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러닝은 미국에서 시작되어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업방식이다. 우리나라에는 거꾸로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대학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플립러닝 수업방식은 기존의 강의식 수업과 달리 학생들은 기본적인 내용,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수업 전에 미리 공부하고 본 수업시간에는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이나 문제풀이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학생중심 수업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2016년 1학기 심재훈 교수님의 전자회로2에서 플립러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전자회로라는 과목은 전자공학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학문으로서 원서 textbook이 1400쪽, 두 학기에 걸쳐 수업이 진행될 정도로 학습량이 방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어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수님의 수업방식을 설명하려면 먼저 2015년 2학기에 수강한 전자회로1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4명의 학생이 조를 이루어 먼저 오픈코스웨어에 있는 인터넷 강의와 책으로 예습을 한다. 그리고 잘 모르는 부분,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작성하고 수업시간에는 토의를 통해 답을 찾아내는 방식이었다. 교수님은 조별 토론에 참여하여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주시고, 추가 내용과 적용사례 등을 알려주셨다.

수업은 창의적이고 매력적이었지만 교수님 한 분이 80명의 학생들의 궁금증을 모두 해소해주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교수님께 보낸 질문 메일에도 정확한 지식을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교수님의 답변을 받고, 교수님 또한 수업을 하면서 문제점들을 발견하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교수님이 끝까지 이러한 수업방식을 선택하고 진행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셨다.

‘남이 가르쳐 주는 것을 듣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깨우치는 과정을 터득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전자회로2에서는 이런 점을 개선하여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한 토론으로 진행 방식이 바뀌었다. 매 시간 교수님께서 문제를 내주시면 학생들은 약 30분의 시간 동안 조원들과 상의해서 문제를 푼 뒤 조원 중 한 명이 앞에 나와서 그 문제를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풀어본다. 또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도 학생들 간 질문을 통해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시간마다 교수님이 내주시는 문제들은 간단해 보이지만 각 chapter에서 필요한 내용, 추가적인 내용,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다 담겨 있어 필수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응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방식에 대해 이 수업을 듣지 않는 다른 친구는 ‘문제를 내는 것이 교수님의 역할이야?’라고 의아해했다. 다소 낯선 방식이지만 교수님은 문제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푸는 과정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셨다. 그리고 사고가 확산될 수 있도록 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그 과정을 이끌어주셨다. 

학기 내내 진행된 조별 활동 역시 특징적이었는데, 수업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시선과 의견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수업에서 학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해가는 방법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이번 학기 전자회로2는 가장 기억에 남고 많은 것을 배운 수업이라 생각한다. 수업 전에 예습을 하고 수업시간에 복습을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고, 무엇보다 수업 참여를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학생과 교수님이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진행해 나갔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이 수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다.

교수님의 의지와 학부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가 있었기에 이런 수업방식이 실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수업은 정보전달의 효율성에서는 강의식 수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일방적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고 버거운 강의일 수 있지만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학기가 끝난 후 분명히 자신이 수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있을 것이고,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동현(IT대 전자공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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