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라고 생각했으나 그동안의 생각을 바꾼 두 가지 사실이 있다. 먼저 십 년을 살아온 집 바로 앞에는 인권유린과 비리 등으로 한국판 홀로코스트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악질 희망원이 있었다. 사람들이 학대당하고 있었음에도 누구도 그런 낌새가 있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고, 그 장소에 굳이 관심을 두려하지도 않았다. 또 한 가지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만든, 헌정 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을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시키고도 세 번이나 더 뽑아준 지역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에는 대통령이 우리 군에 거주했고 그곳에서 최 씨 일가는 대통령에 선거자금을 전달했다. 이에 대한 최순실 운전기사의 증언이 있다. 문제의 뿌리는 우리 지역에서 자라고 있었다.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사회를 뒤흔드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제3자로서 멀리서 지켜봤을 때 풍경 속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표면화되었을 때 그제야 알게 되면 그 속은 얼마나 곪아있을지 예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순히 피상적 보도를 하는 스탠스로는 현상유지, 그 속에 어떤 악이 존재하더라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 그동안 보도윤리를 고민할 때, 본지는 유독 앞으로의 문제가 없도록 하는 본지의 안정을 중시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나 싶다. 당사자들의 입장에서의 사실들을 캐내고 발로 뛰고 더 다가서려 노력했지만 이를 담아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했던 것 같다.

이번 사태를 책임지기 위해서 행동하는 시민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민들은 책임을 지고 있는데 대통령은 왜 책임지지 않을까. 부끄러움을 느낀다. 학내문제도 그렇다. 총장임용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총장문제를 겪고 있다. 취임식은 연기되었고, 성사되지 못한 지난 18일 학생총회 당시 무대 위에 올라온 총장에 야유가 쏟아졌다. 웃으려야 웃을 수 없는 이 상황을 만든 근원인 교육부, 나아가 현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사태를 바로잡을 때까지 이어나가야 한다. 

올해 첫 첨성대에서 ‘독자들의 목소리를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지만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일종의 공약들은 이런저런 핑계들로 실체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국장으로서의 한해를 겪고 나니 무엇이 부족했는지 잘 보인다. 개선점을 잘 전달해주고 도움을 주는 것으로 소임은 끝까지 해나갈 것이다. 또 국정농단 사태 및 총장 문제 추적보도에 대한 지면 및 페이스북 보도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 시사에 관심두기 보단 취업, 자기 밥벌이에 골몰해있던 우리들은 시국을 뒤흔드는 이번 사태를 겪고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게 되었다. 시국을 겪고서야 많은 것을 깨닫는다. 

그동안의 칼럼을 돌아봤을 때도 결국 늘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더 다가서고 더 고민하자는 다짐이다. 이번 칼럼도 늘 그렇듯 이런 이야기로 끝이 난다. 퇴임하고서도 고민은 이어질 것이다. 어떤 방식이건 내 곁에 또 있을지도 모르는 사회문제의 뿌리들을 발견하고 해결을 위해 나서는 일을 해나갈 것이다.   

최지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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