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시끄러워진 지 한 달째다. 이와 더불어 본교는 제18대 총장 임용문제로 한창 성장통을 앓고 있다. (성장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하고, 그 위에 그들의 행동이 입혀졌을 때 결국에는 상황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일종의 기대가 섞인 표현이다.) 12면의 사진기획을 준비하며 지난 한 달간 학내외에서 시국과 관련한 행동을 취재한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매 사건마다 꼭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취재를 나가서도 그 얼굴이 보이면 ‘오셨구나’ 괜히 아는 체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그들의 얼굴은 SNS만을 통해 현 상황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항상’ 거기에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누군가는 ‘맨날 저러고 다닌다’며 ‘정치적이다’는 프레임을 씌운다. 

지난번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낯선 이와 시국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그런 얘기가 나왔다. 그는 11월 5일 대구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당차게 발언했던 송현여고 학생에 대해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라고 했다. 실제로 나는 (장난을 치듯 말한 것도 아니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대체 인터넷 상으로 만난 사람도 아니고) 처음 보았기 때문에 당황했다. “세상을 더 살아본 사람은 사리분별력이 생기지” 그는 덧붙였다. 이처럼 우리는 평상시 ‘학생이 무엇을 안다고’, ‘본분에 충실해야지’, ‘너무 정치적이다’는 말을 자주 접하곤 한다. 그런 말에 갇혀 자라난 학생들은 비로소 학생 신분을 벗어날 때 ‘정치 문외한’이 된 채 덜렁 세상에 내쫓긴다. “‘왜 학생회가 정치적 활동을 하느냐’는 말을 들어왔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이는 ‘너무 가볍다’고 비난 세례를 받았던 첫 시국선언문에 대해 얘기하는 ‘SODA’ 총학생회장 박상연 씨의 말이다. 이 또한 ‘정치하는 학생’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해당 사건의 발생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지난 25일 ‘이것이 민주주의다’ 학생실천단(이하 이민주)에서 설치한 농성천막이 본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철거당하자 이민주 소속 학생들이 총무과와 대립하는 사건이 있었다. 학생들은 총무과에 들어가 “일을 엉망으로 하니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건을 지켜보던 한 교수는 총무과장에게 “학생들이 벌써 이렇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걸 배우게 되는 거잖아요.”라며 “이게 다 우리가 가르친 것이죠.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을 배우게 될 상황까지 왔다는 것은 대학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러한 의견 개진 활동을 진행함에 있어 그리 부끄럽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후 다시금 부끄러운 일이 생기기 전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정치적’ 학생들의 모습을 만들어 갈 것이다. 

김나영 대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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