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가 유행인가 보다. 부총학생회장을 필두로 집행위원장, 총학생회장이 사퇴했다. 이로써 제49대 ‘리본’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해체됐다. 총학을 믿고 뽑아준 학생들은 실망을 금할 길이 없어 보이고 학내 언론인으로서 참,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번 사태는 작년 인문대 전 학생회 ‘BE-本’ 회장의 ‘회비 사용 미숙으로 인한 신뢰저하 및 자격문제’로 인한 사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인문대 회장의 사퇴는 곧 부학생회장 및 학생회 간부들의 전원사퇴로 이어졌다. 이 씨는 ‘인문대 사태해결을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기타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올해 총학 집행위원장 또한 부총학생회장의 사퇴에 대해 일이 커진 후에야 사과문을 냈으며, 지난 8일 총학생회장의 사퇴문에도 “부총학생회장의 사퇴, 총학생회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여러 문제와 저희가 가졌던 모든 문제들, 학생 사회 신뢰 하락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퇴”가 쓰여져 있었다.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자들이 말한 “모든 것에 책임”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사퇴자들이 학생회를 시작할 때 하나같이 외쳤던 학우들을 생각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어디로 갔는지, 그 순간마저 위선이었을지 되짚어본다. 순전히 학생회의 자만에 빠져 ‘대표, 장’이라는 직책에 눈이 멀어버린 것은 아닐지. 수많은 학우들의 손으로 뽑힌 대표자임에도 사퇴를 선언한 순간 무심히 떠나갔는지 모르겠다. 떠나간 당신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애초에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다. 사퇴를 하겠다고 한 이상 사퇴자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아마 사퇴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입 발린 소리는 이미, 들을 만큼 들었다. 우리는 “모든 것에 책임을 진다”는 당사자들이 진심으로,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지려 노력하는 태도를 보고 싶다. 그 조그마한 노력에서 비롯되는 학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학생사회 신뢰가 회복될 길이며 힘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어떤 직책을 맡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능력이 생기진 않는다. 사퇴자들도 한 조직을 이끌어나가며 부딪혔던 일들에 당황스러웠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러나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모든 능력이 생기지 않아 타인의 조언에만 의지해갈지,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나아갈지는 자신의 자리가 갖는 위치와 무게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 것이다.

총학생회 보궐선거 투표일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로 확정됐다. 이미 학생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친 현 상황이 아마 다음 학생회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 부담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현 학생사회의 신뢰 회복을 이끌어낼 학생회가 선출되길 바란다.

이한솔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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