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난 건 신문사 2년차 기자로 활동하던 봄, 가두모집이 한창이던 백양로였습니다. 저는 가두모집 광경을 보도사진으로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백양로 한복판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친구들과 환하게 웃으며 동아리 홍보 행사를 구경하는 당신이 보였습니다. 당신의 미소에 매료된 저는 홀린 듯 카메라를 들어 당신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다가가 신문에 사진을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지요. 낯선 이가 다가오자 당신은 당황해하며 주변의 친구들을 돌아보았지요. 당신이 망설이자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그 신문 아무도 안 봐. 그냥 된다고 해.” 당신은 친구의 말에 안심한 듯 써도 된다고 허락했습니다.

그때 저는 차마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보는 사람 있어요!”라고 외칠 정도로 순발력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당신을 그대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지요. 실제 보도사진은 다른 더 나은 컷을 썼지만 저는 그때 당신과의 만남을 두고두고 기억합니다. 마음이 아리기는 했습니다만 당신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보다는, 이상하게도 오기가 생기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무도 안 보는’ 신문이 아니라 ‘누구나 보는’ 신문을 만들면 당신과 친구 분의 생각도 바뀌지 않을까 하고요. 적어도 읽을 만한 신문이라고 생각해주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사실 누구나 보는 신문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읽고 싶을 만큼 좋은 신문을 만드는 것이 올해 신임 편집국장이 된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신문이란 무엇일까요?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은 사건이 활의 프레임과 같다고 했습니다. 칼처럼 갑작스레 일상에 꽂아 넣는 것이 아니라, 퇴적된 여러 모순이 활시위를 당기는 힘이 되어 결정적 사건을 쏘아 올리는 것입니다. 보도 또한 사건(과녁)을 신중히 지켜본 후 다방면으로 취재해(활시위 당기기) 진실을 보도하는(적중), 그러한 모양새가 되어야겠지요.

주간 발행과 학생기자라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 한계 내에서 대학 구성원의 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때 당신께서 기자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사건을, 당신이 불편을 겪고 있는 일을 제보해주시면 언제든지 뛰어갈 것입니다.

당신이 이 신문을 어려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인터넷신문으로 편하게 다가가겠습니다. 당신은 조금씩 다가와주세요. 당신이 알고 싶은,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을 풍성하게 할 대학가 행사와 정책, 이 오래된 도시 대구의 숨겨진 문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사회 문제와 2년 2개월 간 대학의 숨줄을 틀어쥐었던 총장부재사태와 그 현재까지.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내주세요. 신문의 힘은 당신의 목소리로부터 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님, 주변에 ‘당신’으로 추정되는 분이 있다면 부디 이 연서를 대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어쩌면 독자님이 제가 찾던 ‘당신’이실 수도 있겠군요. 이번 봄은 당신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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