가. 
르네상스시대 이후 인문학이 실용적인 분야보다 학문적 영역에 치중하게 되었지만 중세시대의 인문학은 기술 혹은 행위의 방법으로서 강조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oetics)은 문학을 고찰하는 문서지만 희극과 비극, 음악, 플롯과 카타르시스, 서사시 등 예술의 다양한 형태를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예술의 기원을 테크네(techne)라고 하였다. 기술을 갈고 닦으면 바로 그것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니 예술과 기술이 다르지 않으며 인문학의 하나로서 문학과 예술은 학문이면서 실질적 삶의 실천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인문치료나 문학치료, 독서치료 등에서 인문학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불편한 정서를 다루고자 하는 것도 고대로부터 사용된 인문학의 실용적 사용을 되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사학 역시 실천적 학문이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역시 말하기의 중요성을 논하였다. 이들이 발전시킨 수사학들은 연설의 내용과 형식, 논리적 구조 등을 중요시함과 동시에 이것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이 되는가 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여겼다. 소크라테스 수사학의 핵심은 소통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에 있었고 플라톤의 수사학은 영혼과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여 대상에 따라, 혹은 그들의 수준에 맞추어 이야기하고 전달하는 것으로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의 이론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3대 덕목은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이다. 에토스는 화자의 성품이며 신뢰감이며,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과 감성, 로고스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말과 이성을 의미한다. 이상적인 연설가는 좋은 성품을 가지고 청중의 감성과 본성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설득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며 그 이후에 내용을 적절하게 또 효율적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키케로 역시 철학과 수사학의 통합을 꾀하며 사고와 표현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학이 보완· 발전되면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전문성이나 지식 못지않게 선함과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적 책임감, 연자와 청중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여 감동을 이끌어내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소통이었다. 이후 꾸준히 발전한 수사학의 다양한 요건들을 살펴보면 보편적인 지식과 삶의 현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과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 조율능력 등 마치 현대의 상담사에게 요구되는 공감과 경청, 조율과 통찰의 능력, 신뢰와 윤리적 자세와도 같다. 우리들이 서로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면 심리적 정서적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역시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시학이나 수사학은 카운슬링과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인 이론과 방법을 이미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 철학과 이승환교수는 ‘인문치료와 소통’ 학술대회(2011) 기조강연에서 소통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성(聖)’군의 최고덕목은 잘 듣는 경청이며 잘 다스리는 것은 백성의 목소리를 들어주어 소통하고 그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제대로 소통하는 것은 관계회복과 치유의 열쇠이다. 이것이 바로 인문카운슬링융합전공이 치유와 소통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인문카운슬링은 철학과 문학, 언어학 등 다양한 인문학을 기반으로 카운슬링을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적 학문이다. 다양한 협업을 위해 사회복지나 의료, 교육 분야 등의 영역들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학기 인문카운슬링융합전공학생들은 워싱턴D.C와 노스캐롤라이나의 대학과 카운슬링 전문기관으로 해외학술교류를 다녀왔으며 호주 시드니 교육원에 해외인턴십을 파견하였다. 그리고 카운슬링과 인문치료, 방송과 토론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초빙, 강좌개설과 MOU를 체결하고 신규교과개발을 위한 모임을 가지는 등 교과와 비교과내에서 다양한 실무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치유와 소통영역은 매우 실제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상담 관련 학위나 이론 공부가 상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많은 임상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의 학습이 제공되어야 함도 밝혀둔다.
최근 인문학 열풍이 트렌드처럼 소비되어지는 측면도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인문학이 실용적 측면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인문학은 본래부터가 실용적 학문이 아니었던가. 어찌 보면 인문학이 비실용적인 것이 아니라 실용이라고 하는 의미가 왜곡되어 있어서 이 둘의 조합을 바라보는데 부정적 시각이 개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유행처럼 소비되어 너무도 식상해져버린 “소통과 치유”라고 하는 유행어에서 다시 본래의 소중한 본성을 되찾고자 한다. 인문카운슬링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삶 속에서의 인문학의 실천적 영역들을 건져 올리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인문학의 본질적인 가치를 배우고 함양하면서 세상 속에 더욱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섬세한 결들을 만들고 삶을 함께 호흡하며 공동체의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하며 인간 삶 그 자체인 인문학의 부흥이 우리를 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 우리가 함께 공감하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소통이 치유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 인문카운슬링융합전공은 그 희망의 유혹을 힘껏 끌어안고 있다. 공감하는 이들의 많은 도전을 기대해 본다. 


배정순 교수
(경북대학교 대학인문역량강화(CORE)사업단
인문카운슬링 융합전공) 




▲ 인문카운슬링융합전공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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