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글터 작가모집 사업 - 소설 부문

코스모스

-지난(1586)호에 이어

병원 탈출 일주일 후.

여느 때처럼 정오가 다 되어서야 노숙자 0은 모텔에서 깨어났다. 일주일 내내 자신의 품에 있었던 통장이 없어진 걸 알고 보디가드를 불렀지만 보디가드도 없었다. 보디가드가 통장을 들고 도망갔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경찰서로 향했다.

거지꼴을 하고 공원 앞에 엎드려 있는 노숙자 1의 앞으로 경찰이 지나갔다. 그는 여태 경찰서를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경찰서로 달려가 통장을 빼앗긴 이야기를 했다. 경찰은 통장을 빼앗아간 사람을 그려달라고 했다. 혐오스러워서 보지도 못했던 얼굴을 그리라고? 머뭇머뭇하던 사이 경찰서의 문이 열렸다.

「어, 다행이네요. 가족 분이 경찰서에 찾아오신 거 같은데.」

노숙자 0은 노숙자 1이 경찰서에 있는 것에 놀랐지만 곧 진정했다. 꼴이 말이 아닌 걸 보니 이 녀석도 돈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두 노숙자는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과 그들을 불행하게 한 사람을 탓하기보다 어째선지 자신들에게 돈을 준 CRI를 탓하기 시작했다. 참가비를 통장에 넣어서 직접 준 박사를 한껏 욕하며 그들은 CRI 시설로 찾아갔다.

CRI 시설에는 한 명이었을 때의 자신들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준 갑부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이 갑부는 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것도 CRI 시설 앞에서. 그들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갑부가 이야기를 꺼냈다.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두 명이라니, 실험이 굉장히 성공적이었나 보네요! 아아, 그 실험은 제가 시킨 겁니다. 이제 진짜 마지막 실험을 할 건데요, 얌전히 참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갑부가 손짓을 하자 뒤에 있던 거구들이 노숙자들을 강제로 CRI 시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발버둥 쳐봤지만 도망갈 수가 없었다. 마지막 실험이 끝난 후 그들은 병실로 옮겨졌다. 한참 뒤, 식은땀에 젖어 벌떡 일어난 노숙자는 다시는 임상실험 같은 건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머릿속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걸 알고 그들은 당황했다. 손을 보니 왼쪽에는 0, 오른쪽에는 1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걸 깨달은 그들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다른 몸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자신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이 병실에 들어왔다. 놀랄 새도 없이 그 사람은 노숙자들에게 총을 쏘았다. 죽어가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목소리는 자신들의 그것일지언정 말투는 분명히 갑부의 말투였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또다시 젊은 몸을 얻었네요. 이 몸은 여러분들의 다른 반쪽을 합친 겁니다. 그래서 가르쳐 드리는 건데, 수명 연장이라는 건 말이죠,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새 몸을 구하고, 내 뇌를 넣으면 끝이거든요. 하하. 그럼, 새 몸을 제공해 준 대가로 여러분들은 죽어줘야겠습니다. 여태껏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몸은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박상훈 

(공대 건축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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