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타세

                    -이재섭

커피가 든 컵이 있고 커피 든 컵 안 커피가 안 가득하고 아니 컵에 커피가 반밖에 안 남았구나 

커피 반 컵 반인 컵을 반으로 자르면 커피 가득한 컵이 아니 컵이 반밖에 안 남았구나 아니 

커피가 든 컵이든 컵 안 커피든 다만 잘려나간 컵 윗동이 깨질 듯 쓸쓸해서 

그만 텅 빈 컵이 아니 커피에 젖은 듯 물든 도넛이 될 거야 아니 

커피가 지루하게 반감되어 갈 때마다 거울처럼 커피 안에 숨어든 나를 본다면 

틈틈이 컵 안 커피를 본다면 컵을 든 나는 커피가 든 컵 안을 보면서 커피 안에 든 나를 본다면

반밖에 남은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에 젖은 컵을 뜯어먹으면서

언젠가 커피처럼 식은 컵에 말라붙은 커피를 핥으면서도 컵 바닥에서 나를 본다면

두꺼운 컵 윗동을 아니 딱딱해진 도넛을 이로 악물고는 내가 든 컵이 샘의 재질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볍게 머금다가 넘긴 커피가 혈관을 타고 온 몸에 스며드는 쓴 맛을 생각하면서 아니

컵에 든 커피가 거품처럼 남은 곳에 여전히 나를 엿보는 시선을 느끼면서

내 자리가 차라리 커피 안이었으면 하고 생각하면서 다만 여전히 남은 컵 안의 시선에 샘이 나는 거야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