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제13회 국제바이오현미경사진전에서 바이오 과학상(일반 부문)을 수상한 전창진 교수(자연대 생명과학)

수국의 꽃가루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1만 5천배 확대해 보니 겨울철 곶감으로 보이고 잠자리 날개에 붉은 색소를 입힌 뒤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보인다. 이처럼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미시의 세계에서 색다르거나 예술적인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현미경 사진전의 매력이다. 본교에도 이런 현미경 사진의 매력에 빠진 교수님이 있다. 작년 11월 15일에 수상을 발표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현미경 사진전인 제13회 국제바이오현미경사진전에서 ‘춤추는 유령’이라는 작품으로 바이오 과학상(일반부문)을 수상한 전창진 교수(자연대 생명과학)를 찾아갔다.● 

Q. 먼저 수상 소감은 어떠신지요?

과학을 하면서 느끼는 조그마한 감사나 기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학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예술적 부분을 보는 그런 기쁨이 있어요. 이런 사진전이 없으면 과학을 30년, 40년 하는 데 있어 힘이 좀 빠졌을 것 같아요.

Q. 현미경 사진전은 어떻게 참가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심사가 진행되나요?

국제바이오현미경사진전은 매년 열리는데 초창기부터 참여해왔어요. 매년 참가해온 것은 아니지만 연구를 하다가 예술적인 사진이 있으면 출품해왔습니다. 지금까지 4~5번 정도 참여한 것 같습니다. 현미경 사진전에 출품하기 위해 따로 사진을 찍지는 않습니다. 연구를 위해 촬영을 하다 좋은 사진이 나오면 사진전에 참가하는 것이죠.

심사에서 중요한 점은 후보정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원본 그대로 출품해야 합니다. 1차 심사에서 사진을 만지거나 변형시킨 흔적이 발견되면 바로 탈락 당합니다. 심사의 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이 얼마나 예술적으로 표현됐는지입니다.

Q. 현미경 사진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이유가 내가 연구하는 게 현미경을 가지고 세포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죠. 세포의 구조나 타입, 신경세포의 네트워크, 신경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보는 것 등 모든 것에 현미경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대학원 시절 초기에는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은 현미경을 봤어야 했죠. 논문을 위해서는 항상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요. 석사 과정은 물론이고 미국에서의 박사 과정 등 평생을 현미경과 같이 지냈습니다. 

Q. 현미경 사진 찍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저의 연구 과정에서는 크게 분리, 고정, 절편, 염색, 관찰 5가지 과정으로 이뤄집니다. 뇌와 눈 같은 기관을 분리하고 세포가 가진 단백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정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후 특수한 기계를 통해 20분의 1mm 정도로 절편을 하고 단백질을 염색을 한 후 마지막으로 현미경을 통해서 관찰하게 됩니다. 

Q. ‘춤추는 유령’은 어떤 작품인가요? 

‘춤추는 유령’이라는 작품은 참새 망막을 20분의 1mm로 두께로 잘라 그 안의 도파민 함유 신경세포를 160배 확대해 찍은 사진입니다. 초록색으로 염색된 부분이 망막의 신경세포고 망막 층을 보기 위해서 뒷배경은 빨간 색으로 염색했습니다. 둥근모양인 세포체가 마치 머리처럼 보이고 세포의 뻗어나온 수상돌기가 팔과 다리를 연상시키는데 이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어서 ‘춤추는 유령’이라는 제목을 짓게 됐습니다.

Q. 현미경으로 보는 세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현미경을 통해 보는 세포의 세계는 정말 신비로운 것 같아요. 현미경으로 우리의 몸을 보게 되면 고도의 정교함이 그 속에 있고 세포들도 정말 질서 정연하게 작동하고 있어요. 그런 모습들이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고 염색을 하고 현미경으로 봐야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꽃을 연구하는 사람이 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처럼, 등산가들도 운동을 위해서 등산을 하지만 산의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세포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세포들의 세계에는 그 속에 아름다운 예술성이 있죠. 우리 인간사회보다 세포가 훨씬 아름다운 것 같아요. 세포는 인간사회처럼 의심할 필요가 없잖아요? 

Q. 현미경 사진을 찍을 때 어려움은 없나요?

이제는 현미경을 다루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서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보다는 항상 고민하는 점이 있어요. 염색법은 수백수천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우리에게 세포를 잘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염색법을 찾는 것입니다. 염색이 잘못되면 쉽게 말해 머리는 남아있는데 팔 다리는 엉망인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어요. 전체가 염색이 안 될 수도 있고 세포가 잘릴 수도 있죠. 

Q. 아끼는 다른 현미경 사진 작품이 있으신가요?

미국 안과 및 시과학회의 공식 학술 저널인 IOVS에 표지로 실린 제 현미경 사진을 아낍니다. 토끼 망막에 위치한 신경세포를 보조해주는 신경교세포를 새로운 염색법으로 관찰해 학회에서 과학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표지에 실리게 되었죠. 저는 이 사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현미경 사진은 저 혼자 찍는 게 아닙니다. 현미경 표본을 만드는 것부터 수고해준 우리 대학원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자신의 연구분야인 신경과 눈 모형을 책상 위에 둔 전창진 교수

▲ 2016년 국제바이오현미경사진전에서 바이오 과학상(일반부)을 수상한 '춤추는 유령'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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