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목: 학술기획-대학인문역량강화(CORE)사업 인문기반 융합전공 3부작]

[1부: 문화콘텐츠개발융합전공]

[2부: 중국문화와통상융합전공]

[3부: 인문카운슬링융합전공]

인간이 만든 지식체계와 모든 이론은 사회문화적 산물이다. ‘콘텐츠’학은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전 지구적 맥락과 한류문화와 한류 연구를 증폭시키는 지역적 맥락이 한국 학계에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 낸 산물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김민형· 임영상교수는 한국의 콘텐츠 용어는 한류 붐과 함께 정부의 콘텐츠산업 진흥정책 및 사활을 건 인문학계의 절실함이 빚어낸 매우 복합적인 맥락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즉,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출범(2001)과 한국 대학의 문화콘텐츠학과(2002)의 등장은 디지털 기술과 매체의 증폭이 인간의 사고방식과 소통체계를 변화시키고 일상생활에서부터 사회 제반 영역을 아우르는 문명사적 변동의 과정 속에서 예고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콘텐츠란 무엇인가의 ‘내용물’을 의미하며 이 내용물은 표현 양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의미를 생성한다. 기술의 급격한 성장과 디지털 매체의 폭증은 이전의 내용-형식의 관계성을 해체하고 양자 사이에 입체적이고 유동적인 관계성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양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에 실려 전달되는 내용물은 그것 자체로서의 본질적 의미로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식과의 접합 속에서 새로운 의미구성체로 문화양식의 주요 내용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는 그 생산, 유통 및 소비에 이르기까지 문화적 특성을 지닌 내용물, 그리고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만들고 향유하는 총체적 산물을 의미하면서 문화산업과의 연계성이 강조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예술로서의 속성과 상품으로서의 속성을 모두 지닌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를 지칭한다. 따라서 새롭게 디지털 기술을 전제로 출현한 문화산업이 문화콘텐츠산업이며, 문화기술CT(Culture Techonology)은 이러한 문화콘텐츠를 최적화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문사철의 인문학자 가운데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변화에서 인문학의 확장을 도모하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은 ‘문화콘텐츠’라는 것에 접속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출구가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하고 인문학 학생들에게 현실세계에서의 새로운 도약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선발 자본주의 국가들의 제조업이 값싼 부지와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이동하고, 이제 도시는 피터 드러커가 예고한 대로 문화산업의 승부처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기업인 구글(Goggle)과 미국인문학재단(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과 같은 거대 재단들이 디지털 인문학육성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정보통신기술에 해박하여 『조선왕조실록』 CD-ROM을 개발한 김현 교수의 작업이나 미국의 메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수행하는 ‘Visualizing Cultures’ 프로젝트와 같은 디지털 환경의 인문 교육교재 개발 사업을 통한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은 인문지식이 어떻게 콘텐츠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또한, 미국의 스텐포드 대학에서 수행한 ‘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 프로젝트는 볼테르(Voltaire), 라이프니츠(Leibniz), 루소(Rousseau), 뉴톤(Newton), 디드로(Diderot) 등 계몽주의 시대의 인물들이 남긴 수많은 편지의 발신지와 수신지, 발신 날짜로 기록된 공간, 시간 정보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다이내믹 디지털 콘텐츠로서 17, 18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원거리 편지 교신으로 지식과 감성의 공감대을 형성해 온 문화적 공동체를 규명하는데 매우 유익한 디지털 인문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경향들은 인문 지식 자체가 학제적, 산업적으로 응용이 가능하도록 정보화하고 새로운 문맥(CONTEXT)을 부여함으로써 실제로 그것 자체가 문화콘텐츠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인문정보학적 시도들과 함께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음반, 캐릭터, 방송, 전자책과 같은 영상미디어 및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저장, 유통, 향유되는 문화예술의 내용물인 문화콘텐츠는 여러 분야가 한데 얽힌 대표적인 융합(convergence) 학문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 

문화콘텐츠 분야는 기획-제작-마케팅이라는 전체 분야를 포괄하는데 우리대학의 문화콘텐츠개발융합전공은 기획 및 개발 단계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한다. 물론 기획이라는 부분에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원천 아이디어와 스토리구성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매체에 맞는 가공을 통한 문화콘텐츠 작품을 창출할 수 있는 정확한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하므로 각 교과목의 수업은 전체 과정을 염두에 두고 진행될 필요가 있다. 본 융합전공의 커리큘럼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기초하여 문화콘텐츠기획론 및 산업론, 그리고 문학, 역사, 문화 등 인문학적 지식과 사고를 함양하는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예술대학의 디자인 파트와 IT 학부의 소프트웨어융합 프로젝트까지 등 제작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기술기반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앞으로 교과과정은 예술론과 미학 그리고 현장전문가의 특강을 결합한 보다 전방위적 기획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우리 대학의 융합전공은 융합적 사고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초기 단계라고 평가하고 관련 수업은 프로젝트, 교육, 연구 등에 있어 관련 기획전문가와의 협업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각 장르별 기획전문가를 초청하여 기획개발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 및 프로세스를 배우고 현장견학 및 장·단기간의 인턴십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문화콘텐츠개발융합전공 첫 학기(2016-2학기)를 마치고 국내 및 해외기업 인턴십(3명)을 파견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연유이다. 더불어 글로벌 문화감각을 높이기 위해 융합전공 14명의 학생들이 3주 동안 해외대학교류를 다녀오기도 했다. 국내 현장 및 글로벌 현장에서의 문화적 감각 및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한 현장학습의 일환이다. 교과과정은 현장형 학습을 지원하는 비교과과정을 동시에 운영함으로써 이론과 프로젝트를 결합하는 균형잡힌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문화콘텐츠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기업가들에게 어떤 인재가 필요한 지를 묻는 설문을 진행하였다. 이들 기업 CEO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기획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매체를 잘 다루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제작자들은 많은데 인문학적 가치를 녹여낼 기획가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시기 모든 형식에 실질적인 내용을 채워주는 주된 분야가 인문학이었듯이 정보혁명시대에 핵심적 기반이 되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제반 형식에 올바른 내용물을 채워주는 것 역시 인문학적 사고와 축적물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문화양식의 시대에 인문학적 가치와 품격 그리고 열린 사고와 쌍방향적 인식(interactive)력을 갖춘 인문인재에 대한 인력난과 인문학도의 실업난에 주목하자면, 이제는 스토리텔링, 디지털 미디어 등 인문학의 융복합성을 모색하는 응용인문학을 깊이 사고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문학과 테크놀로지의 상투적인 이분법을 초월하고 이들의 입체적 결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향으로 인문학은 또 한 걸음을 내 딛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리고 이 작업은 다학제적이고 초학제적인 융합적 방식의 협업을 본질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글은 김민형·임영상(2016), 김기덕(2013), 김현(2013) 등의 논의를 참조한 것이다) 

안경주 

(경북대학교 대학인문역량강화(CORE)사업단 

문화콘텐츠개발융합전공 계약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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