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총장 선출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체와 조직운영에 있어서의 자율성은 대학만이 누리는 것인가? 헌법상 사적 자치(Privatautonomie)의 주체인 여러 법인들과 회사 등 많은 사적인 단체들, 종교 자유의 주체인 모든 종교단체들, 노동조합 더 나아가서 그 법적 성격이 애매한 정당의 경우에도 기본권의 주체로서 자율성이 강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에 있어서 내부적 민주화나 조직운영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합법성까지 잘 보장되지 않는 조직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외부적 개입으로부터의 자율성은 보장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헌법 제22조의 학문의 자유에 근거한 대학의 자율성을 중요한 기본권으로서 인정받고 있는 대학의 경우 언제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있는가? 이 역시 학문의 자유의 주체인 국립대학을 정부가 중요한 대학교육의 목적 실현을 위한 주체로서 지원하고 배려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 관리의 대상으로서 대우할 때 대학의 자율성은 심하게 침해된다고 볼 수 있다.

대학의 자율성 침해에 대한 판단기준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 대학이 외부세력으로부터 의사결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는가 하는 것과 내부적으로 대학이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자율성 인정에 걸맞게 행정적 운영전반뿐만 아니라 학문의 자유의 핵심적 영역인 연구와 교수의 자유의 핵심적 내용들을 자율적으로 잘 수행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대학의 자율성 확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관 중 하나는 대학의 총장이다. 왜냐하면 대학의 총장은 대외적으로 학교를 대표하고, 대학의 모든 업무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다. 이러한 대학총장은 대학의 자율적 운영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직책이기 때문에 대학구성원은 그 선출에 있어서 적합한 인물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그동안 본교 구성원들은 총장선출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의 불협력으로 너무나 많은 피해와 고통을 겪었고, 작년에 총장이 임용됐음에도 여전히 그 여진으로 인한 잔상과 진통은 남아있다. 우리 개인들은 자신의 삶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독자적 정체성(identity)을 형성하게 된다. 개인이 자신의 독자적 삶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N. Luhmann은 인간의 존엄의 근거로 제시한다. 어쩌면 개인의 존엄은 그 사람이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평가를 받는가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체성 형성은 그 개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고려한 것이어야만 한다. 

총장선출에 대한 우리의 지나간 과거는 어떠했는가? 그리고 과거의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대학구성원들 간의 대립과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인가? 더 나아가 우리는 이러한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대학민국의 거점국립대학으로서 본교 구성원들이 자신의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준의 하나인 자신의 자율성을 수호하기 위해서 당면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얼마나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떤 존재의 현재는 그의 미래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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