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크누스냅’ 운영자 최민기(경상대 경제통상 13) 씨 인터뷰

“인터뷰 요청 받고 밤에 잠을 못 잤어요.” 직전에 촬영이 있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온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가 어색한지 쑥스럽게 웃었다. “제 친구들도 제가 이걸 하고 있는지 잘 몰라요. ‘사실 그거 네가 하는 거냐?’ 물으면 ‘아닌데.’(웃음)” 

그런 그에게 ‘사진’에 대해 물으면 더없이 진지한 낯이 된다. ‘크누스냅’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최민기(경상대 경제통상 13) 씨는 본교생을 대상으로 스냅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다. 어떤 이유로 그런 사진을 찍는 걸까?●

Q 크누스냅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최근에 카메라를 바꾸면서 이 좋은 카메라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찾아보니 어르신 영정사진 촬영 같은 사진 봉사가 있더라고요. 그런 봉사를 이번 겨울방학 때 많이 다녔어요. 부산도 가고. 서울도 가고. 사진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된 거죠. 좀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서 주위에 사진 찍는 친구들과 모여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페이스북을 통해 본교생들의 신청을 받아 본교 캠퍼스 내에서 그들의 스냅사진을 찍어서 번 수익금을 좋은 쪽으로 써보자고 한 게 ‘크누스냅’의 시작이에요.

Q 스냅사진이란 게 뭔가요?

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인위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사진 찍을 때 갑자기 포즈를 잡는데 그 장면이 인위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카메라를 처음 잡았을 때도 풍경사진을 찍었어요. 풍경은 있는 그대로 굉장히 자연스럽잖아요. 그런데 친구들이 제가 사진을 찍고 다니는 걸 아니까 자기들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풍경 말고 찍어본 게 없어서 어떻게 찍어줘야 하나 싶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스냅사진을 접하면서 인물사진에 빠지게 됐어요. 스냅사진(Snapshot)의 정의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빠르게 포착하는 거더라고요. 굉장히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게 되고, 내가 보는 인물 그대로를 렌즈에 담아내게 된다는 게 매력적이어서 스냅을 시작하게 됐어요.

크누스냅으로 들어오는 촬영 신청 중에는 커플 스냅이 많아요. 남자친구의 군 입대를 앞둔 여자친구, 애인이 타지로 취직해서 장거리 연애를 앞둔 분의 경우도 있어요. 서로 멀리 떨어지게 되는 상황인 사람들의 신청이 많아요. 학교가 그들을 이어준 매개잖아요. 그래서 더 학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은 게 아닐까 해요. 커플 스냅을 찍으면 촬영장소 세 곳 정도를 가는데, 그 중 한 군데는 무조건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장소로 가자고 해요. 그런 곳에서 사진이 제일 잘 나와요. 거기 가면 두 분이 말이 많아지거든요. 저는 그걸 담기만 하면 되요. 그 자체로도 너무 예쁘니까요. 그게 바로 스냅인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거든요.

Q 어디서, 어떻게 촬영하나요?

아, 저도 많이 연구 중인데요. 최대한 그대로 있는 풍경을 활용하려고 그래요. 우리 주위에 있는 일청담이나 센트럴파크 같이, 학교 내 공간도 예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겨울방학 때 친구들이랑 학교에 촬영할 만한 장소가 어디 있을까 찾아다녔어요. 굉장히 많더라고요. 일청담, 센트럴파크. 최근에 발견한 데는 비 오는 날 비 피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건축학부 건물이에요. 출판부도 좋고. 포즈를 잡을 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라고 얘기하고 최대한 자연광 위주로 촬영해요.

그리고 촬영장소로 가면서 모델이 될 분에게 계속 말을 시켜요. 그러면서 계속 그분의 표정을 봐요. ‘이분이 어떤 표정을 할 때 제일 아름답게 담을 수 있을까.’ 그걸 캐치해요. ‘이분은 이 보이면서 웃을 때 굉장히 예쁘다.’ 그러면 사진 찍을 때 계속 그 표정을 주문해요.

태어날 때부터 예쁜 사람들도 있지만, 드물잖아요. 모든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요. 항상 아름답지는 않지만, 아름답게 보이는 구도나 장면이 있거든요. 그걸 찾아내고 연구해요.… 제가 너무 잘 찍는 사람처럼 얘기해서 민망하네요.(웃음)

Q 아까 말한 사진 봉사 얘기 좀 더 해주세요.

처음에 했던 거는 부산 다대포에 있는 요양병원이었어요. 따로 모집하는 건 아니었고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연락을 드리고 갔어요. 제 인생에서 굉장히, 굉장히 뜻 깊은 경험이었어요. 영정사진은 가족들이 해주는 게 보통이거든요. 제가 찍었던 분들은 가족이 없는 분들이었어요. 또 그분들이 거동이 불편해서 실제로 사진사를 불러서 촬영하면 거액을 지불해야 된다더라고요. 그분들은 양복도 없으셔서 포토샵으로 입혀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찍은 이 사진이 이분들 장례식에 쓰이는, 인생의 마지막 사진이잖아요? 그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뭉클했어요. 사진은 중요한 매개체인데, 마지막 사진이라면 더 의미가 있잖아요.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분들을 더 많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크누스냅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같이 하던 친구들이 바빠져서 지금은 저 혼자 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진작가들도 모집하고 있어요.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어요. 그분들 중에 저와 스타일이 다른 분들을 뽑아서 같이 작업해보려고 합니다. 될 수 있으면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을 뽑으려고 해요. 크누스냅의 목적은 수익금을 교내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려는 거예요. 수익금이 충분히 모이면 일단 교내 장학회에 연락해서 기부를 하려고 합니다. 이후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갈지는 시작 단계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Q 사진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물안경이라고 생각해요. 물속에서 물안경을 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듯이, 사진도 다른 사람들이 찍은 것을 보고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풍경, 내가 지나쳤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볼 수 있어요.

오늘의 나보다 어제의 내가 더 젊고, 내일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아름다운 법입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아름다운 이 시절이 가기 전에 지금 모습을 많이 간직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거기에 크누스냅이 함께하고 싶습니다.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